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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연휴 기간이던 지난 16일 오전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유흥주점에서 신원미상의 30대 남성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사건이 유흥업소가 밀집해 각종 사건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곳에서 벌어졌다는 점에서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설날 홀로 유흥업소 찾은 남성고객, ‘혼자 있겠다’ 말한 후 자다가 사망
스카이데일리가 취재한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설날 당일이던 지난 16일 오전 12시20분쯤 서울 관악구 신림동 유흥업소 밀집지역에 자리한 한 유흥업소에 30대 중후반 나이로 추정되는 남성 A씨가 들어왔다. 그는 술에 취해 있지 않은 모습이었다. 겉으로 보기에도 평범해 보였다.
해당 유흥업소 관계자에 따르면 A씨가 방에 들어간 후 업소 직원은 평소처럼 맥주 몇 병을 테이블 위에 올려놨다. A씨는 여성 접객원을 요구하며 양주 1병을 추가로 주문했다. 이후 1시간 20분 동안 여성 접객원과 단 둘만의 시간을 가졌다. 방 안에는 노래방 기기가 있었지만 A씨와 여성 접객원은 노래를 부르거나 하지 않았다. 목소리가 밖으로 새어나오지 않는 것으로 봐선 비교적 조용한 시간을 보낸 것으로 짐작됐다.
술도 그리 많이 마시진 않았다. 여성 접객원이 방에서 나왔을 때 양주병 안의 술은 절반 이상 남아 있었다. A씨는 이후 실장으로 불리는 업소 여직원 B씨와 약 40분 동안 대화를 나눴다. 당시 대화를 나눴던 B실장은 “A씨로부터 ‘현재 지병으로 인해 병원을 다니고 있고, 예약 해 둔 병원 진료를 받아야 했지만 가지 않았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정확한 병명은 말하지 않았다고 한다.
B실장과 대화 도중 A씨는 ‘남아 있는 맥주만 더 마시고 나가겠다’면서 혼자 있기를 청했다. B실장은 A씨를 방에 혼자 남겨두고 나와 다른 손님들을 상대했다. 수 분이 흐른 뒤 A씨가 있는 방에서 인기척이 없자 B실장은 문을 열고 들어갔다. A씨는 돌아누운 자세로 잠을 자고 있었다. 이따금씩 코를 골고 있어 별다른 의심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B실장은 “만약 숨죽은 듯이 잠을 잤다면 모르겠지만 가끔 코 고는 소리가 들리길래 잠을 자도록 뒀다”며 “그날 날씨가 추웠기 때문에 혹시 몰라 잠을 깨워 밖에 내보내기보다 더 자고 갈 수 있도록 배려했다”고 말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6일 서울 지역의 평균 기온은 영하 1.1도였다. 최고·최저 기온은 각각 영상 4.9도, 영하 5.5도였다.
B실장이 A씨가 자고 있는 방을 다시 살펴 본 시간은 오전 5시쯤이었다. 그런데 A씨는 더 이상 코를 골지 않았다. 의심이 들었던 B씨는 A씨에게 가까이 다가갔고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 곧장 119 구급대에 신고했다.
B씨는 “당시 A씨의 움직임이 없는 것을 보고 의심쩍은 생각이 들어 가까이 다가갔다”면서 “혹시 몰라 이상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입 안에 손가락을 넣어보고 나서야 제대로 숨을 쉬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곧장 신고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중에서야 A씨가 사망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고 덧붙였다.
119 구급대에 호송된 이후의 사건 진행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사건 장소를 관할하는 당곡지구대를 찾았지만, 당시 근무 했던 순찰팀 관계자는 취재를 완강하게 거부했다. 다른 경찰 관계자들이 해당 사건을 기억하고 있긴 했지만 대부분은 사망했다는 것 외엔 특별히 전해들은 추가적인 사안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인 역시 마찬가지였다.
사건·사고 단골지역 신림동 유흥가, 호객꾼 판쳐도 경찰단속 미지근
A씨의 사망사고가 발생한 유흥주점이 위치한 서울 관악구 신림동은 서울 내에서 1인 가구가 가장 밀집된 지역 중 한 곳이다. 서울시가 발표한 ‘2017 서울 서베이 도시정책지표조사’에 따르면 1인 가구 비율이 가장 높은 자치구는 신림동이 속해 있는 관악구(44.9%)였다. 이어 중구(37.8%), 종로구(37.5%) 등의 순이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이곳은 교통이 편리해 서울 강남권에 있는 직장을 다니는 직장인들과 고시생 등 1인 가구의 주거 비중이 높다. 신림동 일대에 유흥업소 밀집지역이 존재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신림동에 혼자 거주하는 학생·직장인 남성들이 외로움을 달래거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유흥업소를 찾는 경우가 많다. 가끔은 유흥업소에 고용된 호객꾼의 유혹에 못 이겨 무리한 지출을 하기도 한다.
유흥업소 밀집지역은 지하철 2호선 신림역 5·6번 출구 방향에 난 신림로 일대에 몰려있다. 오후 8시가 넘어 어둑해지면 거리 곳곳에는 ‘노래빠’, ‘노래클럽’, ‘룸’ 등 여성 접객원이 있는 유흥업소 간판이 불을 밝힌다. ‘혼술환영’이라는 간판을 내 거는 등 혼자 사는 남성들을 타깃으로 영업하는 유흥업소도 여럿 존재한다.
이곳은 호객꾼들의 활동이 유독 활발한 편이다. 스카이데일리가 직접 해당 지역을 찾았을 때도 한 호객꾼이 다가와 작은 목소리로 “노래방 안 가시느냐, 아가씨 많다”는 말을 자연스럽게 건내기도 했다.
한 호객꾼은 지나가던 남성 2명에게 다가가 “예쁜 아가씨들 나오는 노래방으로 모시겠다”며 팔을 붙잡기도 했다. 호객꾼에게 팔을 붙잡힌 남성은 못이기는 듯 노래방으로 발길을 옮겼다. 이 광경을 물끄러미 바라보자 또 다른 호객꾼이 다가와 “뭐 하는 사람이냐”며 경계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호객 행위를 하던 김모 씨로부터 이곳의 자세한 실정을 들을 수 있었다. 김 씨에 따르면 이곳 일대에는 10여명의 호객꾼들이 주로 활동한다. 보통은 밤 10시쯤부터 활동하지만 비교적 젊은 호객꾼의 경우 일찌감치 나와 호객 행위를 하기도 한다. 이곳 유흥업소 중 일부는 조직폭력배가 관리하거나 운영하고 있어 영업방식이 공격적일 때가 있다. 경찰이 꾸준히 순찰하긴 하지만 적극적인 단속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호객꾼들은 마음 놓고 호객활동을 펼치는 편이다.
실제로 유흥업소 인근 골목길에는 경찰 순찰차량이 꾸준히 오고 갔지만 호객행위에 대해서는 제재하지 않았다. 유흥업소 등의 길거리 호객행위는 경범죄처벌법과 식품위생법 위반이다. 경범죄 처벌의 경우 1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식품위생법에 저촉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
신림동에 위치한 한 부동산 관계자는 “신림동 유흥업소 밀집지역은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곳으로 유명하다”며 “하지만 이렇다 할 제재가 가해지지 않다보니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어 “호객꾼을 따라 가는 유흥업소의 경우 영업방식이 공격적인 경우가 많은데, 아무래도 사건·사고를 줄이려면 호객꾼 단속부터 선행돼야 할 듯 하다”고 강조했다.
관악경찰서 관계자는 “호객행위와 관련한 단속 근거도 있고 단속에 나설 경찰인력도 충분하다”면서 “현장 단속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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