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청주 
)
#1. 최진혁(29·구의동) 씨는 쏘카를 이용할 때마다 조기반납 시스템에 불만을 갖곤 한다. 예약 시간보다 일찍 차량을 반납할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남은 시간만큼의 차액을 환불해 주는 것이 아니라 남는 시간의 50%만 포인트로 적립해 준다. 쏘카 고객센터에 여러 번 항의했지만 내부규정이라 환불은 어렵다는 답변만 돌아온다.
#2. 이유정(28·방배동·가명)씨는 지방 출장 시 매번 그린카를 이용한다. 출장 하루 전에 사전에 출장갈 지역 내에서 이용할 차량을 예약을 하는데 가끔 도착시간이 빨라지거나 늦어지는 경우가 있다. 출장 업무가 빨리 끝날 때도 있다.
출장지에 도착시간이 빨라지는 경우 예약 앞당기기 시스템을 이용해 추가요금을 지불하고 이용하면 된다. 하지만 출장지에 도착시간이 늦어질 때와 업무가 빨리 끝나는 경우 ‘예약 뒤로 밀기’나 ‘반납 앞당기기’ 같은 시스템은 없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시스템만 만들어 놓고 불리한 시스템은 쏙 빼는 것 같아 ‘갑질’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카쉐어링 국내시장 폭풍성장 이면엔 고객기만 꼼수영업 논란
카쉐어링은 예약을 통해 자신과 가까운 주차장에서 차를 빌려 타고 반납하는 제도다. 비싼 가격 때문에 한 물건을 여러 사람이 나눠쓰는 ‘공유경제’ 개념으로 2011년 국내에 처음 도입됐다.
도입 당시 6억원에 불과하던 시장규모는 2015년 1000억원, 2016년 1800억원으로 급성장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까지 5조원대로 시장규모가 대폭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카쉐어링 업계는 SK(주)가 대주주인 ‘쏘카’와 롯데렌탈이 대주주인 ‘그린카’ 등 두 곳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 1일 기준 쏘카 회원 수는 350만명을 돌파했다. 국내 운전면허증 소지자 10명 중 1명은 쏘카 회원인 셈이다. 쏘카는 전국 3200여개 쏘카존, 8500여대 차량을 확보하고 있다. 그린카는 회원 수 270만여 명, 그린존 2800여곳, 차량 5900대를 보유·운영하고 있다. 쏘카의 매출액은 2015년 487억 원에서 2016년 기준 908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그린카는 2016년 352억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47억원에 달했다.
이처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카쉐어링 업체들은 최근 자사 이익에 치중한 나머지 고객들에 대한 배려는 등한시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선불정액제를 채택한 이들 업체는 소비자가 차량을 조기 반납하더라도 차액 환불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차액 대신 지급하는 쿠폰 역시 사용기한이 최대 6개월로 한정돼 있어 소비자들에게 불리한 조항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쏘카는 소비자가 이용차량을 조기반납 할 경우 남는 시간의 50%를 자사에서 사용가능한 포인트로 보상해주고 있다. 쿠폰은 유효기간 30일, 포인트는 유효기간은 180일이다. 그린카는 조기반납 시 남은시간을 금액으로 환산한 후 100% 포인트로 보상해준다. 쏘카나 그린카 모두 포인트를 차량 이용 시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그린카 포인트는 유효기간이 30일에 불과하다.
소비자들 “조기반납 현금환불 거부는 업체 횡포” vs 쏘카·그린카 “내부규정 따랐을 뿐”
카쉐어링 업체들의 꼼수 영업에 소비자들의 원성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정우(24·신림동·가명)씨는 “친구들과 단체로 놀러갈 때 쏘카를 이용하는데 가끔 반납 예정시간보다 2~3시간 빨리 돌아올 때도 있다”며 “이런 경우 포인트로 대신 환불 해주는데 100% 주는 것도 아니고 사용기한도 짧아 사실상 환불을 거부한 것과 같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쏘카 이용요금은 크게 선불정액제인 차량대여 요금과 후불제인 주행요금(주행한 거리만큼 차량반납시 별도로 내는 비용)으로 나뉜다”며 “조기반납을 했을 때는 주행요금에 조기반납 시간만큼 할인을 적용해 결제가 되도록 하면 이용자들의 부담이 줄어들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석준(30·사당동)씨는 “고객센터에 문의를 해봤는데 내가 대여한 시간동안 그 차량을 다른 사람이 이용하지 못 해서 현금 환불은 불가능하다는 대답을 들었다”며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핑계라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내가 빌려 타던 차를 조기반납 하면 예정 반납시간과 조기반납 시간 사이에 공간이 비는데 그땐 다른 사람이 이용할 수 있지 않은가”라며 “기업들이 손해 덜 보려고 꼼수부리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쏘카 자동차대여약관에 따르면 회원이 예약된 반납 예정 시간보다 일정 시간 이상 먼저 자동차를 반납해도 사전 예약한 시간만큼의 서비스 요금이 부과된다. 바로반납 기능을 사용해 반납 처리하는 경우 잔여 기간에 따라 쏘카 쿠폰 또는 크레딧(포인트)으로 지급한다.
그린카의 경우 회원이용약관 제24조(자동차인수와반납) 제9항에 ‘사용자가 예약된 반납 예정 시간보다 일정 시간 이상 먼저 자동차를 반납해도 사전 예약한 시간의 요금이 부과된다’고 명시돼 있다.
쏘카 관계자는 “A라는 소비자가 최초에 차량을 5시간 예약하고 3시간만 이용 후 반납을 하더라도 시스템상으로는 남은 2시간 동안도 해당 차량을 다른 고객이 이용하지 못 한다”며 “쏘카 바로반납 포인트 지급 시스템은 중도 반납으로 인한 환불의 개념이 아니라 조기반납 하는 것에 대해 보상의 개념이다”고 말했다.
이어 “숙박업소 객실을 이용하기 위해 체크인을 하고 이용시간을 다 채우지 않고 중도에 퇴실을 하더라도 환불을 해주지 않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다”고 덧붙였다.
그린카 관계자는 “고객이 차량을 최초에 대여한 시간동안은 다른 고객이 예약을 못 하기 때문에 조기반납을 하더라도 보상을 해주지 않아도 되는 부분이다”며 “조기반납을 해준 고객에 대해 보상 개념보다는 혜택을 주는 것이고 남은 시간에 대해 현찰을 지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공정위 “해결기준 보다 약관 우선 적용”…국토부 “논의하겠다”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분쟁 해결기준’에 따르면 ‘대여기간 중 계약해지로 인한 피해, 소비자 귀책사유로 인한 중도 해지 시 잔여기간 대여요금의 10% 공제 후 환급이라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공정위 소비자분쟁 해결기준은 법적인 효력이 없다. 회원가입 시 또는 자사 홈페이지에 약관으로 고지를 해뒀다면 약관이 우선 적용된다.
이태령 공정위 소비자정책과 사무관은 “소비자분쟁 해결기준은 계약 당사자 간의 분쟁이 발생했을 때 합의를 원만히 해결하기 위한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기 위한 것이다”며 “하지만 사측이 약관을 명시해 뒀다면 약관이 우선적으로 적용된다”고 밝혔다.
이 사무관은 “약관을 명시해 뒀다면 이용자와 사측이 모두 약관에 동의를 했다고 볼 수 있다”며 “자유로운 의사에 기반 한 민간 개인들 간의 계약에 대해선 국가가 임의로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다”고 덧붙였다.
공정위 소비자상담센터 관계자는 “카쉐어링 조기반납과 관련해 포인트나 쿠폰 지급 등의 내용을 홈페이지나 약관에 명시해 뒀다면 소비자와 사측 양 당사자 간의 합의하에 계약이 이뤄진 것이다”며 “남은 시간에 대해 현금 환불을 해 주지 않는 것에 대해 부당하다고 공정위가 개입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카쉐어링 측에서 비교를 하는 숙박업은 공정위에서 고지한 규정이 있다”며 “카쉐어링은 숙박과 비슷하긴 하나 현재 당장 마련된 기준이 없는 게 현실이다”고 밝혔다.
김연우 국토교통부 신교통개발과 주무관은 “카쉐어링 조기반납 관련해서는 문의가 처음이라 정확히는 모르겠다”며 “국토부에서 단독적으로 말을 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카쉐어링 조기반납 약관이 사측에 유리하게 작성 돼 있으면 공정위에서 시정조치는 할 수 있다”며 “지금 당장 정확한 대답을 하기 힘들고 차후 공정위나 관련부서와 협의를 해야 할 사안인 것 같다”고 밝혔다.
[제갈민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1
감동이에요1
화나요1
슬퍼요1
대하역사소설 ‘우리나라 삼국지’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