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경쟁력 뒷걸음질 친다” 경고 새겨들어야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전문가칼럼

김상철의 글로벌 포커스

일본에는 뒤처지고 중국에는 따라잡히기 직전, 안팎 평가 수용

김상철 필진페이지 + 입력 2018-03-17 15:18:43

나라 안팎의 돌아가는 사정이 너무 빨라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다. 밖으로는 모두가 자기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안방 문을 걸어 잠그고 상대에 대한 압박과 회유가 난무한다. 안으로는 우리 미래가 마치 과거 적폐청산에만 있는 것처럼 연일 북새통이다.

국론은 둘로 분열되고 국가 경쟁력은 점점 더 뒷걸음질 치고 있다. 며칠 전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가 발표한 12개 신산업 제조업 5대 강국(한국·미국·독일·일본·중국) 경쟁력 평가에서 일본이 최고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과의 격차도 계속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별로 새삼스럽지도 않지만 스마트 선박·전기차·자율차·드론 등은 오히려 중국에 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반도체 등을 제외하면 우리의 현주소는 더 초라해진다. 물론 이러한 평가가 나온 것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문제는 거듭된 경고에도 우리의 자세 변화가 크게 없을뿐더러 기업 현장의 한숨 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는 점이다.

문재인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국가 어젠다의 상단에 올려놓고 있다. 하지만 8년 만에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고용절벽의 골이 갈수록 더 깊어진다. 14조 예산을 투입했지만 일자리가 늘기는커녕 더 큰 고용불안이 닥칠 것이라는 경고음마저 들린다.

미국·일본·프랑스·독일 등 대부분 국가들의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는 것과 비교해도 우리는 OECD 국가 중 이 부문에서 거의 꼴찌 수준이다. 다른 나라들이 감세를 하고 기업 친화적 정책을 집중적으로 펼치고 있는 것에 반해 우리는 증세에 노동 친화적 정책을 펴고 있다는 측면에서 대조를 이룬다.

정부가 포용적성장이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한 치의 양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결과만 놓고 보면 낙제 수준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재정 정책으로만 일자리를 풀 수 있다는 안일하고도 미시안적 접근이 가져온 어쩌면 당연한 결과물이다. 대표적인 정책 실패가 바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다. 그 후유증이 너무 크다.

장래가 더 걱정이다.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이 경남·울산 지역 제조업에 직격탄을 날림으로써 서민 경제가 이미 휘청하고 있다. 올 들어 연초부터 한국GM의 군산 공장 철수 발표로 도 다른 지역 산업이 술렁거리고 있다. 도미노처럼 번질 조짐이다.

앞으로 더 많은 지역에서 이런 사태가 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삼성이나 애플이 주도하고 있는 스마트폰 시장의 재편이 일어날 경우 인천·안산 지역 중소 공장들의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는 경고까지 나오고 있다.

자칫 우리 제조업의 지형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풍전등화의 전운이 몰려오고 있는데도 정부 정책은 너무 아마추어적이다. 문제에 대한 진단부터 대책에 이르기까지 안일하기 그지없다. 특히 미래에 대한 예측이나 준비 측면에서 보면 거의 제로 수준이다. 속속 발표되고 있는 우리 경쟁력에 대한 내·외부 평가는 야박하지만 냉정하게 수용하지 않을 수가 없다.

과거에만 함몰될 것이 아니라 미래 위한 국가 어젠다 우선순위 수정 시급

늦었지만 국가 경제의 어젠다 순위와 일자리 창출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우선 조준 초점부터 변경해야 한다. 노동보다는 기업 쪽으로 시선을 옮겨야 한다는 충고다. 기업이 없어지고 나면 일자리는 고사하고 결국 국가경제는 파탄이 나고 만다.

글로벌하게 진행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 랠리도 엄밀하게 보면 생산성 경쟁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제조업의 혁신이다. 노동생산성은 따지지 않고 임금만 올린 국가는 모두 망했다. 이는 역사적으로도 검증된 사실이다. 혁신이라는 구호를 외치지만 모두 겉돌기만 한다.

혁신은 특정 주체들만의 전유물이 아니고 국가가 총체적으로 경주해야 하는 것이다. 요즘 중국이나 일본 등 해외를 둘러보고 와서 이구동성 쏟아내는 이야기는 “이러다가 우리가 폭삭 주저앉을 수 있겠다”는 불안감으로 요약된다. 세상이 돌아가는 방향과 다르게 역주행 한다는 의미가 틀림없다. 그럼에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점에서 무기력함을 토로하기도 한다.

세상에 큰 빚을 진 자처럼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심기가 별로 편하지만은 않다. 자고 나면 미투(MeToo)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바깥세상과 단절하고 우리 식대로만 고집하면서 살아온 우리의 민낯이다.

가면을 쓰고 대중 앞에서 성인군자 행세를 하는 자들이 너무 많다. 결국 그것도 우리가 만들어낸 풍토다. 당연히 썩은 것은 도려내야 하고 죄를 지은 자는 엄벌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국가 전체가 여기에 함몰돼 남이 어떻게 하든 눈과 귀를 닫고 있다면 이만큼 더 불행한 일은 없다.

다른 한편에서는 북핵 해결이라는 안보 이슈도 한반도를 둘러싼 시계추를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지방 혹은 중간 선거와 맞물리면서 최대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국내외 이해 당사자들이 자기 몫을 챙기기 위해 바삐 움직일 것이다.

이래저래 경제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안보와 경제는 별개 이슈가 아닌 같은 레일 위를 달리는 기관차다. 글로벌 경제 전쟁에서 도태되지 않게 혁신의 고삐를 졸라매야 한다. 또한 국가 어젠다에서 밀려나지 않도록 경계를 늦춰선 안 된다.

김상철 필진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