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언론, “김여정 미소전략, 펜스 ‘무시외교’ 압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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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북 포괄적해상차단 나설 듯…한·미, 대북 행보 엇박자 우려

이성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2-12 13:15:16

▲ 지난 11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극장에서 대화 나누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사진=뉴시스]

‘북측 예술단 공연’, ‘우리 선수 응원하는 북한 코치’ 등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평화 무드가 무르익는 가운데 한미 간 대북 행보가 엇갈리고 있다. 한국은 남북 정상회담이 거론되는 반면 미국은 대북제재 압박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우선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평화올림픽’이란 기치가 남북 대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방남한 북한 고위급 대표단 가운데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특사 자격으로 왔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이 특사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꺼내자 김 제1부부장이 “국무위원장의 특명을 받고 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방남한 김 제1부부장을 만났다”고 밝히기도 했다.

통일부는 지난 11일 ‘북한 고위급대표단 방남 관련 설명자료’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북한의 의지가 매우 강하며 필요한 경우 전례 없는 과감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열린 대화와 협력의 공간을 성공적으로 발전시켜 남북 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 정착 과정의 전기를 이뤄낼 수 있느냐 하는 것이 과제다”며 “남북 모두 상대측 입장을 이해하는 가운데 추가적인 조치들이 이어질 수 있도록 상호 협력하며 그 범위를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도 같은 날 “미국이 우리에 대한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고 핵 위협을 걷어치우면 우리의 핵 보검이 미국을 겨냥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고 전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 신문은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최근 싱가포르 다자안보회의에서 발언한 것을 두고 개인 필명의 비난 글에서 “우리는 바로 미국의 핵 위협 때문에 미국 본토를 잿가루로 만들 수 있는 자위의 전쟁 억제력을 보유한 것이다”고 말하면서 이 같이 강조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는 이르면 이달 중으로 ‘포괄적 해상차단(maritime interdiction)’을 비롯한 대북제재를 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해상차단은 가장 강력한 제재 중 하나로 여겨진다. 특히 북한은 배를 통한 물자 수송이 많아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연합뉴스는 미 재무부·국무부에 외교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미국이 인공위성 추적과 정보 공유 등을 통해 상당한 자료를 축적하고 밀거래 현장도 포착한 것으로 안다”며 “무엇보다 선박 간 옮겨싣기 차단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어 포괄적인 대북 해상차단을 겨냥한 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미국 내에서도 트럼프 행정부가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에게 압도당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미·북이 한 자리에 모였지만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11일(현지시간) 김여정 제1부부장이 방남하는 동안 스핑크스 같은 미소만 지으며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을 ‘외교적 이미지 메이킹’으로 우회공격(outflank)했다고 보도했다.

펜스 부통령은 ‘핵·미사일 포기 이전에 대화는 없다’는 메시지를 내세워 철저히 김 제1부부장을 무시하는 모습만 보였지만, 김 제1부부장은 문 대통령에게 방북 초청이란 메시지를 건네 화제를 얻었다는 평가다.

[이성은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이성은 기자 asd3cpl@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