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보다 경제논리 앞세운 현대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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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보다 경제논리 앞세운 현대건설

스카이데일리 기자수첩

길해성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4-13 17:27:29

지난 11일 오전 10시 서울일원초등학교 강당에서는 현대건설의 주민설명회가 열렸다. 이날 설명회에는 100여명의 학부모들이 참석했다.

이들이 모인 목적은 초등학교 앞에서 이뤄지고 있는 석면해체작업에 대한 현대건설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함이었다. 현재 일원초 앞에서는 아파트 재건축 공사가 한창 진행 중에 있다.

향후 이곳에는 올 분양 시장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디아이치개포자이’가 들어선다. 가장 작은 평형대가 10억원이 넘을 정도로 비싼 아파트지만 분양받기만 하면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어 로또 청약 단지로 불렸다.

공사현장에서는 기존에 있던 개포주공8단지를 허물기 위한 철거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문제가 된 부분은 석면해체작업이었다. 석면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1급 발암물질로 판명되면서 2009년부터는 국내사용이 전면 금지됐다.

환경전문가들에 따르면 석면에 노출되면 발병 시 2년 안에 사망하는 ‘악종종피종’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마저도 바로 발병하는 게 아니라 30~40년 잠복기를 거친 후 증상이 나타난다. 또 석면 관련 질환자는 2011년 조사가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3000여명 가량으로 집계됐으며 이마저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 시민들이 석면에 대해 예민해진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러한 이유로 보통 건설사들은 재건축 아파트 공사현장 인근에 유치원·초등학교 등이 있으면 방학 때 석면해체작업을 진행한다. 현대건설 역시 학부모들과 학교에 석면해체작업을 겨울방학인 2월 1일부터 28일까지 진행한다고 협의했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곳곳에서 이상 징후를 감지했다. 이미 협의 전인 1월 포크레인이 건물을 부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약속한 2월이 지나서도 공사가 이뤄지는 모습을 보고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학부모들은 학기 중에 그것도 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높은 4~5월까지 진행하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특히 학부모들의 분노를 산 것은 현대건설이 약속기간을 넘기고 학기 중에 석면해체작업을 하면서 아무런 통보가 없었던 부분이다. 학부모들의 발견이 없었다면 작업은 계속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이날 설명회도 학부모들의 반발이 커지자 현대건설이 부랴부랴 만든 자리였다.

이날 현대건설 관계자는 현재 석면해체작업이 80% 가량 남았으며 공기를 맞추기 위해서 공사를 강행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내비췄다. 이 얘기를 들은 일부 학부모들은 “학생들을 석면에 계속 노출시켜야 하냐”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끝이 나지 않는 주민설명회는 2시간이 넘게 진행됐다.

공사기간을 맞춰야 하는 현대건설의 입장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무리 가림막을 잘 친다고 해도 천장이 뚫려 있는 한 현대건설이 자신하는 안전한 석면해체작업이 될지는 의문이다. 학부모들이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공사현장 앞 학교에는 7~12살의 초등학생들이 다니고 있다. 내 자식이라면 공사를 강행할 수 있겠는가. ‘돈이 중요하냐 내 자식이 중요하냐’로 생각해본다면 고민할 필요가 없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현대건설 이미지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길해성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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