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정치-자유한국당에 남겨진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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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강 산업경제부장·부국장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2-09 11:09:20

자유한국당이 최악의 정치력을 보여주고 있다. ‘당내 정치는 실종됐다’라는 말까지 들린다. 6월 지방선거 이후 당이 분열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관측도 공공연하다.

보수정당의 헤게모니는 안철수·유승민의 ‘바른미래당’으로 넘어간 지 오래다. 당장 선거를 치를 경우 자치단체·국회의원 선거 모두 참패를 당할 것이라는 전망에 이의를 제기하는 국민은 없다.

자유한국당이 원내 117석이라는 덩치에도 불구하고 보수정당 사상 최악으로 망가진 원인은 빈곤한 정치력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해 7월 홍준표 대표가 새 당 대표로 선출되자 일부 여권 인사들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홍 대표가 당 얼굴마담인 이상 자유한국당의 지지율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봤기 때문이다. 당 대표로 선출된 시기 10%이던 당 지지율이 지금은 12%다. 31석의 신생정당인 바른미래당의 16%보다도 뒤진다.

정치력은 정국을 주도하는 역량이나 수완을 말한다. 자신의 정체성은 잃지 않으면서도 꼬일 대로 꼬인 정국의 돌파구를 찾으려는 자세와 능력이기도 하다.

자유한국당의 정치력이 최악일수 밖에 없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정국을 리드해 갈 만한 정책이 없기 때문이다. 정책의 부재는 협상의 실종으로 이어진다. 민주당이 ‘대통령 4년 중임제’를 골자로 한 구체적인 개헌안을 내 놓은데 대해 자유한국당의 반응은 ‘분권형 권력구조로 개헌해야 한다’ ‘사회주의 개헌안이다’ 라며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전부다.

스스로 국민들 앞에서 개헌을 약속한 지 10개월이 지났지만 이렇다 할 개헌안이 없다. 반대는 해야겠는데 내놓을 만한 개헌안이 없으니 할 수 있는 것은 ‘색깔론’과 ‘인신공격’ 뿐이다.

강원랜드 채용비리를 수사 중인 검사에게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자유한국당 권성동 법제사법위원장이 자신의 사퇴를 요구하며 상임위회의를 거부한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사과하지 않으면 (내가) 법사위원장으로 있는 한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겠다”고 말했다. 아연실색 할 수 밖에 없다.

국회의원과 정부가 제출한 모든 법안은 각 상임위원회를 거친 후 반드시 법사위를 통과해야 한다. 권 위원장이 법사위 의사봉을 두드리지 않는 한 모든 법안처리는 올 스톱 된다. 법사위원장의 권한은 그만큼 막강하다.

자신이 모욕감을 느꼈다고 국가 중대사를 처리하지 않겠다니 제 정신인지 묻고 싶을 정도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한 발 더 나아가 “민주당이 사과하지 않으면 2월 임시국회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할 수 밖에 없다”며 임시국회 보이콧 의사를 비췄다.

“경남지사를 하면서 화재로 인한 인명사고는 한 건도 없었다”, “공수처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다”, “검찰도 법무부에 특활비를 상납했다”, “평창동계올림픽 티켓이 다 안 팔린다” 등 홍 대표의 발언들은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팩트 자체가 거짓으로 밝혀지기 일쑤다. ‘홍준표는 입만 열면 거짓말’이라는 말이 유행어가 될 정도다.

김 원내대표가 문재인 정부를 향해 UAE 원전게이트 공세를 펼치면서 내세운 근거는 ‘신문에 그렇게 나왔다’, ‘자신이 1980년대 중동건설 현장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가 전부였다.

정치력은 고사하고 작금의 자유한국당이 보여주는 정치는 이미 이성적으로 설명이 불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협상과 타협'을 근간으로 하는 국회중심 정치, 정당정치는 실종된 지 오래다. 보수정당의 정체성은 실종됐고, 보신(補身)정당으로 전락했다.

홍 대표의 기세에 눌려 숨죽이고 있는 친박계 의원들이 6월 지방선거 이후를 벼르고 있다고 한다. 지방선거 참패가 불 보듯 뻔한 만큼 이를 빌미로 친박계는 홍 대표에 대한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국민들은 또 한번 최악의 정치를 지켜 봐야하는 곤욕을 치뤄야 한다.

조선 22대 왕 정조는 어린 시절 아버지인 사도세자의 죽음을 목도해야 했던 비운의 인물이다. 정조는 즉위하자 마자 사도세자를 죽음으로 몰고 갔던 노론 세력을 향해 ‘나는 사도세자의 아들이다’며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노론 세력을 제거하지 않았다. 마음만 먹는다면 아버지 원수를 갚고자 노론세력을 모두 죽일 수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 정조 자신도 상당한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정조는 연산군처럼 피의 복수 대신 백성을 위한 정치를 택했다.

지난 2003년 정조와 노론의 수장 심환지가 주고 받은 290여통의 편지가 공개되면서 정조의 정치력이 재조명 됐다. 정조는 노론과 대립하기 보다 협력을 선택했다. 정치는 정적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상생하는 것임을 보여준 리더였다.

자유한국당이 지난해 대통령 선거 이후 현재까지 제대로 된 정책을 내놓은 적이 있었는지 가물가물하다. 자유한국당이 국회중심의 정치·정당정치를 포기하지 않았다면 지금이라도 대결과 협력의 정책대결에 나서야 한다. 정국을 주도할 만한 정치력을 보여줘야 한다. 시간은 6월 지방선거까지다.

[김진강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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