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의 방어충동 빚어낸 심리현상 억압·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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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태경의 인문 책방…지그문트 프로이트 <억제, 증상 그리고 불안>

억압에서 불안까지, 정신분석학의 기본개념을 이해하기

고태경 필진페이지 + 입력 2018-02-03 19:17:17

정신분석학 창시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대표 논문 중 하나로 국내에는 <정신병리학의 문제들>이라는 제목의 프로이트 전집 10권(열린책들, 2003)에 실려 있다.

이 논문은 프로이트 정신분석학 개념의 핵심을 집약하고 있다. 정신분석학 발견 초기에 다소 혼란스럽게 사용되던 프로이트의 개념들은 수많은 수정과 보완을 거쳤고, 이 논문을 통해 완성도 높은 체계를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그 체계의 핵심 개념들이 바로 ‘억압’, ‘증상’, ‘불안’, ‘방어’다. 이에 대해 아주 간략히 일별해 볼 필요가 있다.

억압과 증상

정신분석학에 따르면 인간은 오이디포스 콤플렉스의 구조적 영향 하에 사회화되는 경험을 한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거세당할 수 있다는 공포를 내면화함으로써 부권적 질서가 형성해 놓은 가족적, 문명적 질서 속으로 들어서게 된다.

마치 오이디푸스 왕이 자신의 어머니와 결혼한 사실을 깨닫고 시력을 잃고 테베를 떠나게 되듯, 부권적 질서가 강제하는 규율을 내면화할 때에만 그는 사회가 인정하는 주체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인간이 태어나면서부터 어머니의 품에서 느꼈던 온전한 만족을 결코 버릴 수 없다는 사실에 있다.

나와 타인이 분리되지 않았고, 어떠한 불안과 결핍도 몰랐던 이 지복의 경험은 아버지의 질서로 편입되면서 억압되고 이후 무의식적 흐름 속에서 인간 주체를 혼란에 빠트리게 된다. 이 완전한 만족의 경험은 정신분석학의 용어로 설명하면, 자아 형성의 과정에서 ‘억압’된다. 이 억압을 통해 완전한 만족이 아니라 아버지의 규율과 명령이 지배하며, 나를 감시하는 외부의 시선이 있는 곳으로 주체는 넘어가게 된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이 억압된 것은 소멸하지 않고 삶의 표층으로 반복적으로 회귀한다. 우리가 ‘증상’이라고 부르는 것은 이 억압된 것의 회귀를 통해 나타난다. 예컨대, 어릴 적 어머니의 품에 안겨서 느꼈던 성적 충동이 되살아나는 것을 느낄 때 주체는 그 충동이 의식화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삶에 아무런 필요도 없는 행위들을 반복하곤 한다. 책상 위에 놓인 볼펜과 연필들의 위치를 갑자기 일렬도 맞춰 놓거나, 빠른 길을 두고도 먼 길로 우회하며 가는 이상한 강박에 빠져들 때가 있다.

대체로 ‘강박증’의 형태로도 나타나는 이러한 현상들은 단순히 무의미한 행동이 아니라 억압된 것이 삶의 표층으로 올라오는 것을 회피하기 위한 매우 적극적인 행동이라고 봐야 한다. 강박증이 아니라 히스테리 등의 형태로도 증상은 발현된다.

방어와 불안

프로이트는 불안의 특징으로 대상이 모호하다는 점을 꼽았다. 비슷한 견지에서 철학자 하이데거는 명확한 대상을 갖는 공포와 달리 불안은 대상이 없다고 역설한 바 있다. 그러나 둘의 강조점은 달랐다. 불안을 통해 삶의 모순과 직면하는 실존적인 자각이 유발된다는 하이데거와 달리 프로이트는 불안이 오히려 그 모순으로부터 달아나기 위한 반응이라고 간주하기 때문이다.

“불안은 위험 상황에 대한 반응이며, 자아가 그 상황을 피하기 위해, 또는 그 상황으로부터 물러나기 위해 어떤 일을 함으로써 미연에 방지된다. 불안이 생겨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증상이 형성된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256쪽)

위 인용문에서 ‘위험’은 바로 억압된 것이 회귀하는 현상을 말한다. 불안은 증상 이전의 상태와 연결된다고도 할 수 있다. 불안은 우리가 자각 못하는 어떤 억압된 것의 회귀를 직감할 때 나타나는 무의식적 심리상태이며, 증상은 그 억압된 것이 주체의 구체적인 행위나 신체변화로 나타난 결과라 할 수 있다.

프로이트에 따르면, 인간은 기본적으로 보수적이다. 현행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인간 주체에게 가장 많은 기쁨을 준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불안’과 ‘중상’을 통해 억압된 것과의 직면을 회피하는 주체에게 강조되는 또 다른 개념이 바로 ‘방어’다.

아버지의 질서로 들어서기 위해 주체는 유아기의 지복의 경험을 ‘억압’한다. 그리고 자아가 형성된 후에는 이 억압된 것이 회귀하는 것을 자아가 적극적으로 ‘방어’하게 된다. 방어가 실패하면, 불안이 일고 불안과 더불어 문명의 질서와 충돌하는 여러 형태의 증상들이 속출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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