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이란 이름에 가려진 유해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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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이란 이름에 가려진 유해물질

스카이데일리 기자수첩

유은주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2-27 23:53:19

최근 겨울철 필수품 전기매트·전기장판서 발암물질이 무더기로 검출되며 소비자들의 공분을 샀다.

지난달 한국소비자원은 합성수지제 전기장판류에서 유해물질이 물질이 다량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합성수지제 전기장판류에 대한 유해물질 함유 시험 결과, 18개 중 15개(83.3%) 제품의 매트커버에서 DEHP와 BBP 같은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검출됐다.

DEHP는 플라스틱을 부드럽게 만들 때 쓰는 첨가물로 생식기능을 떨어뜨리고 내분비 계통을 교란시켜 간암을 유발한다고 학계에 보고돼 있다. 유럽에선 사용이 금지된 환경호르몬이기도 하다.

일부 제품의 경우 업계가 자율적으로 붙이는 친환경마크까지 달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친환경마크의 배신 사례가 언론에 자주 노출되다 보니 이제 소비자들은 ‘친환경’이란 기업들의 말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리게 됐다.

애초부터 화학물질과 친환경이란 단어를 함께 쓰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화학물질을 기술을 통해 덜 유해하게 만들 수는 있어도 무해힐 순 없다는 것이 환경단체들의 주장이기도 하다.

실제로 최근 전라남도 LG화학 나주공장 증설 추진 과정에서도 친환경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회사 측은 ‘친환경 가소제’를 증설하는 것이며 환경부에서 정한 기준치 이내로 유해물질이 배출되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친환경가소제는 환경호르몬 의심물질인 프탈레이트를 원료로 하지 않거나 원료로 하고 있더라도 최종 산물이 규제물질이 아닌 제품이다.

하지만 인근 주민들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길에서 만난 한 나주시민은 “수증기인지 매연인지 관련 기관에서 매일 점검을 하는 것도 아니고, 비오는 날 폐수를 내보내는지 안 내보내는지 어떻게 우리가 알 수 있겠냐”며 따지듯이 묻기도 했다.

공장 인근 주민들이 이러한 의심을 품게 된 이유는 종종 나는 이유 모를 ‘냄새’ 때문이다. 기자가 만난 대다수의 주민들은 이를 ‘가스냄새’라고 표현했다. 이러한 주민들의 불안함을 가라앉힐 회사 측의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LG화학 나주공장 증설계획 반대 나주시민대책위원회에 따르면 30년 넘게 주민들의 역학조사를 단 한 번도 실시하지 않았으며, 정확히 어떤 물질이 얼마만큼 배출되는지 알고 싶어 지자체에 정보공개를 요청했으나 회사 내부정보기 때문에 알려줄 수 없다는 답변을 얻었다고 한다.

LG화학 측이 전남도청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기준치 이내로 다양한 수 십여개의 유해물질이 배출되고 있었다. 이들 유해물질 중 상당수는 발암물질이기도 했다. 회사 측이 말한 친환경 공장이 정말 사실이라면, 그간 공장의 유해물질 배출기록을 공개하고,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는 것을 주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했어야 했다. 그랬다면 의심과 불안한 감정이 애초부터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회사 측은 공장증설로 인한 일자리 창출, 매출 규모 증가 등 ‘경제적 효과’과 ‘친환경 공장’을 홍보하기에 급급했다. 하지만 이제 ‘친환경’이란 타이틀로 유해물질을 가리는 것은 한계가 있다. 진실이 가진 힘을 간과해선 안 된다.

[유은주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유은주 dwdwdw0720@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