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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변이다.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대형 이슈들이 나라 안팎에서 줄줄이 터지고 있다. 모든 사안들이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안갯속이다. 지금 대한민국 호(號)는 암초가 어디 있는지 조차 모르는 위험한 항해를 하고 있다. 정작 배에 탄 많은 국민들은 배가 어디로 향해 가는지 관심이 없는 듯 한 분위기까지 보이고 있다.
새 정부는 국가를 개축 수준이 아닌 신축 수준으로 바꿔가면서 국민적 지지도를 높게 유지하고 있다. 이는 암초를 애써 보지 않는 듯한 태도다. 약 70%의 지지율이 유지되면서 국가 기둥을 바꾸는 사안들이 외견상으로 보기에는 일사분란하게 순항하고 있을 뿐 암초같은 것은 없는 듯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은 분명한 착시이고 나아가 교만이다.
대한민국 호가 조만간 만나야 할 3가지 운명적 암초는 △북한 인권문제 △선진국 진입 좌절 △주변 4강국으로부터의 고립이다. 이들 세 가지 암초 모두가 국가의 명운을 좌지우지하는 상상할 수 없는 폭발력을 지녔지만 왠지 무시되거나 거론조차 되지 않는 사안으로 떨어졌다.
우선 북한 인권문제를 보면 남북 또는 북미 간 정상회담 이전에 반드시 선제적으로 거론돼야 할 사안이지만 전혀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현실적으로 실질적 위협인 한반도 비핵화가 우선이기는 하지만 북한의 인권문제는 북핵 못지않게 배수진을 치고 통렬한 심정으로 다뤄야 할 중대 사안이다.
우리가 지금 운전하고 있는 한반도 화해무드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부도덕한 정권과의 ‘사죄없는 거래’, ‘대책없는 악수’라는 지탄을 받을 화근을 안고 가는 행위다. 북한 내 온갖 드러나지 않은 잔인무도한 인권탄압은 하나의 거대한 노예 감옥으로 비유된지 오래다. 이는 수많은 탈북자들의 증언을 통해 넘치게 알려진 사실이다. 또 중국 땅에서 떠도는 수십만명의 탈북자 또한 강제송환 때문에 유령신분으로 불법 인신매매와 장기적출 등의 환경에 그대로 노출돼 비참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 자체가 인권탄압이라는 거악을 철저히 은폐하는 공산당 일당 국가체제를 유지하다 보니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북한 동포의 인권유린이 극에 달하는 실정이다. 여기에 중국 정부의 강제송환 역시 북한의 인권탄압 공범행위에 다름 아니다. 강제송환자들에 대한 북한의 인권탄압은 차마 입에 담기 어렵다는 것이 탈북민들의 생생한 증언으로 나오고 있지 않은가.
이미 북한 인권에 눈 감은 사태의 역풍은 시작됐다. 북핵 지렛대로 정권연장을 기도하는 북한이 남한의 주도 또는 밑그림 아래 성공하면 살인적 압제 치하의 사선을 넘나드는 북한 동포들을 우리의 적으로 세우는 일이다. 훗날 현 정권은 그 대가를 어떻게 치를지 궁금해 진다.
현 정부의 또 하나 큰 암초는 선진국 진입 좌절이다. 이는 분배의 정의를 우선하는 현 정권의 국정지표상 단순한 사안으로 보일지 모른다. 실제로 양극화가 심해진 상황에서 선진국 진입보다 빈부격차 해소가 급한 사안인 것은 틀리지 않다. 하지만 선진국 진입 좌절은 단순한 실패가 아니라 재기가 불가능한 추락이라는 인식을 갖게 되면 사안의 중요성이 확 달라진다.
개도국과 중진국은 이른바 추종전략에 의해 성장을 일굴 수 있고 설사 실패해도 재도전 하면서 재기 또한 가능한 레벨이다. 하지만 비록 우리가 다른 나라에 비해 앞서 성공을 일궈 왔지만 전 세계 어떤 나라도 우리 수준까지 오는 것이 어렵지 않다는 것을 똑바로 직시한다면 오한이 돋을 일이다.
우리나라는 기적처럼 중화학 산업기반 토대를 깔아 전 세계가 놀란 공업대국을 이뤘다. 압축성장을 통해 전 세계 유일무이하게 가장 빠르게 선진국 문턱까지 오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10여년째 주춤하는 사이 많이 중진국들이 우리를 앞서거나 앞설 채비를 갖췄다. 수많은 우리의 경쟁국들이 대한민국 호를 추월하는 레벨로 올라서기 시작한 것이 공포스러운 선진국 진입 좌절의 다른 말이다.
현재 우리 경제위상은 그야말로 밀리면 죽는 사선(死線)이다. 몇몇 주요 경제기둥들만 무너져도 경쟁국들 때문에 복구가 불가능한 사태가 벌어진다. 그로인한 역주행이 시작되면 걷잡을 수 없는 추락이다. 냉혹하기 그지없는 국제 경제는 우리의 추락에 대해 결코 용서가 없다. 우리를 더 짓밟거나 더 짓이기는 것은 그것이 그들의 이익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국제경제의 당연한 이치다.
선진국 진입 좌절은 필사적으로 경쟁자들을 따돌려야 하는 환골탈태의 실패다.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하는 경제재건 자세가 아니면 선진국 진입은 불가능하다. 추종전략은 선진국 레벨에서 절대 통하지 않는다. 이처럼 불가능한 도약을 이루지 못하면 국가 전체가 가난의 지옥에 떨어지는 가혹한 시련을 마주한다. 자유시장의 무한경쟁과 사유재산에 대한 욕망기제를 부정한 쪽으로만 간주한 채 헌법가치를 선진국에 진입한 듯한 환상의 복지국가체제로 바꾸면 이런 엄청난 암초를 만나게 된다.
외교에서도 암초를 향한 항진이 계속되고 있다. 암초 중 가장 위험한 암초는 엄연히 존재하는 암초가 없을 것이라고 착각하는데 있다. 주변 4강 외교가 그것이다. 우리는 현재 환상적인 운전자론에 빠져 있다. 실제 남북미 대화 추진과 일사분란하게 전개되는 외교행보를 보면 운전자 외교가 언뜻 성공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남북 및 북미 간 정상회담이 성사돼도 그것은 또 하나의 큰 암초일 뿐이다.
국제사회의 냉엄한 질서는 상대적으로 약자가 운전대를 잡을 때 ‘일단 지켜본다’는 입장을 취하는 것이 보통이다. 국익을 치열하게 저울질 하는 강자들은 자신에게 조금이라고 불리한 게임이 전개되면 공격적 입장으로 전환하거나 가차 없는 공세를 가한다. 그 국익의 판단 기준은 절대적 기준이 아니라 상대적 국익이라는데 우리의 힘으로 해결불능이라는 소름을 돋게 한다. 운전을 아무리 잘해도 약자는 강대국 사이에서 모두를 만족하는 국익을 만족시키는 게임이 불가능하다.
한반도 주변 4강국에 대한 외교에서 수많은 경우의 수가 발생하고 돌발변수가 일어날 것은 충분히 예견되는 대목이다.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섣불리 움직이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진다. 우리는 4강국으로터 모두 미움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4강국이 우리를 상대로 선제적 외교행보를 해와도 그 선택을 하기가 정말 쉽지 않다. 하물며 우리를 철저히 무시하고 우리가 자신들보다 잘 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 4강국을 잘못 운전하게 되면 단 하나의 선택지도 사라지는 비극적 암초를 만난다.
이후 국익을 재단한 강자들의 빠른 잇속 챙기기이자 판가름 게임인 나눠먹기가 진행될 수 있다. 한반도에서의 전쟁이 다시 촉발될 여지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4강국에게 먹잇감을 주는 위험한 줄타기를 하는 것이 누가 봐도 분명해 보이지만 이를 간과하거나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이 작금의 외교다.
언젠가 전 세계인의 공분을 자초할 인권탄압과의 치명적 악수, 섣부른 복지향기로 복구하기 불가능한 빈국으로의 추락 행보, 용서가 없는 이리떼들을 불러들이는 주변 4강 외교는 지급 잘 보이지 않는 암초들임을 거듭 적시하고자 한다. 내부의 무한도덕률 칼날 속에 커지는 환호성들이 이들 암초를 가려 보이지 않게 한다. 양날의 칼인 권력에 의존한 도덕률의 역풍은 무섭다. 악을 잡는 환호성에 지나치게 의존하다보면 그것이 지난 뒤 우리는 어떤 더 큰 거악의 암초를 만났는지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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