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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시성 앞 주필산 전투에서 용문(龍門) 출신 설인귀(薛仁贵)가 이상한 옷을 걸치고 크게 소리치면서 고구려 진영을 유린할 때 당나라 군대가 공격하니 고구려군 3만명이 죽었다. 설인귀는 산에서 이 싸움을 지켜보던 당 태종의 눈에 띄어 유격장군으로 발탁됐다. 설인귀는 그 때부터 그 이름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설인귀의 맹활약으로 결국 고연수와 고혜진이 약 3만7000명의 고구려 병사들을 거느리고 항복을 하게 된다. 그러자 당 태종은 항복한 고구려 장수에게 각각 홍려경과 사농경이라는 벼슬을 내렸다. 이 때 노획한 말이 5만 필, 소가 5만 마리, 명광개가 만 벌 등이었다고 중국 사서를 인용한 ‘삼국사기’에 기록돼 있다.
고구려를 멸망시킨 설인귀의 고향은 어디인가.
강주 용문 출생인 설인귀(薛仁貴)는 당나라 초기에 가장 유명한 장군 중 하나다. 645년 당 태종의 요동정벌 때 안시성 전투에서 공을 세워 유격장군으로 발탁됐다. 668년 나당연합군에게 고구려가 패망하자 당나라가 설치한 안동도호부의 수장으로 임명됐다. 그의 고향 강주 용문은 황하와 분하가 만나는 지점인 지금의 산서성 남부 하진시 직산현 수촌이다.
그러한 설인귀에 대한 전설이 우리나라에도 전해오는 곳이 있다. 서울 근교 5악의 하나로 불리는 파주 감악산(紺岳山)이 바로 그곳이다. 그 부근마을에서는 설인귀가 감악산 인근 적성 주월리에서 태어나 당나라 장수가 되었다고 전해진다. 감악산 정상에는 진흥왕순수비와 모양이 비슷한 비석이 하나 세워져 있다. 이 비석은 일명 설인귀 비석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조선 명종 때 의적 임꺽정이 관군의 추적을 피해 숨어 있었다는 임꺽정 동굴을 일명 설인귀 동굴이라고도 한다. 고구려를 치러 온 설인귀가 이곳에서 진을 쳤다는 이야기가 전하는 것이다.
이는 일제 초기의 문헌에서 처음 보인다고 한다. 1918년에 발간된 ‘조선지리’에서는 봉암사를 소개하면서 이 절이 바위로 된 굴속에 있는데 설인귀가 혈거한 곳이라고 전해진다고 소개했다.
‘고려사’, ‘신증동국여지승람’, ‘적성군지’등을 종합해보면 감악산은 신라 때부터 작은 제사를 지내는 곳이었다. 현종 2년(1011년) 거란병이 장단악에 이르렀는데 감악산 신사에 군마가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해 거란병이 두려워 감히 진격하지 못했다고 한다. 민간에 전하길 신라인들이 당나라 장수 설인귀에게 제사지내고 산신으로 삼았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또한 ‘세조실록’에는 “권람이 병이 들어 감악에서 기도하는데 비바람이 몰아쳤다. 권람이 산신에게 ‘감악산 산신이 당나라 장수(설인귀)라고 하지만, 저는 일국의 재상입니다. 그러니 설인귀와 맞먹어도 되는 게 아닙니까.’라고 말하자, 화가 난 무당이 ‘그대가 감히 나와 버티는데 돌아가면 병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렇듯 감악산 설인귀 이야기는 조선왕조와 일제 때 조작된 반도사관의 결과다. 설인귀가 태어난 산서성 용문이 어떻게 경기도 파주 적성이 될 수 있으며, 당나라에서 활동했던 설인귀가 어떻게 파주 감악산에 와서 활동할 수 있단 말인가.
이는 중화사대주의에 마취된 조선왕조가 대륙을 지배했던 우리의 역사 강역을 한반도 내로 축소시키는 한심한 작태라 아니할 수 없다.
토굴로 된 설인귀의 고향집이 안시성에서 그리 멀지 않은 용문(현재의 하진시 직산현)에 있었기 때문에 그가 안시성 전투에서 갑자기 나타날 수 있었던 것이다. 그의 고향에는 설인귀가 당나라로 들어가기 전 18년 동안 살던 토굴집이 아직도 그대로 남아 있다. 당시 안시성은 고구려 땅이었기 때문에 설인귀는 당연히 당나라 사람이 아니라 원래 고구려 사람이었던 것이다.
이민족 장수로 알려져 있는 설인귀는 북위의 명장 설안도의 6대손이니 탁발선비족일 가능성이 크다. 명문가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그의 대에 이르러 완전 몰락한 가문이었다. 가난한데다가 희망마저 없자 설인귀는 조상 묘를 이장하려고 했다.
그러자 아내 유씨가 “능력 있는 사람이라면 기회를 잘 잡아야 합니다. 지금 당나라 황제가 친히 요동정벌을 한다고 하니 장수가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당신은 무예가 뛰어나니 군에 들어가 공을 세우는 게 좋겠습니다. 이장은 성공 후 나중에 고향에 돌아와서 해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고 충고했다고 한다. 그는 출세방법으로 자신이 살고 있던 고구려 대신 당나라를 택했던 것이다.
또한 설인귀는 중국 경극의 여러 작품에서 당 태종이 연개소문에게 쫓기다 항복하기 직전에 그를 구해주는 인물로 묘사되고 있다. 그는 당 태종을 구한 공으로 당나라에 들어가 장군이 되어 나중에 조국 고구려를 멸망시킨 후 안동도호부의 수장이 되어 고구려 유민들을 지배했던 것이다. 그가 안동도호부의 수장이 된 이유는 그가 고구려에 대해 잘 아는 고구려 출신이었기 때문이지 다른 이유가 없다.
설인귀가 당나라로 들어간 후 혼자 남은 부인이 출산한 아들이 장성해 아버지를 찾아 당나라로 들어갔고 설인귀 부인은 혼자 토굴에서 살았다고 한다.
당나라에서 활을 가장 잘 쏘는 설인귀가 한 젊은 청년을 보았는데 활솜씨가 워낙 출중해 그 청년 때문에 자신의 지위가 흔들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껴 죽이게 되는데 당시에는 자기 아들이라는 사실을 몰랐고 나중에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의 고향 하진시 직산현 부근에 있는 산서성 남부 운성시 신강현에는 아직도 설인귀의 유적이 여럿 남아있다. 설인귀가 군대를 움직였다는 기념탑도 있고, 전승기념물인 경관을 허문 자리에 설인귀가 세웠다는 백탑도 있다.
또 당 태종을 기리는 사당인 진왕묘(秦王廟)까지 있다. 이렇듯 설인귀에 대한 유적이 많고 또 가까운 곳에 설인귀의 고향까지 있으니 산서성 운성시 신강현에 당시 안시성이 있었다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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