얌체 설계사로 인한 피해…회사는 나 몰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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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용의 ‘바른 보험’

고의성 다분해도 증거없어…피해 책임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김덕용 필진페이지 + 입력 2018-03-11 23:31:40

버선목이라도 뒤집어 봐야 하는 것일까. 보험가입 후 당하게 되는 피해사례들을 상담하다 보면 제일 먼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속담이다. 필자가 본업에 종사해온 만 7년 정도의 시간 동안 억울함을 토해내듯 답답해하는 소비자들이 줄어들지 않고 있어 너무 안타깝다. 이 중 가장 흔한 사례로 꼽히는 것이 바로 비양심적인 설계사로 인해 받게 되는 보상 피해들이다. 이 경우 대부분 보험사고 발생 후 보상을 진행할 때 알게 되는 터라 어디 하소연할 때도 없고 보험회사 측에 민원을 제기한다 할지라도 회사가 잘못한 것이 아닌 보험설계사가 잘못한 것이기 때문에 회사입장에서도 어쩔 수 없다는 입장만 내놓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럼 당연히 그 책임은 소비자가 지게 된다.

그 동안 많은 상담을 하면서 보험설계사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민원에 대한 보험회사의 시스템이 정말 잘못됐다고 생각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런데 얼마 전 보험회사의 부끄러운 민낯을 보여주는 상담을 접할 수 있었다. 이 사례만 보더라도 보험설계사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 보험회사의 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하고 어처구니가 없는지 알 수 있다.

상담을 주신 분은 약 1년 전 본인의 어머니를 위해 의료실비보험 하나를 가입했다고 밝혔다. 당시 해당 보험설계사에게 어머님의 건강상태 이상유무를 상세히 설명했는데 가입하는데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답변을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얼마 전 진행한 보험금청구과정에서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보험회사로부터 전해 들었다. 보험계약 해지 소식이었다. 사유는 알릴의무사항 위반. 말 그대로 질병을 속이고 가입했으니 보상을 해줄 수 없고 계약 또한 무효라는 것이다. 이에 보험설계사에게 자초지종을 묻기 위해 연락을 취했으나 연락이 닿질 않았다. 회사를 관둔 것이다.

보험회사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회사의 책임이 아니라는 말뿐이었다. 회사입장에서도 담당설계사가 연결이 되지 않아 사실여부 확인이 어려운 상황에서 고객의 말만 믿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고객은 가입과정에 대한 억울함을 뒤로한 채 그 동안 납입한 보험료라도 돌려달라고 얘기하였다. 하지만 이마저도 보험회사로부터 외면당했다. 보험설계사가 잘못한 것을 왜 회사에서 책임을 져야 하냐는 입장이었다. 언제는 소비자의 말만 믿을 수 없다고 하더니 도저히 앞뒤가 맞지 않는 답변이었다. 이 민원은 아직까지도 해결되지 않고 몇 달 째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이와 같은 민원사례는 주변에서 정말 심심찮게 찾아 볼 수 있다. 소수의 얌체 같은 보험설계사들이 보험계약만 넣고 수당을 챙긴 뒤 이 회사, 저 회사를 메뚜기 마냥 이직한다거나 다른 일로 전향을 하기 때문에 생기는 민원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보험회사는 늘 같은 방식으로 대응해오고 있다. 개선되는 것은 전혀 없다. 본인들은 충분히 교육했고 지침을 내렸다고만 한다. 그러니까 보험설계사와 직접 문제를 해결하라고 한다. 증거가 있으면 충분히 수긍을 하고 해결을 해준다고는 하지만 대부분 어디에도 증거는 없다. 문제가 생기길 바라고 보험계약을 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보험회사를 믿고 있다. 그래서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보험회사는 보험료만 챙겨가고 보험금은 잘 주지 않으려고만 한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정말 많다. 불편한 진실이다. 소비자가 이렇게 생각을 하는 것에는 분명 무슨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보상을 잘해주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이 부분을 강조해서는 절대 안 된다. 기본적으로 보험은 보상을 받기 위해 가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보상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고객의 고의성이 아닌 보험설계사의 잘못된 행태로 발생한 건들에 대해서는 조금 더 보험회사가 신경을 써야 하지 않을까. 회사도 피해자라고 얘기하는 것은 말 그대로 비겁한 변명일 뿐이다. 소비자가 믿고 있는 만큼 이 부분은 내부적으로 대책을 마련해 더 이상 소비자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않는 방향으로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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