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은 유병자 의료실비보험…실효성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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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용의 ‘바른 보험’

도수치료·비급여주사제 보상 전무…보장범위·보험료 등 꼼꼼히 따져봐야

김덕용 필진페이지 + 입력 2018-04-09 16:10:50

고혈압과 당뇨 질환을 앓고 있고, 허리디스크로 인해 지속적인 치료를 받은 이력이 있던 A씨는 웬만해선 하나쯤은 가입하고 있다는 의료실비보험(이하 실비보험)을 미처 준비하지 못했다. 뒤늦게라도 준비하려 했지만 가지고 있는 병력으로 인해 보험회사마다 가입하기가 힘들다는 통보만 받아왔다. 하지만 이번 4월부터 유병자를 위해 실비보험 상품을 내어놓는다는 소식에 병원비를 조금이나마 돌려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됐다. 그런데 기대가 컸던 탓일까. 가입을 앞두고 조금은 더 고민을 해보기로 했다.

이 사례는 실제 필자의 상담사례다. 올해 초 유병자를 위한 실비보험출시 소식에 한껏 기대감에 부풀었던 고객들이 막상 상품이 출시되고 나니 아쉬운 소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보험료 부담여부는 갱신해 봐야 알기 때문에 그렇다 하더라도 보장이 기대했던 것 보다는 만족스럽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난 1일 드디어 유병자를 위한 실비보험이 그 베일을 벗었다. 그 동안 눈이 빠지게 기다린 고객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연락을 취해왔다. 보장은 어떻게 되며 가입을 실제 할 수 있는 건 맞는지 확인하는 문의전화였다. 하지만 대다수 고객들은 없는 것 보다는 훨씬 좋긴 하지만 다소 아쉽다는 반응이었다. 무엇보다 MRI(자기공명영상)를 비롯한 도수치료와 비급여주사제가 전혀 보상이 되질 않기 때문이다.

가입을 하는 고객의 입장에선 사실 몸에 이상이 있거나 어떠한 질환이 의심될 때 가장 많이 하는 검사 중 하나가 MRI검사인데다 요즘 치료법이 좋아져 허리나 목, 어깨 등의 통증이 있을 경우 도수치료도 심심찮게 할 수 있는데 이러한 부분이 보상이 되질 않다 보니 효율성에 의문점을 가지는 것 같다. 게다가 유병자를 위한 실비보험이기 때문에 얼마나 올라갈지 모를 갱신보험료에 대한 두려움도 한 몫을 하고 있다. 보상금액이나 보장 정도가 일반 실비보험보다는 좋지 않다고는 하지만 이제 막 출시된 유병자 실비보험의 손해율 데이터가 없다 보니 보험료 갱신에 대한 부분을 단순히 보험회사나 보험설계사의 말만 믿고 안심하기에는 무리수가 있는 것이다.

또한 자기부담금이란 부분에 있어서도 가입자들은 마냥 웃을 수 없는 것 같다. 일반 실비보험과는 다르게 입원 시 진료비의 30%를 부담해야 하고 통원치료의 경우는 처방조제(약값) 미보장 조건에 자기 부담금은 2만원으로 하루 최대 20만원까지만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대학병원을 가서 진료를 받거나 동네 의원에서 최소 초음파 정도의 의료행위는 해야 실제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니 망설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울며 겨자 먹기 식이지만 금융당국의 강요에 못 이겨 일단 상품은 출시된 상황이다. 하지만 벌써부터 효율성여부에 대한 얘기가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손해율만 가중시킬 거란 부정적인 얘기까지 나온다. 분명 유병자에게는 희소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자칫 희망고문으로 전락 하는 것은 아닐까 우려가 되기도 한다. 보험은 보상을 받기 위해 가입하는 것인데 비싼 보험료에 보상 받기가 쉽지 않다면 아무리 야심차게 상품을 내놓을 지라도 소비자들의 반응은 차가울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금융당국은 알아야 한다. 소비자의 편에 섰다고는 하지만 막상 보험회사는 소비자의 편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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