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피눈물 부르는 올빼미공시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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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범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2-19 18:06:30

국내 주식시장 투자자들 사이에서 올해 설 연휴가 지옥과도 같았다는 말이 심심찮게 나온다. 상장사들이 주말이나 긴 연휴를 앞두고 악재성 공시를 쏟아내는 ‘올빼미 공시’가 기승을 부린 탓이다. 특히 예년보다 다소 늦어진 올해 설 연휴에는 기업의 결산 시기와 맞물리면서 기업 가치에 부정적 내용이 담긴 악재성 공시가 쏟아져 나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설 연휴 전날인 지난 14일 장 마감 이후 손익구조 악화 및 관리종목 지정사유 등 주가에 악재로 치부될만한 중요사항 공시가 주를 이뤘다. 코스닥시장은 말할 것도 없고 자본규모가 큰 유가증권 시장에서도 이는 마찬가지였다. 대표적으로 한국항공우주, 한미약품, 신원, 화신, 세종공업, 흥아해운, 락앤락, 대원제약, BGF 등이 거론된다.

모두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기업들이지만 지난해 예상보다 저조한 실적을 거뒀거나 기업 가치에 악영향을 미칠만한 악재성 공시를 장 마감 이후 쏟아냈다. 먼저 한국항공우주는 지난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1972억원, -2350억원 등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흥아해운도 영업이익 -130억원, 당기순이익 -734억원 등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했고, 당기순이익은 무려 328%가량 확대된 수치다.

상장기업이나 외감법 대상 기업들은 기업가치에 영향을 줄만한 사안이 발생하면 이해관계자들에게 신속하게 정확하게 공시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 범위도 다양하다. 인수합병부터 주요주주의 지분 변동, 유가증권 발행, 경영활동 내용과 연관된 공시 등이다. 이 가운데 실적 공시와 같이 직접적인 기업의 이익을 나타내는 지표는 투자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안이다.

뿐만 아니라 한미약품은 설 연휴 전날 장 마감 후에 발표한 공시로 인해 투자자들의 거센 비난을 사고 있다. 이날 한미약품은 장 마감 후 20분 뒤에 투자판단 관련 주요 경영사항을 공시했다. 파트너사인 릴리가 한미의 BTK억제제 류마티스관절염 임상2상을 중단한다는 내용이 담긴 공시였다.

신약가치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제약바이오주로서 주가에 악영향이 충분히 예상되는 사안임에도 설날 연휴를 앞둔 전날 장 마감 이후 공시가 이뤄진 것이다. 실제로 설 연휴 이후 첫거래일인 19일 한미약품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8.50%하락한 49만5000원에 장마감했다.

특히 한미약품은 과거에도 호재성 공시 이후 뒤늦은 악재성 공시를 내놔 투자자들의 피해를 유발시킨 이력을 갖고 있는 만큼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긴장감어린 기색마저 감돌고 있다. 지난 2016년9월30일 장 마감 후 1조원대 기술수출 계약을 성사했다는 호재를 공시한지 하루만에 한미약품은 8600억원대 기술수출 계약이 해지됐다는 악재성 공시를 내놓는 바람에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당시 60만원 중반대였던 한미약품은 주가는 여전히 당시 주가를 회복하지 못한채 50만원대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챙긴 한미약품 일부 임직원만 과징금 및 형사처벌을 받은 반면 당시 호재성 공시를 보고 투자에 나섰던 개인투자자들은 주가 폭락 피해를 고스란히 짊어지게 됐다는 점이다.

이른바 늑장·올빼미 공시는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성 및 투명성 약화로 이어지는 중대한 사안이다. 심지어 국내 자본시장에서 기업들의 올빼미 공시가 잇따르고 있다는 점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각각의 기업뿐 아니라 한국 자본시장 전반에 대한 신뢰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불러일으키는 부끄러운 민낯에 다름아니다.

전문가들은 불성실한 공시를 일삼는 기업의 경우 경영진의 적극적인 개선 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증권시장 공시제도가 해외에 비해 상대적으로 허술한 탓에 굳이 내부통제를 강화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 그 이유로 지목된다.

투자자들의 피해를 막기위한 실효성있는 대책이 도입되야한다는 성토의 목소리가 불거져 나오는 배경이다. 늑장·올빼미 공시로 인해 투자자 피해를 유발한 기업에 대해선 기업은 물론 경영진에 대한 과징금 처분을 강화하는 등 직접적인 경제적 제재조치를 취해 예방시키는 방안을 도입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임현범 hby6609@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