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 재당첨 제한’ 예외조항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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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해성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3-09 10:39:55

지난해 10월 24일 8·2대책에 대한 후속조치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이에 따라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 사업에서 조합원 분양이나 해당 아파트의 일반분양에 당첨된 경우 5년간 재당첨이 금지됐다.

과천 주공 7-1단지를 재건축한 ‘과천 센트럴 푸르지오 써밋’도 여기에 속했다. 1317가구 중 총 575세대가 일반분양분으로 나왔다. 대우건설이 시공을 맡은 이곳은 인근 아파트 분양권 시세보다 낮게 측정돼 분양 당시 ‘로또 아파트’로 불렸다. 과천시 역대 최고 분양가인 3.3㎡당 3000만원을 넘었지만 14.88대 1의 청약경쟁률을 보일 정도로 수요자가 몰렸다.

당첨자들은 내 집 마련에 대한 꿈을 안고 계약일 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청약신청 당시 듣지 못했던 지하 쓰레기 집하장이 한 동의 아파트 아래로 들어온다는 소식을 들어서다. 거기에 악취·소음 등이 발생할 수 있는 배기구 역시 해당 아파트에 설치될 예정이다.

해당 동의 입주예정자들은 입주공고문 뿐만 아니라 모델하우스, 분양홍보물 등에서도 그러한 사실을 전혀 듣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이 더욱 분통을 터뜨렸던 이유는 분양사인 대우건설 태도 때문이었다. 대우건설은 지하 쓰레기 집하장의 경우 부대시설이기 때문에 공지할 필요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법적인 문제가 없으니 싫으면 계약을 하지 말라는 식의 태도는 입주예정자들의 공분을 샀다.

한 입주예정자는 “내 아파트 지하에 15개 동 아파트에서 나오는 쓰레기들이 모두 모이는 집하장이 들어서는데 상식적으로 민감하게 생각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있나”며 “이를 알고도 분양 후 나 몰라라 하는 것은 명백한 ‘사기분양’이다”고 강조했다.

반발이 심해지자 대우건설은 부랴부랴 계약서에 관련 내용을 명시했다. 하지만 입주예정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계약을 해야 했다. 계약을 하지 않는다면 향후 분양되는 아파트에 대해 5년간 재당첨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일부 당첨자들은 이러한 불이익을 감수하고 계약을 포기하기도 했다.

투기 과열을 잡겠다는 정부의 의도는 이해하지만 당첨 후 계약을 하지 않아 아무런 이익을 받지 않는 이들까지 똑같은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성급하게 마련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경쟁으로 인한 실수요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면 예비당첨자를 두면 되고 다주택자들을 규제하기 위함이라면 청약당첨 후 계약여부를 확인해 제한하면 된다.

대우건설의 입장처럼 지하 쓰레기 집하장이 소비자들에게 명시할 의무가 없다면 앞으로 분양될 아파트에서 비슷한 논란은 또 다시 발생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청약제도를 수정하거나 예외 조항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피해는 고스란히 내 집 마련을 꿈꾸던 서민들에게 돌아올 것이다.

[길해성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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