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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마가 뭐지? 미술을 하는 프로화가 중에 이 말을 모르면 ‘세미 돌팔이’다.
평생을 그림으로 먹고 산 내가 꿈에 그리는 모마를 가 본 것은 2010년이었다. 내가 이 모마에 간 것은 뉴욕아트 엑스포에 참가하면서 벼르고 별렀던 모마에 감격스럽게 들어 가 본 것이다.
모마는 줄임말로 'The Museum of Modern Art'의 앞 글자를 조합한 뉴욕 현대미술관의 별칭이다. 현대 미술에 대한 전반적인 작품 세계를 보여주는 뉴욕 현대미술관은 이렇게 모마라는 귀여운 이름으로 불리며 뉴욕에 가면 반드시 들러야 할 명소로 자리 잡았다.
‘모마(MoMA)’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뉴욕 현대 미술관은 1929년 근대 예술을 미국에 보급할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188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15만 점이 넘는 소장품이 있다. 2004년 11월 일본인 건축가 타니구치 요시오의 설계로 리노베이션한 것을 포함하여 75년간 총 7번의 증개축 공사를 했다.
미술관은 6층 규모로 앤디 워홀, 로이 리히텐슈타인, 잭슨 폴락 등의 현대 미술 작품과 고흐, 고갱, 세잔, 마네, 모네, 클림트, 샤갈, 마티스, 피카소 등 근대 미술 작품까지 다양하게 만나 볼 수 있다. 야외의 조각 정원에서는 현대 조각의 걸작과 사계절을 장식하는 나무와 식물, 인공 연못 등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그림 그리는 화가로서는 자신의 작품이 어디에 걸려 있는가도 상당히 중요하다. 작가의 연륜과 감성을 동원하여 최고의 작품을 완성하여 그 작품이 그야말로 근사한 전시장에 진열되어 있다면 작가로서는 최고의 영광일 것이다. 나의 작품이 전국의 가정은 물론, 관공서와 주요 건물에 아름답게 전시되어 있는 것을 문득 발견하게 되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몇 해 전, 세금관계로 경기도 용인시 세무서에 들렸을 때였다. 새로 지은 거대한 건물 로비에 들어서니 어디서 많이 본 그림이 눈에 들어오는 것이었다. 그것은 바로 내가 그린 <아름다운 꿈> 이란 100호짜리 작품이었다.
그때의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감동이었다. 남북 이산가족이 만난 것 이 이런 기분일까? 아무튼 뜻하지 않은 곳에 시집보낸 나의 작품이 걸려 있으면 즐겁고 오묘한 재미가 있다.
내가 38년 전 결혼을 하고 혜화동 단칸방에 세 들어가서 신혼살림을 풀고 주인 집 마루에 있는 전화를 빌려 쓰다가 깜짝 놀란 일이 벌어졌다. 그곳에는 내가 그린 ‘고향의 정’이란 작품이 떡 하니 걸려 있는 것이 아닌가?
나의 초기작품이라 유화 컬러가 약간 변색이 된 채, 나의 혼신을 다한 작품이 나보다 먼저 그 집에서 자리 잡고 있던 것이 너무도 반가워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주인에게 이 사실을 말하자 그는 나보다 더 신기한 표정을 지으면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허허허 우리와 김 화백과는 하늘에서 맺어 준 인연인가 봅니다.” 하면서 막걸리에 삼겹살로 그날 저녁 내내 즐거운 담소를 한 적이 있다.
모마 얘기로 돌아가자. 모마에는 세계적인 내로라하는 위대한 미술작품이 눈부시게 걸려있어 나의 마음은 한꺼번에 최고급 예술에 심취하여 벅찬 감정을 주체 할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관람객들이 가장 많이 몰려 있는 곳은 4층과 5층의 회화 및 조각 작품 전시관이다. 몽롱한 아름다움이 압권인 모네의 「수련」, 신비한 밤하늘의 매력을 보여주는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매력적인 다섯 명의 여자를 그린 피카소의 「아비뇽의 여인들」, 마티스의 「빨간 화실」, 달리의 「기억의 고집」과 앤디워홀의 「금색의 마릴린 먼로」 등 세계적인 작품 앞에서는 나의 기분은 쫄아 들고만 있었다.
내 작품들이 이 속에 끼어 있어야 하는데... 내가 언제 이런 곳에 주인공이 될까? 하는 탄식과 함께 가슴 저 깊은 곳에서부터 우러나오는 성공을 못한 후회와 나의 필력에 대한 부족함이 넘쳐 회한의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평생‘그림쟁이’로 살면서 ‘빈센트 반 고호’처럼 한 개의 작품만 판매를 한 작가보다는 나은 것에 지금까지 그림으로 그려서 40여년을 먹고 살아간 것이 작은 자부심이자 긍지이기도 하다.
모마에 가면 우선 한국어 전자 해설기를 빌려 작품들을 살펴보는 것이 필수다. 전자 해설기는 안내데스크에서, “코리언 랭귀지 플리스” 하면 빌려주는데 대여료가 3$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전자 해설기는 작품 앞에 적혀있는 번호를 누르면 작가와 제작연도, 제작의도까지 자세하게 설명해주어 반드시 가이드가 없어도 혼자 충분한 미술해설을 들으며 감상할 수 있어 좋았다.
이 굉장한 곳에는 한국 작가의 작품은 최초로 ‘이중섭’의 담배 은박지로 그린 것으로 유명한 ‘사랑, 가족’ 이 있고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 ‘백남준’의 작품과 그리고 현대적인 작품을 그리는 주목받는 신인으로 미국의 미술잡지에 소개 된 ‘정연두’의 작품이 있는데 이런 작품들은 내가 갔을 때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고 내가 현장에서 직접 관람한 작품은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김환기’의 작품만 볼 수 있었다.
기라성 같은 최고의 작품들 앞을 차례차례 지나면서 나는 두 가지 슬픈 사실을 가슴에서 짓누르는 것을 이겨 낼 수 없었다.
모마에 있는 세계적인 작품들, 그곳에 내 눈에 보이는 딱 한 점의 한국 작가 작품이 그것이고 또 하나는 한국미술의 귀족주의 탓이다. 즉, 미술은 어차피 각 나라 인종별로 각기의 개성으로 완성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글로벌 미술계에 한국 작가의 존재가 너무도 미미하다는 것이다.
이 점은 당시, 내가 참여한 뉴욕 아트 엑스포에서도 같은 느낌이었지만 한국 작가의 시대를 앞서가지 못하는 폐쇄성과 다양한 화풍과 선구적인 작품세계의 모험성이 부족한 것이다. 그리고 한국 미술계의 고질인 S대와 H대 미술과의 귀족 행태가 미술전반에 걸친 발전을 저해 한다는 것이다.
주마간산으로 뉴욕 미술계를 곁눈질했지만 한국 미술계와 나 자신이 무한한 노력과 기발한 창의력으로 더욱 더 발전해야 한다는 뼈아픈 현장이 모마였다.
내가 최고다! 내가 리더이니 나를 따르라! 나만 옳다! 미술계뿐 아니라 한국 사회 모두가 모마에서 느껴 보길 바란다.
사정없이 노력하는 화가가 되길 다짐하면서 모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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