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와 고시(考試)권력. 그 위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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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강 산업경제부장·부국장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2-25 13:37:23

“청와대 내부의 통상 업무가 직권남용이라고 해서 기소된 게 당황스러울 따름이다. 누가 봐도 표적수사다. 과거 검사로 처리한 사건의 정치보복으로 생각할 수 밖에 없다”

“검찰을 이용해 정치보복을 하려는 시도에 사법부가 단호하게 보여줄 의미가 있는 재판이다. 법치주의가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시기 바란다”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혐의로 2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최후진술이다. 민정수석으로 있으면서 박근혜·최순실의 국정농단을 방조하고, 주어진 권력을 사익을 위해 사용했던 우병우는 최후진술에서 마저 변명과 책임회피로 일관했다.

검찰수사 과정에서 그가 구축해 놓은 권력 인프라는 엄청난 힘을 발휘했다. 학벌과 고시기수로 똘똘 뭉친 우병우 ‘똘마니 패거리’들은 수사정보를 고스란히 우병우에게 넘겼고, 우병우는 이를 이용해 법망을 피해갔다.

20살에 사법고시에 합격, 검사가 된 후 30여 년간 권력을 무한 향유했던 그로서는 1.8평 독방에서 살아야 하는 상황만큼은 어떻게든 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사익을 위해 검찰 권력을 남용했던 이는 우병우 뿐만이 아니다. 26살에 검사직에 올라 박정희 정권의 유신헌법 초안 마련에 참여했고, ‘재일교포유학생 간첩 조작사건’ 등 용공사건을 조작하고 ‘부산 초원복국집 사건’ 등 지역감정을 조장한 공(功)을 인정받아 권력을 누렸던 김기춘 전 법무부장관이 대표적이다.

어디 이들 뿐이겠는가. 노○균, 이건○, 김○남, 최교○, 최○경, 김주○ 등 ‘정치검사’로 불리는 이들은 셀 수 없을 정도다.

고시(考試)라는 동아줄을 통해 권부에 진입한 이들을 마냥 나무랄 수도 없다. 고시만 패스하면 20살 나이에도 50·60대 시장·군수가 굽신거리고, 기업 회장님들이 룸싸롱에다 뒷돈까지 챙겨주니, 이들에게 올바른 인성을 바라는 것도 무리일 것이다.

우리나라 검사 수는 2000여명이다. 이중 20~30대는 전체의 60%를 상회한다. 이들은 5000만 국민을 법정에 세울지 말지를 결정할 권한을 갖고있다. 마음 먹기에 따라 누구든지 범죄자를 만들 수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다.

기업체로 보면 대리 또는 과장급이 불과한 나이대에 전 국민의 생사여탈권을 독점하는 나라는 우리 밖에 없을 것이다.

검찰이 막강한 권력을 쥐기 시작한 때는 1960년대 박정희 정권때부터다. 해방 후 이승만 시대 최고 권력기관은 경찰이었다. 친일 경찰들은 생존을 위해 이승만의 그늘에 숨어들었고 이승만은 친일 경찰들을 자신의 권력기반으로 삼았다.

박정희는 비대해진 경찰권력을 견제하기 위해 검사들의 위상 높였다. 이때부터 새파랗게 어린 검사가 환갑을 바라보는 경찰서장, 시장, 군수를 호통치는 현상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고시만 패스하면ㅈ 주어지는 막강한 권력은 20대 젊은 검사들을 타락으로 이끌기에 충분했다.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며, 그 실현방법은 선거다. 선출권력은 잘잘못에 따라 4년마다 바꿀 기회라도 주어진다. 인성을 갖출 나이도 되기전에 막강한 권한을 가진 고시 권력은 부패하기 십상이다. 이들을 쫓아내는 방법도 마땅치 않다. 우리는 우병우를 통해 여실히 보고 있다.

[김진강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김진강 산업경제부장·부국장 kjk5608@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