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악한 스크린 민낯, 원래 그런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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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비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3-12 07:20:10

화려한 브라운관·스크린 뒤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 ‘미투(#MeToo)’ 운동이 점화되면서다. 대중문화예술·연예산업 내 권력관계를 이용한 부당행위·성추행 등이 낱낱이 폭로되고 있는 가운데 연예인 지망생·신인 연예인 등이 주된 피해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부·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따르면 2016년 초·중학생들의 희망직업 순위에서 ‘가수’가 초등학생 사이에서 7위, 중학생 사이에서 9위 등을 차지했다. 연예인은 10대들의 선망 직업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예전에 비해 지원자 또한 많고 이들의 활동 범위 또한 상당히 넓어졌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들은 ‘을 중의 을’이 될 수밖에 없다. 연예산업 특성상 최고 권력집단 방송사·제작사·매니지먼트사 등과 업계 권위자로 꼽히는 감독·PD·작곡가 등으로부터 선택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이들에게 지망생을 추천하고 소개료를 챙기는 이른바 ‘에이전시’·‘캐스팅디렉터’ 등의 중간 관계자 또한 얽혀 있다.

이러한 선택 권한이 있는 권위자에게 잘 보여야 드라마 출연·데뷔 등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보니 출연료 부당 지급과 같은 금전적인 문제나 성비위 등에서 자유롭지 못한 실정이다. 한 연기자 지망생은 출연 1회 당 7~10만원으로 계약된 드라마에 단역으로 출연하고 단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자신을 해당 드라마에 출연시켜준 캐스팅디렉터가 경비 등을 이유로 출연료를 가로챈 것도 모자라 이를 ‘현장실습으로 생각하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2013년 문화체육관광부가 고시한 ‘표준출연계약서’와 현행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 등에는 엄연히 출연료 지급 원칙·촬영시간 제한 등이 나와 있다. 그러나 이는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많다.

의무사항이 아닌 권고사항이다 보니 방송·제작사가 사측에 유리하도록 계약서의 조항을 추려 계약을 진행한다는 증언이다. 기회를 잡기 위해 지망생과 신인들은 이에 함부로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다. 유명 감독·작곡가의 눈 밖에 나거나 캐스팅디렉터가 ‘쟤랑 일 같이하기 힘들다’고 감독에게 귀띔 한 번 만 하면 그 지망생은 순식간에 출연 기회를 잃는다.

말 그대로 ‘업계에서 찍히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엔터테인먼트산업을 포함한 대중문화예술은 산업화된 지 오래되지 않았다.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 보니 권위 있는 예술가 혹은 ‘거장’ 몇몇의 입김으로 업계가 굴러가는 실정이다.

한 공연·무대 관계자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무수히 많다”면서도 “업계에서는 워낙 오래되고 자주 일어나는 일이라 미투가 계속된다고 과연 바뀔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무력감을 내비쳤다.

어느 업계의 일이든 ‘원래 그런 것’은 없다. 잘못됐다면 바로잡아야 한다. 엄연히 방송·제작사라는 가해자와 지망생이라는 피해자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관행을 이유로 이를 묵인한다면 가해자의 편을 들어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지망생들이 꿈을 빌미로 이용당하지 않고, 눈치보지 않으며 꿈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어른이자 업계 권위자의 의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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