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것이 된 식스시그마 온고지신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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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주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4-09 19:01:09

온고지신(溫故知新). 옛 것을 익히고 새 것을 안다는 뜻을 의미하는 사자성어다. 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법고창신(法古創新)도 비슷한 뜻을 내포하고 있다. 두 성어 모두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기업 경영에도 적용되는 말이다. 최근 대기업들이 종이서류가 없는 전자결재를 도입하는 것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옛 방식을 보다 효율적인 방법으로 기업문화를 전환해 나가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국내 4대 대기업 중 한곳인 LG그룹 내에서 현 실정과 맞지 않는 과거에 얽매인 경영기법이 유지되고 있다는 비판이 흘러나오고 있다. 비판의 대상은 바로 ‘식스시그마’다.

식스시그마는 1990년대 제너럴일렉트릭(GE) 회장이었던 잭 웰치가 고안한 품질혁신 기법이다. 결함 발생률을 100만분의 3.4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업무 프로세스를 혁신하는 전략이다. 모토로라가 세계최초로 통계지식을 접목시키면서 산업계 전반에 크게 확산됐다. 우리나라에서도 2000년대 초반까지 대기업들이 앞 다퉈 도입하던 기업 활동 중 하나였다.

삼성전자 역시 과거에 식스시그마를 전사적으로 강조하며 전 직원이 식스시그마 전문가 단계인 블랙벨트(BB)를 따도록 독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0년대부터 상황은 달라졌다. 6시그마 사무국은 해체되고, 식스시그마의 활용도 전면 중단됐다. 통계에 얽매이다보니 창조경영의 걸림돌이 된다는 판단에서였다.

심지어 식스시그마로 인해 경영교과서로 불리던 GE조차 최근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지난해 GE 주식을 모두 팔기도 했다.

식스시그마는 측정할 수 있는 것만을 고려하기 때문에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미래의 전략을 결정하는 데 오히려 보수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다른 대기업들도 식스시그마가 기업 혁신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판단 하에 활용을 줄여나가는 추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G그룹은 식스시그마 사랑을 뚝심 있게 이어가고 있다. 1996년 국내 기업 최초로 식스시그마를 도입한 후 갈수록 그 활용범위를 넓혀왔기 때문이다. LG전자의 경우 생산·품질·구매·개발 부서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식스시그마 자격증이 있어야 진급이 되는 사내 규정을 만들기도 했다. 현재까지도 LG전자를 비롯한 LG그룹 계열사 직원들은 식스시그마 활동을 하고 있다.

현업과 동떨어진 활동으로 오히려 업무에 방해가 되고 있다는 불만이 직원들 사이에서 터져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 LG전자 직원은 “과거에 얽매인 시대착오적 활동”이라는 비판을 서슴지 않기도 했다. 과거에 좋은 것이 현재에도 계속 좋으리란 법은 없다. 시대가 변하고 있는 만큼 온고지신의 미덕에 따라 변화를 받아들이는 과감한 CEO의 결정이 필요해 보인다.

[유은주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유은주 dwdwdw0720@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