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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코오롱그룹의 경영 승계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이 장남인 이규호 코오롱 상무의 활동 보폭이 점차 커지고 있다. 코오롱그룹이 야심차게 진출한 부동산 임대사업 부문을 이규호 상무가 책임지게 된 데 이어 그룹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까지 단행되고 있다. ‘4세 경영’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게 그룹 안팎의 시각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약간의 우려감을 나타내는 여론이 적지 않아 주목된다. 아직까지 경영 능력을 입증 받지 못한 상황에서 막중한 임무를 부여하는 것은 자칫 그룹에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위험한 결정이라는 지적이다. 코오롱그룹 내부에서조차 경영승계를 위한 명분 쌓기에 그룹을 희생양으로 삼아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입사 5년 만에 상무 된 34세 후계자…경영능력 입증 ‘숙제’
코오롱그룹 및 재계 등에 따르면 이규호 상무는 이웅열 회장의 1남2녀 중 장남이자 고 이원만 창업주의 증손자다. 코오롱그룹의 후계자로 사실상 낙점된 인물이기도 하다. 이 상무는 지난 2015년 국내 100대 기업 중 가장 어린 임원에 등극했을 정도로 경영 참여 후 초고속 승진을 거듭했다.
영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코넬대학교에서 호텔경영학 학사 학위를 받은 그는 2012년 주력계열사 코오롱인더스트리 구미공장에 차장으로 입사해 현장경험을 쌓았다. 2년 여 동안 공장생황을 마치고, 2014년 또 다른 계열사인 코오롱글로벌로 자리를 옮기며 부장으로 승진했다. 코오롱글로벌에서는 건설 현장에서 경영수업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2015년 말 상무보로 승진했을 때 그의 나이는 32세에 불과했다. 현장이 아닌 실무 경험을 쌓기 위해 코오롱인더스트리 경영진단실에서 기획전략 업무를 맡았다. 경영진단실은 컨설팅 전략 부서로 각 사업부문 영역별 현안을 점검하고 사업영역과 성장 방향성을 새롭게 제시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곳이다. 기업의 미래를 책임지는 부서로 평가된다.
지난해에는 코오롱 인더스트리 상무보로 승진한 지 2년 만에 상무로 승진했다. 동시에 지주사 코오롱으로 옮긴 것도 모자라 핵심 업무인 전략기획 업무를 맡기로 했다. 당시 이 상무의 승진을 두고 그룹 안팎에서는 그룹 전체의 미래먹거리를 책임지는 곳이란 점에서 단숨에 역할이 크게 강화됐다는 분석이 대두됐다.
이 상무는 올해 초 코오롱글로벌의 종속회사인 리베토의 대표이사까지 겸임하게 됐다. 입사 7년 만에 그룹의 미래먹거리를 책임지는 중책을 맡은 것도 모자라 계열사 대표이사 자리까지 꿰찬 것이다. 리베토는 부동산임대사업을 영위하는 코오롱하우스비전의 일부 사업을 떼어내 설립한 회사다. 코오롱하우스비전은 코오롱글로벌의 자회사다.
지난 2016년 설립 된 코오롱하우스비전은 △자체 임대사업 ‘커먼라이프’ △지자체 임대사업 ‘N하우징’ △1인 가구 중심 셰어하우스 ‘Co-Living(커먼타운)’ 등의 사업을 영위해 왔다. 지난해 11월 커먼타운 사업을 분할해 설립한 신설법인이 바로 리베토다.
코오롱 측은 사업 분할에 대해 코오롱하우스비전의 커먼타운 사업 특성에 맞는 조직구조와 의사결정 구조 구축을 들었다. 사업 특성에 맞는 신속하고 전문적인 의사결정을 가능케 해 사업의 경쟁력 강화 및 성장 잠재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피력했다.
하지만 사업 분할 후 곧바로 그룹 후계자를 수장에 앉히자 후계자 명분 쌓기 목적의 분할이라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통상적으로 그룹 안팎의 인지도를 쌓기 위해선 어느 정도 경영적 성과가 필요한 만큼 안정적인 사업을 맡겨 후계자로서 입지를 다지도록 하기 위해 ‘사업 분할’을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김 상무가 나이가 어리고 경영 참여 기간이 짧은만큼 이러한 과정은 더욱 필요했을 것이라는 견해도 적지않다.
코오롱글로벌, 셰어하우스 사업 분리 후 자금수혈…그룹 후계 밀어주기 분분
코오롱그룹이 리베토 분할 후 그룹 차원의 자금 지원을 단행한 점은 장남 밀어주기 주장에 무게감을 더하는 대목으로 꼽힌다. 코오롱그룹은 리베토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지난달 26일 약 14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전환우선주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다. 발행주식 420만420주에 발행가는 3333원이다.
해당 유상증자에는 이 상무를 포함해 알토스, 고릴라커먼타운1호 사모투자, 엑셀테크놀리지홀딩스, 코오롱글로벌 등 총 5곳이 참여했다. 코오롱글로벌은 132만132주(약 44억원)를 매입했다. 이 상무는 108만108주(약 40억원)를 배정받았다. 회사 측은 경영상 목적 달성을 위한 필요자금 조달 및 책임경영을 위한 것이라고 선정 경위에 대해 설명했다.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1인 가구 증가 및 정부의 부동산 정책 영향으로 리베토가 영위하는 셰어하우스 등 부동산임대업 호황이 예상된다. 정부는 부동산 투기수요를 잡기 위해 정책적으로 임대업을 권장하고 있지만 85㎡(약 26평)를 초과하는 대형주택의 경우 임대사업자 혜택이 전무한 실정이다.
반면 셰어하우스 사업의 경우 대형 평형일수록 사업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매도나 임대사업등록을 원치 않는 대형면적 다주택자와 셰어하우스 사업자 간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는 만큼 코오롱그룹의 커먼타운 사업은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게 관련업계의 중론이다. 향후 성장가능성이 높은 사업 부문만 따로 떼어내 장남인 이 상무를 수장에 앉힌 것은 후계자에게 경영 성과를 밀어주기 위한 노림수라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코오롱그룹 내부에서는 이미 한 차례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2015년 말 코오롱 사내 TF팀으로 조직됐던 사내벤처 ‘코오롱이노베이스’ 사례다. 코오롱이노베이스는 청년 창업을 육성하기 위한 벤처캐피탈(VC)이다. 신사업 진출을 모색하던 이 상무는 코오롱이노베이스 팀 구성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사업에 관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공교롭게도 이듬해인 2016년 1월 코오롱은 100% 지분을 출자해 별도법인 ‘이노베이스’를 설립한 후 그룹 계열사로 편입했다. 이후 코오롱 등의 지원에 힘입어 이노베이스는 클라우드 퀵서비스 ‘퀵퀵주식회사’와 인공지능접목 온라인 메신저 개발사 ‘플런티’ 등에 투자했다. ‘플런티’의 경우 이 상무가 직접 대표를 만나 면담을 가질 정도로 사업에 의욕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리베토에 대한 코오롱그룹의 지원이 ‘후계자 밀어주기’라는 시각에 대해 코오롱글로벌 관계자는 “리베토에 유상증자를 한 것이 후계자를 밀어주는 모습으로 오해를 살 소지는 있으나 시기상 맞아떨어진 것일 뿐이다”며 “이규호 상무는 원래부터 신사업에 관심이 많았고 커먼타운 사업도 그 중 하나일 뿐이다”고 말했다.
[유은주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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