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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의 꿈, 응원 대신 이용만한 어른들

스카이데일리 기자수첩

이슬비기자(mistyrain@skyedaily.com)

기사입력 2018-02-14 00: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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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슬비 기자 (산업부)
아이돌 가수를 꿈꾸는 청소년의 운명이 TV 앞에 앉은 어른의 손에 달린 시대가 됐다. 데뷔를 놓고 서바이벌 미션·경연 등을 벌이는 오디션 경쟁프로그램을 통해서다. 시청자는 문자·온라인 투표를 통해 마음에 드는 출연자를 ‘픽(Pick·집다)’ 하면 될 뿐이다.
 
해당 프로그램들은 시청률 향상 및 시청자의 참여를 위해 자극적인 연출을 시도하는 경우가 빈번해 빈축을 사고 있다. 출연자들 대부분이 어린 나이에 연예기획사에 소속돼 데뷔를 준비하는 청소년 연습생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문제의 심각성은 크다.
 
2016년과 지난해 케이블 채널 엠넷에서 ‘프로듀스101’ 시즌1·2가 방영됐다. 해당 프로그램에 출연한 101명의 연습생은 훈련을 받고 경연을 벌이며 투표로 시청자의 평가를 받았다. 최종 11명에 꼽힌 멤버들은 프로젝트 그룹을 결성해 한시적으로 활동했다. 이를 통해 데뷔한 이들이 아이오아이(I.O.I)와 워너원이다.
 
시즌1의 예고편이 공개됐을 때만 해도 시청자가 교복을 입고 춤추는 연습생들의 데뷔조를 고른다는 콘셉트는 성상품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는 오히려 시청자의 관심을 부추겼고 프로그램의 최고시청률은 시즌1 4.4%, 시즌 2 5.2% 등을 기록하며 소위 대박을 쳤다.
 
첫 회에서 첫 무대를 선보인 연습생들은 A부터 F까지의 등급을 판정받았다. 이들은 해당 등급의 알파벳이 새겨진 옷을 입고 수준별 수업을 들었다. A 클래스 연습생들은 공연 시 무대 중앙·앞쪽에 서서 카메라에 자주 잡히는 반면 F 클래스 연습생들은 무대 아래 바닥·구석에서 춤을 췄다. 철저히 실력에 따라 혜택·불이익이 주어지는 상황에 놓인 F 클래스 연습생들은 일부 눈물을 터뜨리기도 했다.
 
‘의리테스트’라는 명목으로 연출한 몰래카메라도 논란이 됐다. 피디가 일부러 카메라를 떨어뜨리고 연습생들의 반응을 살피는 내용이었다. 시즌1 출연 당시 18살이었던 최유정(현·위키미키 멤버)은 자신이 카메라를 망가뜨린 줄 알고 당황해하며 결국 눈물을 흘렸다.
 
연습생 간 불화는 조장되기도 한다. 팀 미션을 위해 편성한 조의 인원 배치가 고르지 않자 팀원이 직접 다른 팀으로 방출시킬 멤버를 지목하도록 했다. 연습생들은 팀이 꾸려져 의기투합을 하기도 전에 팀에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은 멤버를 고민·의논해야 했다.
 
이러한 난감한 상황에도 연습생들은 엠넷의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자극적인 편집 이른바 ‘악마의 편집’을 당하지 않기 위해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이 목격됐다. 연습생 간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 등이 예고편에 쓰여 다음 회차에 대한 흥미를 유발하는 동안 연습생들은 본편이 방영되기 전 일주일 동안 태도논란 등의 구설수에 휩싸여야 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진흙 속 보석을 찾는다’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취지가 애초부터 지켜지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화제성·시청률·광고 수익 등을 노리는 방송사와 자사 연습생을 매체에 노출시키려는 연예기획사의 이해관계가 강하게 결탁해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셈법의 희생자는 어린 연습생인 셈이다.
 
시즌2 당시 19살이었던 주학년(현·더보이즈 멤버)이 팀 미션을 마치고 소감을 말하는 자리에서 현장투표권을 가진 관중을 향해 “무대에 한 번 더 서고 싶어요, 한 번만 살려주세요”라고 말하며 눈물을 삼키는 모습이 전파를 타 시청자들의 안타까움을 샀다.
 
이들이 평범히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었다면 응당 어른들의 보호를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데뷔를 위해 수련한다는 의미에서 학생과 같은 ‘생(生)’이 따라붙는 연습생들은 왜 어른들에 희생당해야 하는지 모를 일이다. 이들의 간절한 꿈을 인질삼아 지었던 웃음의 무게를 느낄 필요가 있다.
 
[이슬비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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