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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부산이 직원 혹사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꼼수 채용을 시도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장이 일고 있다. 앞서 에어부산은 항공기승무원(캐빈승무원) 혹사 논란으로 국토교통부의 특별조사와 채용권고를 받은 적이 있다. 책임의 화살은 에어부산의 수장 한태근 사장을 향하고 있다. 캐빈서비스 분야의 전문가로서 누구보다 승무원들의 사정을 잘 아는 그가 도리어 승무원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부산(김해국제공항)을 거점으로 운항하는 저비용항공사(LCC)인 에어부산은 지난 2007년 설립됐다. 금호아사이나그룹 계열사다. 아시아나항공이 46%의 지분을 보유하며 최대주주 자리에 올라 있다. 이 밖에도 부산광역시 및 부산지역 향토기업들도 에어부산 주주에 올라 있다.
직원혹사 논란 뒤 대규모 채용, 정작 합격자는 적어…“채용 문턱 고의로 높였나” 분분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앞서 에어부산은 올 상반기 70여명, 하반기 150여명의 승무원 채용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창립 이래 최대 규모였다. 두 달 새 6명의 승무원이 실신했을 정도로 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했던 에어부산이 국토부의 권고를 받은 직후 문제 해결 차원에서 발표한 계획이었다.
승무원의 경우 단순히 객실 내 서비스에만 국한되는 직업이 아니라 비상상황 시 승객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만큼 내부 직원들은 인원이 보충된다는 사실을 크게 반겼다. 특히 인력부족으로 고강도 업무부담을 견뎌 온 승무원들의 관심이 남달랐다.
전형은 ‘서류전형→1차 면접→2차 면접→체력·수영·채용검진’ 등의 순으로 이뤄졌다. 2차 면접을 통과한 채용자는 당초 계획된 70명을 웃돌았다. 그러나 마지막 검정과정에서 탈락자가 대거 발생하면서 최종적으로 선발된 인원은 40여명에 그쳤다. 대규모 채용을 바랐던 직원들은 허탈한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익명을 요구한 에어부산 소속 한 승무원은 “40여명이 채용됐다 하더라도 매 기수마다 타 항공사 중복합격자가 발생해 10여명이 이탈하는 것을 감안하면 아마 남는 인원은 30명을 갓 넘기는 수준에 불과할 것이다”면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에어부산의 업무강도가 매우 높다는 소식이 공공연하게 퍼져 있어 예년보다 많은 인원들이 포기할 경우 30명을 넘기지 못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겉으로는 대규모 채용공고로 정부권고안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이고 뒤론 다른 생각을 한 게 아니냐는 의심 어린 시선도 나온다. 당초부터 대거 탈락을 목적으로 채용을 진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번 채용을 지켜 본 일부 직원들은 여러 가지 사례를 제시하며 의혹에 무게감을 더했다.
일부 승무원들의 주장에 따르면 수영측정의 경우 기존에는 25m 완주만 합격이었지만 이번 채용에는 시간제한이 추가됐다. 채용검진 역시 기존에 없었던 척추간격을 심사했으며 간격이 일정치 않으면 탈락시킨다는 증언도 나왔다. 사실 상 탈락시키기 위한 트집 잡기나 다름없다는 게 에어부산 내부 직원들의 전언이다.
일련의 의혹에 대해 에어부산 측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곳 관계자는 “시간제한 없이 완주가 합격 기준이었음이 틀림없다”며 “또 (척주 등)특정 부위를 강도 높게 책정한 것이 아닌 전반적인 건강상의 문제로 인해 탈락자들이 발생한 것 뿐이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승무원을 비롯한 많은 구성원이 힘들어 하는 것은 사실이다”며 “아무리 급하더라도 좋은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한 일부 승무원들은 다소 의아하다는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에어부산에 재직 중인 한 승무원은 “요즘에는 승무원 양성을 위한 학과, 학원 등이 있어 모든 지원자들의 준비상태가 훌륭하다”며 “그렇게 많은 인원이 떨어졌다는 것에 대해 의구심을 여전히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잦은 퀵턴·스케쥴 변동 등 근무환경 열악…성과급도 없어
에어부산을 둘러싼 직원혹사 논란이 확대된 계기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서였다.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두 달여 만에 승무원 6명이 쓰러졌을 정도로 일손이 부족해 고된 업무강도를 견딘다는 호소가 게재되자 많은 이들이 호응했고 결국 국토부가 사태파악에까지 나서게 된 것이다.
해당 게시글의 내용이 대부분 사실로 확인되자 국토부는 승무원 휴게시간 2시간 증가 및 추가채용 등을 에어부산 측에 권고했다. 특히 현행 국내·외 33개 노선에서 연 중 35개 노선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위해서라도 채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국토부의 지적에도 직원 처우는 변한 게 없다는 게 에어부산 내부 분위기다. 잦은 퀵턴(당일 1회 비행 후 곧바로 되돌아오는 스케쥴)과 스케줄 변동으로 인해 캐빈승무원들의 피로도가 높아져 가고 있지만 사측에서 제대로 된 대안을 마련해 주지 않는다는 불만 여론이 적지 않다.
에어부산에 재직 중인 한 승무원은 “직업 특성상 잦은 스케줄 변동은 이해하지만 너무 심하다”며 “밤 비행을 갔다가 퀵턴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고 2개 팀으로 가야하는 비행을 1개 팀으로 가는 경우도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국토부에서 여러 권고사항을 내렸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에어부산 승무원은 “승무원들이 많이 지쳐있는 게 사실이다”며 “하루빨리 신규 채용이 원활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밝혔다. 이어 “승무원 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지만 성과급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며 “이직에 대한 생각을 하는 사람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조성우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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