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함’이 가져다 준 평화와 국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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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함’이 가져다 준 평화와 국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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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강 산업경제부장·부국장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3-16 09:14:09

7세기 동아시아. 고구려와 중국의 수·당 제국은 천하의 패권의 놓고 치열한 전쟁을 벌였다.

인구 5000만명, 군사력 200만명의 수·당제국과 인구 700만, 최대 군사력 30만명에 불과한 고구려가 맞붙은 이 전쟁은 장장 60여년에 걸쳐 벌어졌다.

589년 100여년 동안 분열된 중국을 수나라가 통일하자 고구려는 곧 바로 군사를 훈련시키고 군량미를 비축하는 등 전쟁준비에 들어갔다.

중국 대륙이 하나의 국가로 통일됐다는 것은 곧 고구려와의 한판 승부가 임박했다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하늘의 아들(天子)로서 천하의 지배자를 자처하는 수나라와 천손의 나라(太王)임을 자임하는 고구려간의 전쟁은 숙명일 수밖에 없었다. 하늘의 자손이 둘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고구려는 굴복 대신 ‘누가 진짜 하늘의 자손’인지를 가리는 대결을 선택했다.

전쟁의 결과는 수나라의 참패로 막을 내렸다. 수나라는 3차에 걸쳐 고구려 원정에 나섰지만, 살수에서 몰살당하는 등 군사의 대부분을 잃었고, 국력은 쇠진해졌다. 천하의 패권을 놓고 벌인 고구려와의 전쟁에서 수나라는 결국 멸망의 길을 걸었다.

수나라에 이어 등장한 당나라 역시 천하의 주인을 자처하는 고구려와 공존할 수 없었다. 50여년에 걸쳐 고구려 원정에 나섰지만, 당 태종 이세민이 목숨을 잃을 뻔한 위기에 빠지는 등 고구려에 철저히 패배했다.

당시 세계 최강국인 수·당 제국과의 전쟁에서 고구려가 승리할 수 있었던 데는 영양왕, 고건무(후에 영류왕), 을지문덕, 연개소문 등 걸출한 인재들과 함께 천손의 자손이라는 고구려 백성들의 당당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고구려는 수·당 제국에 굴복하는 대신 대결을 선택했고, 대결에서 이김으로서 자주적인 평화를 누릴 수 있었다.

발해의 2대왕인 무왕(대무예)은 독자적인 연호를 사용하며 자주 국가임을 천명했다. 무왕은 당나라가 주변 국가들을 이용해 위협을 가해오자 당나라와의 전쟁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무왕 역시 굴복 대신 당나라와의 대결을 선택했다.

732년 당나라 동부해상의 전진기지인 산둥반도 북쪽의 등주를 선제 공격한 무왕은 당나라의 등주자사를 죽이고 등주성을 함락시키는 전과를 거뒀다. 이듬해인 732년 거란, 돌궐과 연합해 당나라를 격파했고, 지금의 하북성을 공격하기도 했다. 발해의 국제적 위상은 크게 높아졌고 장기간에 걸친 평화와 함께 나라는 번성해 갔다.

미국이 지난 2월 수입산 철강에 대해 한국을 포함해 중국·러시아·브라질·코스타리카·이집트·인도·말레이시아·남아공·태국·터키·베트남 등 12개국에 대해 53%라는 높은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데는 나름의 계산이 있었다.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은 감수하더라도, 나머지 소국(小國)들의 반발은 충분히 힘으로 누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정부는 미국의 불합리한 통상압력을 수용하는 대신 WTO 제소·한미 FTA 개정 등을 거론하며 적극적인 대미(對美) 대응에 나섰다.

이달 초 미국이 당초 관세부과안을 철회하고 ‘모든 국가에 25% 일률 부과’ 방향으로 선회한데는 한국의 당당한 대처가 한몫 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올해 1월말 미국이 삼성·LG의 세탁기 수출품목과 태양광 재품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발동을 발표하자 한국정부는 즉각 미국제품에 대한 보복관세 부과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전 정부와는 확연히 다른 한국정부의 연이은 강공대응은 주효했다.

지난 2월 9일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연기하지 말라’는 아베 총리의 요구에 대해 ‘내정간섭’이라며 단호히 대응했다. 3·1절 기념사에서 일본의 독도 침략행위를 강도 높게 경고했다.

한국정부는 미국정부의 비밀 지원 하에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의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성사시켰다. 연이어 러시아, 중국 일본에 특사를 파견하는 등 이들 국가들은 배려하는 모습도 보였다. 지금 한반도 평화문제를 한국이 주도한다는 사실에 이의를 제기하는 나라는 한 곳도 없다.

총 칼 없는 각국과의 전쟁에서 최대의 무기는 당당함과 지혜다. 스스로 우리를 지킬 수 있고, 평화를 만들어갈 역량이 있다는 사실을 우린 너무 오랫동안 잊고 살아왔다. 강대국에 대해 겁부터 먹었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들은 ‘당당함과 지혜로움을 겸비했다’는 자긍심을 가질수록 실익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한반도 평화정착과 세계 경제대국 진입 시기는 빨라질 것이다. 최근 몇달 사이 우리는 지금 이같은 사실을 목도하고 있다.

[김진강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김진강 산업경제부장·부국장 kjk5608@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