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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그룹 유통사업을 진두지휘하는 GS리테일 대표이사 허연수 사장의 경영행보에 우려 섞인 반응을 보이는 여론이 일고 있다. 성장정체의 늪에 빠진 편의점 대신 헬스앤뷰티(H&B)스토어 사업 강화를 위해 던진 승부수를 두고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GS리테일은 기존 H&B스토어 브랜드명을 기존 ‘왓슨스’에서 ‘랄라블라(lalavla)’로 최근 변경한다고 밝혔다. 랄라블라는 즐거운 이슈를 의미하는 ‘랄랄라’(lalala)와 행복한 수다를 의미하는 ‘블라블라’(blah blah)를 따 명명됐다. 내달 말까지 모든 왓슨스 점포 간판을 ‘랄라블라’로 바꿔 단다는 계획이다.
허연수 사장은 허신구 GS리테일 명예회장의 차남이다. 그는 지난 2015년 삼촌 허승조 부회장이 맡고 있던 GS리테일 대표직을 물려받았다. GS리테일에 입사한 후 대형마트 점장, 편의점 사업부 영업부문장 등의 요직을 두루 거치며 유통사업 감각을 익힌 것으로 전해진다.
만년 2위의 승부수, 롯데·신세계 추격에 브랜드명 교체…소비자들 “굳이 왜”
GS리테일은 브랜드명 교체 이유에 대해 ‘고객층인 2030여성들에 호소력 짙은 브랜드이미지를 구축해 기존 업계와 차별화하기 위함’이라 설명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벌써부터 랄라블라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싸늘한 모습이다. 단순히 브랜드명 교체로 목표한 바를 달성할지 의구심이 든다며 실효성에 의구심을 보이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스카이데일리는 서울 시내 왓슨스 매장에서 브랜드명 교체에 대한 소비자들의 직접 반응을 들어봤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다소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H&B스토어를 자주 애용한다는 김송황 씨(28·여·가명)에게 브랜드명 변경 사실을 알려주자 “이미 유명해서 익숙한 브랜드를 굳이 새롭게 바꿔 모험을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20·30대 여성층에게만 초점을 맞춘 것 같아 최근 트렌드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반응도 있었다. 이유나(31·여)씨는 “간판 디자인이 여성고객을 겨냥한 듯하다”며 “남성들도 H&B스토어를 즐겨 찾는 최근 트렌드하고도 맞지 않는 듯하다”고 답했다.
랄라블라 이름 변경에 대한 부정적 반응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각종 소셜네트워크 상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댓글에는 “술 먹고 이름을 지었느냐”, “사내공모전이라더니 내부에 적이 있는 게 분명하다” 등 비아냥섞인 의견이 다수 게재돼 있었다.
관련업계 안팎에서는 GS리테일이 왓슨스가 브랜드 교체까지 추진하는 데에는 최근 관련 시장에서의 입지가 위태롭기 때문인 것으로 보는 견해가 주를 이룬다. 국내 H&B스토어 시장 2위에 올라있긴 하지만 1위인 CJ올리브영과 큰 격차를 보이는 데다 후발 주자들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는 게 관련업계의 중론이다.
지난달 말 기준 올리브영 매장수는 970여개인 반면 왓슨스 매장수는 180여개다. 거의 5배 수준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 후발주자들의 성장도 위기 요인이다. 롯데 롭스의 경우 지난달 말 기준 매장수가 96개로 늘었다. 올해 50개 매장 추가 출점을 목표로 하고 있어 왓슨스를 바짝 추격할 전망이다.
백화점·쇼핑몰·마트 등 다양한 유통채널을 구축하고 있는 신세계도 ‘부츠’를 통해 다시 H&B스토어 시장에 진출했다. 자사 유통채널 기반으로 현재 1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벌써 10개(지난달 말 기준) 매장을 냈다.
앞서 GS리테일은 브랜드명 변경 이전에 사업 확장을 통해 맞대응에 나선 바 있다. GS리테일은 지난해 2월 왓슨스홀딩스가 보유 중이던 왓슨스코리아 지분 50%를 인수하며 왓슨스코리아를 자회사로 편입했다. 이후 공격적인 출점 전략을 단행하며 H&B사업 키우기에 나섰다.
현재 직영으로 운영하는 왓슨스를 가맹사업으로 전환하는 방법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GS리테일은 지난해 12월 ‘랄라블라’라는 영업표지로 정보공개서를 등록했다. 가맹사업을 통해 본격적으로 점포수를 늘리기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실적부진에 최저임금인상까지 암초 만난 편의점 사업…위기의 허연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GS리테일은 지난해(잠정실적) 8조2666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11.7%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영업이익·순이익은 각각 24%, 57.9% 감소한 1657억원, 1151억원에 그쳤다. 사실상 실속 없는 장사를 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적자폭이 커진 이유로는 기업형슈퍼마켓(SSM·GS슈퍼마켓)과 H&B사업에서의 부진이 꼽힌다. 당초 GS그룹의 H&B스토어 사업은 왓슨스코리아가 담당했다. 지난해 2월 수년간의 적자를 기록하다 결국 GS리테일의 품에 안겼다. 이 때문에 GS리테일의 수익성도 덩달아 악화됐다.
기업형슈퍼마켓(SSM) GS슈퍼마켓 역시 꾸준히 적자를 기록해왔다. 자연히 GS리테일의 수익성 개선 숙제가 허연수 사장에 던져졌다. 하지만 부정적 전망이 주를 이룬다. 그동안 실적을 지탱하던 편의점 사업마저 최저임금 인상 등의 악재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편의점업계는 아르바이트 인력을 많이 쓰기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에 큰 타격을 받는 업종 중 하나로 꼽힌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GS家 오너 3세인 허연수 사장이 부진과 성장정체에 빠진 각 사업 부문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가 관심사다”며 “지난 2015년 GS리테일의 대표이사를 맡으며 본격적으로 3세 경영에 닻을 올린 허 사장이 뒤늦은 경영시험대에 오른 셈이다”고 말했다.
[유은주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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