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굴기에 반도체공정 공개하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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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굴기에 반도체공정 공개하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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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현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4-11 01:40:18

지난 하루(10일)를 스쳐간 숱한 이슈들 가운데 당당히 이름을 올린 이가 한 명 있다. 자정께까지 실시간 검색어에도 이름을 올린 스타일난다 김소희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본인이 100% 주주로 있던 스타일난다를 글로벌 화장품업체 로레알에 4000억원에 매각한다는 소식이 들려왔기 때문이다.

14년 전 온라인쇼핑몰로 출발해 서울에서도 가장 많은 유동인구가 몰린다는 명동·홍대·신사 등 거점에 빌딩을 세우고 연매출 1000억원대 업체로 성장시킨 김 대표를 두고 ‘신화’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게 됐다. 창업 당시에는 쓰이지도 않던 스타트업 신화를 이룬 셈이기에 대게 모두가 공감하는 찬사라 생각된다.

‘모든’ 이라 단정 지을 순 없지만 대부분의 스타트업 기업들은 기술력과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회사를 키우고 이를 더 큰 업체에 팔기를 희망한다. 도전에 익숙한 그들은 여기서 얻은 자금력으로 보다 큰 꿈을 실현하는데 소진하곤 한다. 구글·애플·삼성전자 등 글로벌 대기업들이 기술력 확보를 위해 인수 각축전을 벌이는데 그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하는 것이다.

비록 분야는 다르지만 오늘날 스타일난다가 딱 그런 표본이 됐다. 대기업 일색인 K뷰티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몇 안 되는 스타트업 업체로 성장하고 누구나 알법한 회사에 매각했으니 말이다. 한국을 넘어 세계시장에서 인정받은 셈이며 지금도 구슬땀을 흘리고 있을 전국의 ‘제2의 김소희’들에 새로운 희망을 안겼으니 말이다.

조금 냉정하게 말하자면 김소희 대표의 매각이 찬사를 받을 수 있던 까닭은 그녀가 뷰티업계에 종사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시장규모가 커지더라도 뷰티·화장품·유통이 국가 경제의 근간이 되는 기술력이라 하기엔 다소 거리가 있다. 수출 중심적 산업구조를 띠고 있는 우리 경제에 비춰봤을 때 굳이 산업의 중요도를 따져보면 첨단기술이 응축된 제조업이 가장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자연히 첨단기술력의 매각은 비판에 직면하곤 한다. 국익이라는 이유에서다. 단순한 기술력이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경제를 부흥시켜온 경험이 있기에 비판의 대상이 된다. 침체되고 있는 조선업과 과거 세계를 누비다 해외자본에 매각된 완성차 브랜드를 바라보는 안타까운 시선의 출발점 역시 같은 이유일 것이다.

우리 기술자들이 개발했으나 국내 대기업들로부터 외면 받은 뒤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고 역수입된 사례들을 접할 때 우리 기업을 향해 이는 비판의 목소리 역시 마찬가지다. 여전히 우리에게 내수시장보다 해외 판로 개척이 중요하며 기술력과 제조업은 우리 국민의 자긍심으로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정부의 지원은 필수적이었다. 비록 일부 업체들에 특혜시비가 있긴 했으나 그런 시비 역시 성공했기에 가능한 지적이었다. 적어도 성장할 당시엔 일본이 목표였고 대부분 업종에서 이를 실현했다. 한동안 세계 정상급 지위를 누렸던 우리는 이제 일본과 마찬가지로 중국의 추격을 받고 있으며 속속 추월을 허용하고 있다.

우리와의 경쟁에서 패한 일본의 일부 제조업체들이 속속 사라져가는 것을 학습한 탓에 새로운 기술력을 확보하고 이를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그렇게 힘을 얻었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삼성전자 반도체관련 보고서 공개여부를 두고 다투는 모습은 오히려 자국이 아닌 타국을 위한 정책적 판단인 듯 해 아쉬울 따름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월 이후 삼성전자 반도체공정을 중심으로 조사한 ‘작업환경측정 결과보고서’를 최근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법원이 삼성전자 온양공장에서 재직하다 백혈병으로 숨진 노동자의 유족이 낸 소송에서 2007년부터 2014년 사이 해당 공장의 관련 보고서를 공개할 것을 지시했기 때문이다.

이는 논란의 도화선이 됐다. 고용부는 “기업비밀 침해여지가 없다”고 판단 관련 자료요청을 한 방송사와 시민사회단체에 공개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삼성전자 측이 강하게 반발하며 행정소송을 냈고 동시에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기술보호위원회 측에 국가 핵심기술인지 판단해달라는 요청까지 제기하면서 당장은 정보공개가 중단됐다.

업계도 예의주시하면서도 다소 우려 섞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법원의 공개결정은 존중받아야 마땅하나 과연 이를 모두에게 공개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그 모두에는 우리국민뿐 아니라 마음만 먹으면 경쟁업체들에게도 공개된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중국이다.

후발주자에 우리의 공정기술을 과연 공개해야만 옳을까. 이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막대한 이익의 기간산업을, 비록 최근 수년간 호실적을 기록했으나 당장 올해부터 다양한 위기론에 휩싸인 산업관련 정보공개에 대해 이토록 쉽게 판단하는 정부의 태도는 다소 경솔해보이기까지 한다.

추이를 지켜봐야겠지만 정부의 공개방침은 뜻을 굽히지 않을 모양새다. 노동자의 건강을 위한 자료라는 점에서 더구나 법원의 판단까지 더해진 상황에서 해당 보고서의 공개는 어찌 보면 자연스럽다. 하지만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는 것 역시 정부의 역할임을 결코 잊어선 안 될 것이다.

[김도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김도현 dh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