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미투’ 파장…이윤택 “욕망 억제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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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단거리패 해체 발표 등 캠페인 영향력↑…다른 피해자도 용기 내

이성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2-19 15:41:47

▲ '성추행 논란'에 휩싸인 이윤택 전 극단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30스튜디오에서 성추행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뒤 회견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SNS 상 성폭력 고발 운동인 ‘미투(#Me too)’ 캠페인으로 촉발된 성추행 논란에 대해 이윤택(66) 전 극단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18일 공개 사과했다. 이에 따라 향후 미투 캠페인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 전 감독은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명륜동 30스튜디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한다”며 “제 죄에 대해 법적 책임을 포함해 그 어떤 벌도 받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연희단거리패 단원들이 자신의 성추행을 방조한 의혹에 대해 “전적으로 제 잘못이다”며 “단원들도 수차례 내게 항의하고 문제제기를 했고 나 역시 그러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그러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전 감독은 자신이 욕망을 억제하지 못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피해자가 몇 명인지 모르겠다”면서 “극단 내에서 18년 가까이 있었던 생활 중 관습적으로 일어난 나쁜 행태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는 “어떤 때는 나쁜 죄인지 모르고 저질렀고, 어떤 때는 더러운 욕망을 억제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에서 제기된 성폭행 의혹에 대해선 부인했다. 이 전 감독은 “합의에 의한 성관계는 있었지만 폭력적이거나 물리적인 강압을 통한 성폭행은 없었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법적 절차가 진행된다면 성실히 수사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이 전 감독의 성추행 논란은 김수희 극단 미인 대표의 폭로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지난 14일 자신의 SNS를 통해 ‘미투’ 캠페인에 동참하면서 10여년 전 이 전 감독으로부터 겪은 성추행 피해를 고발했다. 김 대표는 게시 글에서 이 전 감독이 안마를 시키고 바지를 내렸다고 밝혔다.

김 대표의 고발은 여론을 들끓게 했고 파장이 커졌다. 이 전 감독은 예술감독 직을 물러났다. 연희단거리패는 공연 중이거나 예정이던 연극 ‘수업’과 ‘노숙의 시’ 등 예정 작품의 연출을 모두 취소했다. 극단은 이날 해체를 발표하고 공식 SNS 계정도 폐쇄했다.

한국극작가협회는 지난 17일 이 전 감독을 회원에서 제명한다고 밝혔다. 서울연극협회도 이날 최고 징계 조치인 제명을 결정했다. 연극협회는 연희단거리패의 ‘2018년 서울연극제’ 공식 참가도 취소했다.

청와대 청원 홈페이지에는 ‘연극인 이윤택 씨의 상습 성폭행, 성폭력 피의사실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조사를 촉구한다’는 청원이 올라왔다. 한국여성연극협회 등 다수 연극 단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김 대표가 미투 캠페인을 통해 성추행 피해 경험을 고발하자 또 다른 피해자가 용기를 냈다. 김보리(가명) 씨는 지난 18일 오후 온라인 커뮤니티인 디시인사이드 연극·뮤지컬 갤러리를 통해 ‘윤택한 패거리를 회상하며 2’라는 제목의 글을 남겼다.

김 씨는 글에서 “지난 2001년 밀양 여름축제 기간 중 하용부에게 먼저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하용부 씨는 지난 2001년 백중놀이 전수ㅈ로 중요 무형문화재로 지정됐으며 밀양연극촌 촌장을 맡고 있다.

앞서 17일 김 씨는 ‘윤택한 패거리를 회상하며’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이윤택 전 감독에게 겪은 두 차례의 성폭행 피해 경험을 밝힌 바 있다.

[이성은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사과문 전문]

그동안 저에게 피해를 입은 당사자분들에게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정말 부끄럽고 참담합니다. 제 죄에 대해서 법적 책임을 포함하여 그 어떤 벌도 달게 받겠습니다. 다시 한 번 피해 당사자 분들께 머리 숙여 사죄드립니다.

연희단거리패 출신들과 단원들에게도 사죄드립니다. 선배 단원들이 항의할 때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매번 약속을 했는데 번번이 제가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큰 죄를 짓게 된 것입니다.

연극계 선후배님들께도 사죄드립니다. 저 때문에 연극계 전체가 매도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한 번 피해 당사자 분들에게 사죄드린다. 피해 당사자분들의 상처를 위로할 수 있다면 그 어떤 벌도 달게 받겠습니다. 사죄합니다.

이성은 기자 asd3cpl@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