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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5년 6월 20일 안시성에 다다른 당 태종은 고연수 등이 지휘하는 고구리·말갈 15만 군사가 안시성 동남쪽에 친 40리 진영을 정찰했다. 이때 수행하던 강하왕 이도종은 “고구려가 전력을 다해 여기를 방어하고 있으니 틀림없이 평양성의 수비가 허약할 겁니다”며 “제게 5000명의 정예병을 주시면 달려가 저들의 본거지를 뒤집어버리겠습니다. 그리하면 싸우지 않고도 수십만 군사를 항복시킬 수 있습니다”고 건의했다.
강하왕 이도종은 당나라를 세운 고조 이연의 당질(5촌 당시 예부상서 벼슬에 있으면서 당태종과 함께 종군 중이었다. 그런데 ‘환단고기 태백일사’에는 위 이도종의 건의를 당나라 이세적 장군 혼자만의 구상이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건의에 대해 장손문기는 “천자의 친정은 제장의 출정과는 달라 요행을 바래는 작전은 불가하다. 지금 건안성과 신성에 있는 적도 수십만이요, 고연수가 이끄는 말갈군대도 역시 수십만이다”며 “국내성 병력도 오골성을 돌아 낙랑의 여러 길을 차단할 것 같다. 그리 된다면 저들의 세력은 날로 강해지고 우리는 완전 포위당하는 격이 될 것이다. 그러니 안시성을 먼저 공격한 다음 건안성을 취하고 그런 연후에 평양성으로 진격해야 안전할 것이다”고 대답했다.
지금부터의 안시성 전투에 대한 중국기록과 이를 그대로 인용한 ‘삼국사기’의 기록은 역사적 사실에 가까운 ‘태백일사’의 기록과 너무나 상반된다. 이 두 기록을 비교·검토함으로써 중국기록의 진위성 여부를 냉정하게 심판해보도록 하겠다. 아래는 중국사서의 기록이다.
정찰을 마친 당 태종은 고연수에게 사신을 보내 거짓으로 “나는 귀국의 힘 센 신하인 연개소문이 영양왕을 시해한 죄를 물으러 온 것이니, 우리가 서로 싸우게 된 것은 내 본심이 아니다”며 “귀국의 경내에 들어와 말먹이와 양식이 충분하지 않아 몇 개의 성을 빼앗기는 했으나 귀국에서 신하된 예절을 지킨다면 잃었던 성을 돌려주겠노라”고 말했다. 이에 고연수는 이 말을 믿고 더는 방비책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한다. 과연 그랬을까?
당 태종은 이세적에게 1만5000명의 보·기병을 주어 서쪽 고개에 진을 치게 하고 처남인 장손무기에게는 1만,000명의 정예군을 기습병으로 삼아 산의 북쪽에서 협곡으로 나와 배후를 공격하게 했다.
당 태종은 직접 4000명의 보·기병을 이끌고 북과 나팔을 옆에 끼고 깃발을 눕혀서 산으로 올랐다. 모든 부대에게 북과 나팔소리가 나면 일제히 맹공격을 하라고 명령했다. 또한 항복받을 군막을 조당(朝堂) 옆에 설치하라고 명령했다는 이상한 기록이 있다.
상대와 싸우기도 전에 상대가 항복할 것을 미리 알고 그런 의식을 치를 장소를 설치하라고 명했다는 기록은 그야말로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이다. 전투에서 당나라가 패할 수도 있고, 설사 이겼다 하더라도 상대 장수가 전사할 수도 도망쳤을 수도 있다.
또 상대가 항복한 다음 장소를 만들어도 늦지 않음에도 굳이 미리 항복받을 군막을 만들었다는 이상한 기록의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어불성설의 중국기록은 계속된다.
밤에 유성이 고구리 진영으로 떨어졌다. 6월 22일 아침 고연수는 이세적이 포진한 것만 보고는 병사를 동원해 공격했다. 당 태종은 장손무기의 군사들이 일으킨 먼지를 보고는 북을 치고 나팔을 불며 깃발을 들게 하니 따라 당나라의 모든 군사들이 함성을 지르며 진격했다. 고연수 등은 두려워하며 군사를 나누어 방어하려 했으나, 이미 고구리 진영은 대혼란에 빠져버렸다.
그때 마침 천둥과 번개가 쳤는데, 용문 출신 장수인 설인귀가 기이한 복장을 하고 큰소리를 지르며 고함을 지르며 고구리 진영으로 깊숙이 들어오니 대적하던 고구리 군사들이 쓰러졌다. 참고로 용문은 지금의 산서성 남부 하진(河津)시이다.
이 틈을 틈타 당나라 대군이 총공격을 감행하자 고구리 군대는 큰 혼란에 빠져 2만 명의 군사들이 전사했다. 당 태종은 멀리서 설인귀를 바라보더니 유격 장군으로 임명했다.
고연수 등은 남은 군사들을 거느리고 산에 의지해 자체 수비를 견고하게 했다. 당 태종은 모든 부대에게 명령해 고구리를 포위하게 하고, 장손무기에게는 다리를 전부 철거해 고구리 군사들의 돌아갈 길을 차단하게 했다. 이튿날, 결국 고연수 등은 군사 3만6800명을 이끌고 항복을 청하면서 무릎 꿇고 군문으로 기어들어가 절하면서 목숨을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당 태종은 욕살 이하 3,500명의 지휘관을 선발해 당의 내지(內地)로 옮기고 나머지는 전부 석방해 평양성으로 돌아가게 했다. 모두가 두 손을 들고 땅에 이마를 대고 환호하니 그 소리가 10리 밖까지 들렸다고 한다. 3300명의 말갈인은 전부 생매장했다. 말 5만 필, 소 5만 두, 명광개(明光鎧) 1만 벌 외 다른 장비들도 많이 빼앗았다.
요동성에서 50만석의 양곡을 노획하고 여기서 10만 마리나 되는 가축을 노획한 당나라가 3개월 후 회군(回軍)하면서 겨울철이라 먹을 양식이 떨어져간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위에서 언급한 당나라가 승리해 수많은 가축과 장비를 노획했다는 기록은 전혀 사실무근인 것이다. 명광개는 빛이 나는 갑옷으로 아마 고구려고분벽화에 그려진 개마무사의 비늘 갑옷으로 보인다.
7월 5일, 당 태종은 군영을 안시성의 동쪽 고개로 옮겼고, 13일에 조서를 내려 전사한 병사들의 시신에다 표시를 해두었다가 군대가 귀국할 때 도로 가져가기로 했다. 22일 당 태종은 고연수를 홍려경으로 삼고, 고혜진을 사농경으로 삼았다는 중국 기록이 있다.
철저한 지형정찰을 마친 당 태종의 완벽한 군사배치와 정확한 작전지시에다가 갑자기 등장한 설인귀의 분전과 당나라 군대의 단 한 차례 공격으로 15만 명의 고구리 군대가 완전 와해되어 스스로 항복한 두 지휘관에게 당태종이 벼슬을 제수했다는 만화 같은 위 중국의 기록을 과연 믿을 수 있을까.
게다가 당 태종의 인자함을 나타내기 위해 첨가된 고연수를 따라 항복한 3만6800명 중 약 3만 명을 평양성으로 되돌아가게 했다는 기록은 서로 죽고 죽이는 전쟁터에서 일어날 수 없는 행위인 것이다.
또 전사한 병사들의 시신을 나중에라도 당나라로 가져가기 위해 표시했다는 이야기도 과연 가능했을까. 때는 여름철이라 쉽게 부패하는 시신을 어찌 처리했을까. 고연수의 항복 기록은 완전 허구로 중국 특유의 춘추필법이었음이 다음 연재에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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