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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의 최근 시리아 사태는 한반도의 운명이 걸린 남북관계에 모종의 교훈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반면교사가 되는 사안이다. 남북 긴장관계 해소와 북핵문제 해결 등을 위한 우리정부의 이른바 ‘주도적 운전자론’이 자칫 강대국의 가공할 무력을 끌어들이는 위험한 자폭장치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시리아는 이미 강대국들의 대리전 양상으로 변질돼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다.
러시아의 후원을 등에 업고 있는 알 아사드 정권은 자국민을 상대로 폭압통치를 넘어 화학무기를 사용한 정황이 지속적으로 알려져 왔다. 이에 물증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외과식 수술이란 카드로 영국·프랑스와 연합해 대(對)시리아 전쟁을 전격 벌이고 나섰다. 발끈한 러시아가 좌시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시리아의 앞날은 한 치 앞을 내다 보기 어려울 정도가 됐다.
북한 김정은 정권의 경우도 남북대화에 나서고 있기는 하지만 그에 앞서 배후 후견인으로 거리를 둬 왔던 중국을 지렛대 삼았다. 미-중 관계가 경제전쟁을 불사하고 군사 외교적으로도 빈번히 충돌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뒤로 숨은 북한을 과연 우리가 상대하는 것이 올바른 판단인지 심히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북한도 시리아처럼 정권연장을 위해 강대국의 힘을 빌리고 있다. 러시아-시리아, 중국-북한 등 철권 통치자들의 강력한 커넥션 구도다. 우리가 운전자론을 통해 북한과 긴밀히 접촉하는 것 자체가 김정은 정권의 연장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중국의 한반도 개입의지를 강화시키는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 이를 통해 중국이 한반도에 미치는 입김과 그 명분이 커질수록 결국 미-중, 북-미 간 위험한 군사적 대립이 촉발될 가능성이 커진다.
따라서 우리는 북한의 양동전술에 휘말리면 북핵 문제가 더욱 꼬이는 것은 물론 한반도의 위기상황만 고조시킨다는 냉철한 상황인식이 필요하다. 북한이 중국의 품에 노골적으로 안긴 이상 우리는 김정은 정권과의 관계를 깊이 가져가면 안 된다는 것이다. 또한 북핵 해법의 절반 이상이 시진핑에게 넘어간 이상 문재인 정부의 운전자론은 김정은에 의해 무시당하고 농락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는 남북 간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장밋빛 환상에 빠져 성급한 행보로 북한에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전 세계에서 자국민을 가장 폭압적으로 통치하는 반인권국으로 낙인 찍혔음을 거듭 상기해야 한다. 나아가 핵무기보다 위험하다는 대량살상 생화학무기 최대 보유국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잔인한 범죄국이자 화학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은 반인륜적 예비범죄국으로 지목되면서 경계대상 1호로 꼽히고 있다.
미국이 알 아사드 정권을 지켜보다 못해 시리아를 상대로 전쟁을 벌인 명분이 바로 화학무기다. 미국은 지금까지 많은 전쟁을 벌일 때 대량살상 무기를 보유한 잠재 위험국을 우선 지목했다. 세계 경찰국가를 자임하는 미국의 판단은 옳다. 화학무기 사용은 그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 되지 못하는 반인륜적 범죄행위인 탓이다. 북한이 핵과 더불어 생화학무기 보유현황을 공개하고 이 또한 폐기수순을 투명하게 밟아야 하는 이유다. 북한이 핵을 폐기한다고 해도 최후의 생존수단으로 생화학무기를 계속 보유하고자 하는 야심을 꺾지 않을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생화학무기 보유여부는 시리아의 사태처럼 사용되지 않으면 물증 확보가 쉽지 않다. 이는 거꾸로 북한 정권이 벼랑 끝에 내몰리면 생화학무기를 사용할 길이 열려 있다는 것을 시사해 준다. 그것이 시리아 사태처럼 한반도에서의 강대국 대리전을 몰고 올 단초로 작용할 수 있음을 치열하게 가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외교가에서는 시리아의 화학무기 기술이 북한으로부터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기까지 한다. 우리가 이런 북한의 정권연장에 장단을 맞춘다면 미-중의 한반도 무력갈등 상황을 자극할 뿐이다. 만약 북한이 다량의 생화학무기를 보유한 사실을 모르거나 눈 감은 채 북한과 정치적 필요성에 의해 겉치레 악수를 하고 있다면 우리 5000만 국민의 생명을 처절히 담보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시리아의 반인권을 돕는 러시아나 북한의 반인권을 후원하는 중국이나 결코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지지는커녕 러시아·중국은 언젠가 부메랑이 될 자폭장치를 스스로 매단 꼴이 됐다. 약속이나 한듯 이들 연대의 국가들은 한결같이 장기집권의 깃발을 자랑스럽게 펄럭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독재와 폭압 정치가 횡횡하고 있다.
북핵 폐기를 위한 우리의 선제적 움직임은 호평을 받고 있지만 반인륜적 범죄 커넥션에 손을 맞잡는다면 그 뒷감당을 감내하기 어렵다. 미국은 일국주의 패권을 추구한다는 비판이 없지 않지만 인권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모범이라고 할 만큼 치밀한 사법적 장치와 민주주의가 받쳐주고 있다. 미국이 인권을 유린한 국가들에 전쟁이란 패를 과감히 쥘 수 있는 배경이다. 우리는 이런 미국의 행동조차 막지 못할 분위기를 조성 중일 수 있다는 가정을 해야 한다.
그런데 러시아는 중동에서 유일하게 군사기지를 갖고 있는 시리아를 후견하는 군사적 배경을 이해한다고 해도 스스로 범죄의 멍에를 쓰는 것이 국제사회의 고립을 자초하는 일임을 경고하고 싶다. 이미 러시아는 체첸전쟁과 크림반도 합병, 우크라이나 침공 등을 통해 대국답지 못한 이단아로 비판받아 왔다.
중국은 겉만 요란한 중화주의에 매몰돼 소수민족들을 숱하게 압박하고 살상까지 해 온 반인권 국가로 지목돼 왔다. 시진핑 주석 중심의 1인-일당 독재를 강화한 중국의 공안통치는 소수민족들에 대해 잔인할만큼의 폭압통치를 더욱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중국은 러시아의 시리아 후견처럼 북한을 위험하게 담보하는 욕심으로 화를 자초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우리의 운전자론을 일단 지켜보자는 입장이지만 자칫 고립주의로 가고 있는 러시아와 중국의 오판을 촉발할 수 있기에 곱게 볼리 없다. 서방국가들 또한 미국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UN에 속한 대부분 회원국들이 이심전심 대북 제재카드 대열에 동참해 미국과 서방의 김정은 압박은 정의감으로 옹립된 상황이기도 하다. 국제사회의 이런 여론을 소홀히 하면 중·러의 이단아적인 행동에 맞서는 미·영·프 간의 대리전을 우리도 만들어 주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시리아는 분명 자국민을 죽이는 대리전을 자초했다. 알 아사드 정권이 권력욕을 놓지 않으려 하면서 러시아는 자국의 이익을 위한 게임을 시작했다. 서방국은 러시아의 국익에 맞서야 하는 명분으로 화학무기를 삼았다. 한반도 또한 주변국이 개입할 수 있는 강대국 간 갈등상황이 만들어 지고 있음을 거듭 상기해야 한다. 한반도의 평화를 담보하기 위해서는 북한과의 냉철한 긴장관계가 필요한 역설적 상황을 꼭 곱씹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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