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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수단은 산업혁명 이전에는 토지였지만 산업혁명 이후에는 주식입니다.왜 그럴까요.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생산수단에 대한 특징을 알아야 합니다.
첫째는 불멸성입니다. 생산수단은 썩지 않는 불멸성에 기초하기 때문이죠. 그러므로 썩는 것은 생산수단이 아닙니다.
둘째는 내재적 가치입니다. 생산수단은 내재적 가치를 지니고 있어야 하죠. 내재적 가치란 황금알을 낳는 거위와 같습니다. 매번 일정 금액의 생산 수단을 가진 자에게 줘야 하죠.
토지는 수확물을 통해 가진 자에게 생산물을 줍니다. 주식은 배당금을 통해 가진 자에게 생산수단을 주죠. 그럼 생산수단을 가진 자와 생산자가 같을 필요가 있을까요. 그럴 필요도 없고 그렇지도 않습니다.
봉건시대나 신분사회에서는 토지가 유일한 생산수단이었죠. 농업사회였기 때문입니다. 농업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생산물은 벼와 밀과 같은 식량입니다. 그러한 벼와 밀이 나오는 생산수단은 토지가 유일했으니까요.
그런데 토지는 어떻게 획득해야 했을까요. 상속을 받거나 빼앗거나 두 가지 중 하나만이 생산수단인 토지를 확보하는 방법이었습니다. 중세시대나 신분사회에서 그랬죠. 빼앗는 것은 정복자가 돼야 한다는 얘기고, 정복전쟁은 수시로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토지를 획득하는 건 상속을 받을 때였죠.
그 시절에는 상속세가 없었습니다. 부의 대물림이 가능했던 겁니다. 토지는 왕의 땅이었기 때문에 상속세가 없었던 겁니다. 그 시대 봉건영주, 양반들은 왕의 토지를 대신 개간하고 일정액의 세금을 바치는 역할을 하는 중간자였습니다.
그래서 수조권(收租權)이라는 것이 있었죠. 수조권은 역사에서 주로 사용되는 용어로, 대상(주로 토지)으로부터 조세(租稅, 租=곡식·稅=세금)를 거둘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하죠. 현대 국가의 경우 대부분 수조권을 국가가 장악해 징수하고 있지만 전통시대의 경우 행정적인 능력의 미비로 인해 관리들에게 관직의 복무로 인한 대가로 일정 지역 농토의 수조권을 주고 관리가 직접 징수하는 형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주로 역사서에서는 소유권(所有權)과 자주 비교되죠.
조선시대에는 관리가 되면 국가에서 돈을 받지 않고 일정의 토지를 받아 그것을 소작을 줘서 나온 생산물의 일부는 나라에 바치고 자신이 그 생산물을 취하는 형태로 진행됩니다. 그러니 이것은 근대의 소유권이란 개념과 다르죠.
엄격히 말하자면 소유권은 왕에게만 있었고 봉건영주와 양반은 그것을 대신 경작할 수 있는 임대권만 갖고 있는 겁니다. 그러니 당연히 상속세가 없을 수밖에 없었죠. 원래 왕의 토지였기 때문에 양반 중 역적으로 몰리면 국가로 모든 토지가 몰수되는 것이죠.
그 때도 화폐는 존재했습니다. 돈 말입니다. 당시 돈은 동산을 사는 역할을 했지만 생산수단인 토지를 사는 역할을 못했습니다. 그리고 돈을 굉장히 천시했죠.
셰익스피어의 베니스 상인을 보면 샤일록이 등장합니다. 유대인 고리대금업자죠. 그는 유대인이라는 천한 출신과 더불어 그 당시 아무도 하지 않으려는 고리대금업이란 직업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건 유대인이라는 출신은 생산하는 일에 참여할 수 없었고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서양 사회에서는 가장 천시하는 고리대금업 밖에 종사할 수 없었기 때문이죠.
왜 돈을 천시했을까요. 이 점은 신분사회를 설계한 자의 천재성이 보이는 부분입니다. 생산수단에 대한 개념을 똑바로 알고 있는 사람을 드물죠. 그럼 돈과 토지의 개념을 섞어서 생각해 봅시다.
자신이 중세시대 봉건영주라고 가정해 봅시다. 다른 사람들은 생산수단이 뭔지 알고 있을 만큼 똑똑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 시절 현재와 같이 돈으로 생산수단인 토지를 사고파는 일이 가능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아마도 자신의 자식이 토지를 돈과 바꿀 확률이 99.99%입니다. 자신의 자식이 아니고 그 후대 자식이라면 100%가 되죠.
돈과 생산수단은 무조건 바꾸는 겁니다. 그런데 생산수단을 팔면 무엇이 남겠습니까. 그때는 유일한 생산수단이 토지라고 여러 번 말했습니다. 그런데 토지를 팔면 그 토지를 판 자손은 바로 소작농으로 전락해 버리고 맙니다. 그러니 그 후로 생산수단에 대한 의미를 알지 못하면 토지를 판 자식 대에서 영원히 노예의 삶을 살 수밖에 없는 겁니다.
신분사회를 설계한 사람이 있다면 그는 천재입니다. 그는 생산수단을 팔지 못하도록 막는 방법을 강구했죠. 그것은 생산수단을 빼앗거나 상속하는 방법 이외에는 어떠한 경우에도 생산수단을 갖지 못하도록 만들었습니다.
또 생산수단과 화폐의 교환을 금지하고 심지어 화폐를 천시하면서 화폐가 생산수단인 토지를 사지 못하도록 만들었죠. 그리고 돈을 갖고 살 수 있는 물건은 생산수단 이외의 물건으로 한정했습니다. 그러니 멍청한 자식이 나와도 계속 대대로 신분이 세습되고 고착화 되는 신분사회가 된 겁니다.
이 공식은 중상주의 시대가 되면서 깨졌습니다. 그 때 존 로크의 노동가치설에 의한 소유권 주장이 있었죠.
존 로크의 노동가치설이 나온 배경은 이렇습니다. 최초의 주식회사는 네덜란드의 동인도 회사입니다. 그 주식회사가 생기면서 돈이 중요해지기 시작했죠. 동인도 회사는 아시아 쪽으로 배를 보내 유럽에서 원하는 향신료, 도자기, 비단 등 유럽 귀족이 좋아하는 물품을 수입해 그것을 상류사회에 팔아 막대한 부가가치를 일으킵니다.
그 시절 돈을 번 사람은 ‘부르주아지’(프랑스어·bourgeoisie)라고 불렀습니다. 부르주아지는 원래 중산층이라는 뜻이었지만 마르크스주의 이후 현대에는 자본가 계급을 뜻합니다. 이 단어의 형용사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부르주아’(프랑스어·bourgeois)입니다.
그 시기 왕은 이웃나라와 왕위 계승 전쟁, 십자군 전쟁과 같은 소모적인 전쟁으로 국력을 소진하고 있었습니다. 전쟁을 하려면 돈이 필요한데, 돈은 부르주아지가 갖고 있었죠. 그러니 왕은 부르주아지로부터 세금을 걷어 전쟁 비용으로 탕진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래서 부르주아지는 왕에게 소유권을 요구했습니다. 그 기초를 제공한 것이 존 로크의 노동가치설에 의한 소유권 개념이죠.
그 때 당시 이런 일이 일어났을지 모릅니다. 부르주아지와 왕의 대화를 보죠.
부르주아지 : 누가 당신 보고 왕이라고 하나?
왕 : 신이 나한테 그랬지.
부르주아지 : 당신은 그냥 사람이잖아.
왕 : 그건 교황에게 물어봐. 그 사람이 증명해 줄 거야.
부르주아지 : 그 전까지 그랬을지 모르지만 당신의 권력은 어디서 나오나?
왕 : 신이 내게 줬으니 신으로부터 나오지.
부르주아지 : 헛소리 그만하라. 내가 준 세금으로 군사도 모으고 전쟁도 하고 관리도 뽑는 거잖아. 그러니 권력은 신이 아닌 내 돈으로부터 나오지. 그런데 신도 아닌 인간인 너에게 왜 내 세금을 줘야 하는지 모르겠어.
왕 : …….
이 때 왕은 고민하게 됩니다. 말을 듣고 보니 농경사회까지는 토지로부터 나오는 세금을 거둬 전쟁도 했는데, 지금은 수많은 전쟁으로 인해 봉건영주인 기사계급이 몰락하고 돈을 주는 것은 부르주아지로부터 나온다는 걸 깨닫게 된 거죠.
고민에 빠진 왕에게 집사 출신인 홉스가 사회계약설을 들고 나옵니다.
홉스의 사회계약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사고 실험을 통한 전제가 필요합니다. 그건 △인간은 모두 평등하다는 것 △인간은 모두 이기적이라는 것 △인간은 자신의 생명과 재산의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는 점 △모든 인간은 합리적이라는 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 상태에서는 협력을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이 존재하지 않으니 인간은 자신의 욕구 충족 및 자기 보호를 위해 서로가 서로를 경계하고 공격하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the war of all against all)이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됩니다. 인간이 합리적이므로 이것을 막을 방법을 찾게 되고, 그로 인해 사람들은 특정한 사람 혹은 집단(assembly)에게 권력을 몰아주게 되는데, 그가 바로 왕이 되는 것이죠. 비로소 협력을 강제할 권력(force)을 지니게 되는 겁니다. 여기서 홉스가 당대의 주요 관점이었던 왕권신수설을 부정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 이야기를 다시 풀어보면 이렇습니다.
왕 : 지금 만약 야생의 상태라면 당신들은 누가 제일 두렵겠나? 그건 돈 많은 당신들의 돈을 빼앗으려는 일반인들이겠지.
부르주아지 : 그렇지.
왕 : 물론 돈을 빼앗기 위해서는 당신들의 생명도 빼앗아야겠지?
부르주아지 : 그렇겠지.
왕 : 그런데 말이야. 내가 당신들이 갖고 있는 생명과 재산도 지켜주고 인정해 주는 대신 당신들이 내게 세금을 바치기로 한다면 어떻겠나?
이것이 사회계약론의 핵심입니다. 왕은 세금을 받을 권리를 사회계약론으로부터 확보한 것이고 부르주아지는 재산과 생명의 안위를 왕으로부터 보장받게 된 것이죠. 그러면서 존 로크의 소유권이라는 개념이 이론적 바탕이 된 겁니다.
중상주의 시대를 지나 산업혁명이 일어나면서 기업이 생산수단으로 더 중요해졌습니다. 농업은 생산성 향상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죠. 생산성 향상은 적은 노력으로 커다란 부가가치를 일으키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런데 논에서 쌀 한 가마니가 통일벼 등의 품종개량으로 쌀 두 가마니는 나와도 100가마니는 나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기업은 그게 가능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는 처음 만들 때 5000억원쯤 들어다 하더라도 2번째 CD부터는 아예 돈이 들어가지 않죠. 그러니 처음이 어렵지 무한의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는 건 제조업, 서비스업을 하는 기업입니다. 그래서 기업의 주식이 더 중요해진 거죠.
그럼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봅시다. 기업의 주식은 생산수단으로써 불명성과 내재적 가치 두 가지를 모두 만족합니다. 기업은 썩지 않습니다. 물론 망하는 기업은 있지만 100년, 200년 가는 기업도 있죠. 그리고 앞으로 더 오래 갈 기업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내재적 가치의 핵심은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는 능력인데, 이건 토지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탁월합니다. 그것은 제조업보다 서비스업이 더 뛰어나죠.
그래서 현재 IT 기업들인 아마존, 페이스북, 구글, 텐센트 등이 시가총액 상단에 있는 것만 보더라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 자본주의는 산업혁명 이후 토지에서 기업으로 옮겨갔던 것이고, 생산수단은 토지의 생산물에서 주식의 배당으로 옮겨 간 겁니다.
현재 자본주의는 봉건시대 부의 대물림과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것은 록펠러부터 시작됐죠. 록펠러는 이미 봉건시대의 사회 시스템을 전부 파악한 것으로 보입니다. 자본주의 시대의 생산수단은 기업이며, 기업을 지배하는 것만이 부의 대물림이 됩니다.
하지만 자본주의 시대에는 상속세라는 문제가 있습니다. 상속세를 내면 부의 대물림이 일어나지 않고 거액의 상속세를 내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신분의 고착화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록펠러는 재단을 만들어 자신의 재산을 재단에 출연하고 재단의 모든 직책을 자식들이 자리하도록 하면서 자식들에게 대물림과 상속세 없이 자식들이 잘 살게 했죠.
록펠러 재단(Rockefeller Foundation)은 미국의 자선 단체이며, 민간단체입니다. 본부는 미국 뉴욕에 있죠. 석유 재벌이 된 백만장자 존 록펠러는 앤드류 카네기의 저서에 영향을 받아 자선사업을 시작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뜻으로 1913년 록펠러 재단이 설립됐죠. 자선 단체 순위에서는 세계 최대 규모이며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NGO 가운데 하나로 꼽힙니다. 지난 2009년 기준 재단의 기금은 330억달러에 이르죠.
록펠러 이후에는 빌 게이츠가 재단을 만들었죠. 빌 앤 멀린다 게이츠 재단입니다. 그리고 워렌 버핏도 그 재단에 자신의 재산을 출연했습니다. 페이스북의 저커버그도 자신의 전 재산을 재단을 설립하는데 쓰겠다고 했죠.
그러니 이것이 부의 대물림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멍청한 자손들이 생산수단을 팔아먹을 여지를 완전히 없애는 동시에 그의 이름과 가문이 후대에 이르기까지 하는 대단한 설계입니다.
그럼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우리나라에서는 이 같은 방법이 편법증여라고 해서 금지되고 있습니다. 아마도 우리나라의 자산가는 이러한 방법을 하려면 미국으로 이민을 가는 수밖에 없겠죠.
이번에 트럼프는 법인세 감세와 더불어 상속세 폐지에 관한 법을 통과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상속세 폐지가 미국에서 일어난다면 전 세계에서 동시에 상속세 폐지가 일어나는 후폭풍이 생겨날 것입니다. 왜냐하면 미국이 상속세 폐지가 되는 순간 자본가들은 미국으로의 이민을 가려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로 인해 모든 국부는 미국으로 빨려 들어가고 그 영향을 받지 않으려면 모든 나라는 상속세 폐지를 안 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럼 앞으로 우리는 어떤 일을 해야 할까요. 산업혁명 이전의 유일한 생산수단인 토지를 사 모아야 하겠습니까. 아닙니다. 토지는 도시화의 결과물일 뿐입니다.
즉, 토지는 제조업 공장이 많이 들어설 공단을 조성하는데 필요해 국가에서 이를 수용했습니다. 토지의 상승이 일어났고 그 주변에 출·퇴근 할 수 있는 거리에 공장에 근무할 근로자들의 숙소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신도시가 생겨났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세계화의 영향으로 도시에 산업단지가 생기지도 않고 대규모 신도시가 생기지도 않습니다. 그러니 토지의 공시지가는 올라가도 토지의 보상이 대규모로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희박해졌죠. 그건 우리나라의 특수성인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의 이동이 일어난 세계 유일의 나라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겁니다. 결국 토지의 상승도 산업혁명의 결과물인 기업이 그 근원인데, 기업이 더 이상 국내에 공장을 짓지 않으니 토지의 상승이 일어날 리 만무합니다.
산업혁명 이후의 생산수단인 우량한 기업의 주식을 사 모으는 것만이 사노비, 공노비에서 벗어나는 길입니다. 다시 말해, 생산수단인 주식은 사고파는 것이 아닌 모으는 것이죠. 우량한 기업이란 세계적으로 우량한 주식을 사서 모으는 것만이 유일한 길이며 그 기업들도 생각 보다 훨씬 많이 오릅니다. 1년에 40% 이상 오르는 주식도 허다하죠. 그리고 그 외에 굉장히 많이 오르게 되는 앞으로 유망한 주식을 사 모으는 것도 자본가가 되는 빠른 길입니다.
록펠러 재단과 같은 것이 앞으로 많이 생기면 아마 자본주의도 신분사회가 될 것입니다. 겉으로는 부의 사다리 운운해도 그 사다리는 더 가늘어지고 끊어지게 되겠죠. 그리고 지금은 아주 중대한 변곡점에 서 있어서 유리합니다.
석유 자본의 시대가 가고 신재생에너지의 시대가 오고 있으며, 중국은 선진국에 진입하고 내수 시장이 커질 겁니다. 노령 인구는 늘어 가는데, 그들 중 20%가 80%의 부를 차지하고 있으니 바이오 시대가 올 것입니다.
항상 우리가 잊고 살고 있는 인간의 욕망에 기댄 기업의 성장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니 시간이 없습니다. 지금부터 당장 시작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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