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층 배신한 정용진의 스타벅스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데스크칼럼

청년층 배신한 정용진의 스타벅스

스카이데일리 칼럼

김도현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3-15 07:39:44

서울의 반세기는 확장의 연속이었다. 최초엔 행정구역의 폭을 넓혔다. 그리고 행정구역을 유지한 채 그 권역을 키웠다. 엄연한 시·도 경계선 탓에 경기·인천지역을 아울러 수도권이라 부르고 있지만 실상은 앞서 비약적인 서울의 확장이었다.

도시의 변화는 생활의 변화를 일으켰다. 가족단위가 작아지기 시작했다. 4인 가족이 대세로 자리 잡을 때쯤 비록 거리는 멀지만 쾌적한 환경을 쫓겠다며 신도시 이주 붐이 일었다. 그들이 떠난 도심 인근의 인구밀집지는 오늘날 1인 가구 밀집지로 새로 재편됐다.

거주지를 선택함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고려되는 점은 역시 출퇴근이다. 자연히 지하철역과의 거리가 집값과 집세를 좌우했다. 자연히 이를 중심으로 유동인구가 몰려 상권의 발달을 키웠고 ‘역세권’이 대두됐다. 하지만 이 역시 변한다. 가구규모가 감소하면서 이른바 생활편의시설의 존재유무가 새롭게 중요시되고 있다.

그런 변화의 관점에서 ‘스세권’은 다소 의문을 가질만 한 대목이다. 스세권이란 거주지 주변에 커피전문점 스타벅스가 있다는 것을 역세권에 빗대 표현한 신조어라 할 수 있다. 단순 생활편의시설의 존재만이 중요했다면 커피전문점 자체를 일컬어 ‘커세권’이어야 했다. 엄밀히 말하자면 커피의 경우, 더더군다나 스타벅스 커피의 경우 생활에 필수적인 요소가 아님에도 말이다.

소형가구의 특성을 살펴봐야 한다. 청년층으로 대표된다. 이들에게 스타벅스란 일종의 상징적인 공간이다. 그들이 도시라는 공간에서 성장하는 동안 스타벅스도 우리 시장에서 성장을 거듭했다. 또, 스타벅스의 성장은 곧 커피마시는 공간의 개념을 탈바꿈시켰다. 커피는 잔에 담아 거리에서 마시고 커피숍에서는 노트북을 켜고 책을 읽는 분위기가 정착됐다.

그래서 청년층에, 특히 소형가구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20·30대들에게 스타벅스란 이 세대만을 위한 일종의 문화 자체라 할 수 있다. 이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매장 수가 급증했고 2016년 국내시장 진출 후 사상 첫 연매출 1조클럽에 가입했다. 지난해 역시 전년을 뛰어넘는 매출액을 기록할 전망이다.

구매력이 높은 기성세대가 아닌 비교적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청년들이 일으킨 브랜드, 적어도 그것이 이 땅 위의 스타벅스다. 미국의 스타벅스를 국내에 유치한 이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었다. 1999년 7월 국내에 처음 스타벅스를 40명의 직원을 바탕으로 1호점을 출점하며 국내시장에 데뷔했던 스타벅스는 오늘날 1만3000명의 직원들이 근무 중이다.

연령·성별·학령·장애여부와 관계없는 열린채용과 100% 정규직 채용을 가치로 내건 스타벅스의 방침은 더욱 지지를 받았다. 지지층 역시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한 잔 시킨 채 노트북을 켜고 취업난에 허덕이며 이력서를 써내려가던 청춘들이었다. 하지만 청년들이 이제 속았다고 분노하고 있다.

좋은 커피, 좋은 공간, 좋은 일자리를 제공해주는 곳이라 여겼던 스타벅스가 정규직을 채용해 놓고 시급제 임금을 채택해 월 107만원을 지급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를 충격적으로 받아들이는 이들이 많다. 정규직 채용을 고집하고 경력단절여성 등 채용약자들을 품는다는 스타벅스의 실상은 스타벅스 성장의 주역들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스타벅스는 그들이 성장하는데 있어 주역이었던 청년들이 전폭적으로 지지한 문재인정부의 노동기조에 가장 적합한 모델로 제시되던 곳이었다. 스스로도 그렇게 자평했던 곳이었다. 고용의 안정성만 보장한 채 일자리의 질적 요건은 개의치 않았다는 의미로밖에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트럼프행정부 출범 뒤 법인세 최고세율이 35%에서 21%로 감면한 미국의 스타벅스는 지난해 11월 임금인상·주식성과급 지굽 등을 바탕으로 총 2억5000만달러, 우리 돈으로 약 2700억원을 15만명의 직원들에 골고루 나눠줬다. 세금감면금액의 40%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우리 땅에선 실패했던 낙수의 표본이라 할 수 있다.

당시 미국 스타벅스 측은 “직원에 투자하는 것이 우리의 오래된 경영전략 중 하나다”고 소개했다. 그렇다면 왜 우리나라에 있는 스타벅스에서는 직원을 향한 투자가 결여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내 스타벅스 운영을 총괄하는 곳은 스타벅스커피코리아다. 미국 본사와 신세계그룹 핵심계열사 이마트가 정확히 50%씩의 지분을 나눠 보유 중이다. 국내에선 신세계그룹 계열사로 분류돼있다.

직원에 투자한다는 스타벅스 본고장 특유의 경영전략이 미국 본사가 투자한 절반의 자본에 담겨있지 않았거나 신세계그룹이 보유한 나머지 절반의 지분에 애초부터 직원을 위한 개념이 없었기 때문이었을까. 정답은 모르겠지만 청년들이 키운 스타벅스에 그들 혹은 그들이 지향하는 정신은 없다.

[김도현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김도현 dh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