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등골 휘는데…은행은 축제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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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범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3-05 00:24:29

지난해 국내 가계부채가 규모가 1450조원을 넘어섰다. 역대 최대치다. 부채 상환능력이 양호한 편이라곤 하지만 우려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글로벌 경제가 긴축 기조에 들어선 데다 시중금리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가계부채가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시한폭탄과 다름없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가계부채 증가세를 견인한 곳은 은행이다. 지난해 말 기준 가계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720조원으로 전체 가계부채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덕분에 국내 은행들은 지난해 화려한 실적을 거둬들였다. 무려 11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올리면서 7년 만에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문제는 은행들이 금리상승기를 틈타 예대금리차를 벌리는 방식으로 이자장사에 나섰다는 점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평균 대출금리는 3.23%였던 반면 예금금리는 평균 1.20%로 예대금리차가 2.03%에 달했다. 2016년 평균 예대금리차가 1.95%임을 감안하면 1년새 0.08%포인트 더 상승한 수치다.

상황이 이런 만큼 서민들은 빚에 허덕이는데 은행들은 ‘땅 짚고 헤엄치기 식’ 이자 장사로 손쉽게 배를 불리고 있다는 비판어린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은행들은 최근 몇 년간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가산금리를 올리는 방식으로 손쉽게 수익을 올려왔다. 기준금리가 내려갈 땐 가산금리를 낮추지 않다가, 기준금리가 오르면 발 빠르게 인상하는 식의 영업이 대표적이다.

금리상승기에 예대금리 차이가 벌어지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이 금융당국의 설명이지만, 그간 시중은행의 전당포식 영업으로 일관해왔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은 외면하겠다는 처사나 다름없다. 가산금리 투명성 제고가 이뤄진 뒤에야 은행의 예대금리차 확대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비춰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중은행들은 가산금리 산정 기준을 업무상 비밀이라는 이유로 비공개로 일관해왔다. 그간 은행들이 ‘전당포식 영업’을 이어갈 수 있었던 비결이나 다름없다. 은행이 가진 공적인 성격은 외면한 채 다분히 수익성 향상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어린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실적 개선에 성공한 은행들이 지난해 성과급으로 전년 대비 2배 늘어난 금액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나 비판 여론이 쏟아지고 있다. 가계 빚에 허덕이는 서민들의 고통과 은행들의 성과급 지급 규모가 비례한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든 탓이다.

국내에서는 최근들어 대두되기 시작한 포용적 금융이 세계에서는 이미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선 포용적 금융이 필수라는 인식이 자리잡으면서 금융개혁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

금융은 여타 산업과 달리 서민지원과 사회적 책임 이행이라는 공적 역할까지 떠안고 있다. 미국 금리 상승이 코 앞으로 다가오면서 당장은 아니더라도 국내 시중금리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이 가진 공적 역할에 대한 필요성이 어느때보다 높아진 만큼 시중은행들이 ‘포용적 금융’의 함의를 돌이켜보길 바란다.

임현범 hby6609@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