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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의 글로벌 포커스

중국의 ‘사드 보복 철회’ 연연하지 않아도 된다

지난 1년여 동안 우리가 깨달은 ‘시장다변화’ 교훈 잊지 말아야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18-04-14 21:40:25

▲ 김상철 G&C Factory 대표
중국 정부의 고위 인사가 사드 보복 철회를 발표한지 열흘이 넘었다. 한동안 얼어붙었던 중국 관련 업종들을 중심으로 잔뜩 기대감에 부푼 모습이다.
 
유커(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다시 대거 몰려올 것이라는 기대로 관광업계가 이를 가장 반기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여전히 시장은 냉랭하다.
 
작년 12월 한·중 정상회담에도 시진핑 주석이 사드 보복 철회를 공식적으로 언급했지만 가시적인 조치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이번에도 립 서비스에 그치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마저 나오는 이유다.
 
경험에 빗대 보면 상황에 따라 중국 정부가 이를 번복할 수 있는 개연성은 여전히 상수(常數)다. 곧 닥칠 남·북,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에 따른 변수도 남았다. 행여 회담이 결렬되거나 성과가 지지부진할 경우를 상정하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 삐걱할 경우 미국은 우리에게 자신들의 편에 설 것을 강요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중국은 다시 사드 보복 철회를 거둬들일 수 있는 명분으로 삼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두 개의 회담이 끝날 떄까지는 보복 철회에 대한 구체적인 행동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시늉에 그칠 공산이 크다. 이러한 중국의 태도는 한반도의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남북한에 대해 공히 중국의 영향력을 이어가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사드 보복이 한국에 치명적인 피해를 주고 있다는 것을 익히 간파하고 있기 때문에 일시에 확 풀릴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중국을 포위하기 위해 미국이 계속 아시아 국가들을 제 편으로 끌어들이고 있는 것을 목격하고 있기도 하다. 중국이 사드 보복과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으면 한국 정부가 완전하게 미국편을 들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 우리 정부가 취하고 있는 최근의 스탠스를 보면 중국의 셈법이 현재까지는 크게 틀리지 않다.
 
중국 입장에서 보면 사드 보복이라는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것과 그 반대의 경우 현 국면에서 차이가 많다. 너무 큰 기대를 하면 그만큼 실망도 커지는 셈이다. 중국이 진정성 있는 보복 철회 조치를 일시에 할 것 같지 않다는 것을 충분히 예측하면서 차분하게 대응해 나가야 한다. 우리가 들떠있을수록 중국은 더 우리 애간장을 태울 수도 있다.
 
따지고 보면 지난 1년 동안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많은 피해를 보기도 했지만 얻은 것도 많다. 패권을 지향하고 있는 중국의 민낯을 정확하게 확인했다. 그리고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 사는 길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했다. 한국을 방문하는 관광객의 수는 많이 줄었지만 동남아·중동 등 기타 지역으로 다변화되면서 장기적으로 긍정적일 수 있다는 시그널이 나타나기도 했다.
 
중국 시장을 대체할 베트남·인도 등 포스트차이나 국가로 수출이 급증하고 있기도 하다. 동남아에서는 한국산 게임·생활가전·요식업 프랜차이즈를 비롯해 스타트업들까지 현지 시장에서의 성공 사례를 만들어내고 있다. 화장품 업체들은 중국 시장에서 탈피해 프랑스 등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 시장으로 진입하는 계기를 만들어냈다.
 
이러한 일련의 변화는 중국의 사드 보복이 있었기 때문에 생겨난 긍정적 산출물이다. 더 이상 중국 시장은 한국 업체의 블루 오션이 아니고 레드오션으로 변해가고 있다. 실제로 상당수 업체들이 중국에 기울어져 있던 착시현상에서 벗어난 것을 큰 수확이었다고 실토한다.
 
얽매일수록 입지는 좁아지고 우리는 초라해질 뿐이다
 
시장은 계속 변화하고 통상 환경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의 통상 전쟁은 상품과 기술을 넘나들면서 조였다 풀었다를 반복할 것이다. 북한의 비핵화를 둘러싸고 있는 안보 환경도 낙관론만 있는 것이 아니고 비관론도 버티고 있다. 이에 따라 때로는 미국 편에, 때로는 중국 편에 서야 하는 상황이 우리를 당혹스럽게 할 수 있다.
 
중국의 사드 보복이나 미국의 통상 압박 등의 카드가 언제든 나올 수 있다는 것을 각오해야 한다. 어떤 경우의 수든 우리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줄에 서 있어야 한다. 고립을 자초하지 말고 들 수 있는 보험에는 확실히 들어가 있는 것이 유리하다.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적)에 참가하고 있는 것과 같이 CP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 적극적으로 들어가야 한다. 중국이 주도하는 일대일로(一带一路)에 가입한 바와 같이 미국의 요청이 있을 경우 인도-태평양 전략에도 가입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ASEAN(동남아국가연합)과의 제휴는 더 강화해야 하며 인도와의 전략적 경제협력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사드 보복이 철회된다고 해도 보복 이전과 같이 유커들이 대거 몰려올 것이라는 경솔한 판단은 금물이다. 당연히 늘어나겠지만 한번 발길을 돌렸던 만큼 한국으로 돌아오는 데는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한국과 일본의 해외 관광 유형을 보면 초기에는 인근 국가로 많이 여행했지만 갈수록 원거리, 고급화되는 양상이 나타났다.
 
중국의 관광 트렌드도 점진적으로 그렇게 바뀔 것이 분명하다. 유커들의 한국 관광은 주로 쇼핑에 있었지만 직구(直購)의 활성화로 한국에 오지 않아도 될 이유가 늘어나고 있다. 게다가 대체 수요지인 일본으로의 관광 붐이 일어나는 것도 우리에게 썩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이를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은 중국 유커에 안달하지 않는 것이다. 관광객의 국적을 균형적으로 확대해나가는 것이 훨씬 더 미래지향적인 해법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오는 유커를 말릴 수는 없지만 그들에게 얽매일수록 우리의 입지는 더 좁아지고 초라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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