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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영화 비수기로 불렸던 봄에 개봉해 300만 관객고지 점령을 눈앞에 둔 영화 ‘곤지암’의 영향으로 영화 속 무대가 된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을 찾는 발걸음이 잦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역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오긴 하지만 새로운 관광자원으로의 활용도 기대된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영화 ‘곤지암’은 1979년 환자 42명이 집단 자살하고 병원장이 실종됐으며 지금은 폐허가 된 곤지암의 한 정신병원으로 7명의 공포체험을 떠난 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괴담의 실체를 담아내기 위해 병원 내부를 촬영하던 이들에게 기이하고 공포스러운 일들이 실제 벌어진다는 내용이다.
영화는 곤지암의 한 정신병원을 둘러싼 각종 괴담을 모티브로 삼았다. 해당 병원은 경기 광주시 곤지암읍 신대리에 자리하고 있다. 어느 때 부터인가 이곳을 중심으로 각종 괴담이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급기야 지난 2012년 미국 CNN이 ‘세계의 7대 소름끼치는 장소’ 중 한 곳으로 소개하면서 유명세를 얻게 됐다.
산 속에 자리한 폐 정신병원…높은 철책 둘러싸여 접근조차 힘들어
스카이데일리는 영화 속 모티브가 된 해당 정신병원을 직접 찾아봤다. 경강선 곤지암역과 곤지암터미널이 있는 읍내에서 차로 1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해 있다. 해당 정신병원은 입구부터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냈다.
병원 입구 철문은 두꺼운 자물쇠로 잠겨 있는 상태였다. 병원건물은 이곳 입구와 연결된 길을 따라 약 200m 거리에 위치한 까닭에 철문 밖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철문 위로는 철조망이 병원으로 향하는 길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었다. 철문에는 이곳이 괴담과 무관함을 시사 하고 출입하지 말 것을 경고하는 안내문이 걸려 있었다.
해당 경고문에는 “이곳은 관리되고 있는 사유지이므로 허락 없이 들어오는 행위는 형법 제319조에 해당하는 범죄행위다”며 “본 토지 및 건물에 (대한)허위정보를 유포하는 행위는 민·형사상 책임이 수반되는 불법행위임을 고지한다”고 명시돼 있었다. 또한 “출입·적발 시 법적조치 당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는 내용과 함께 ‘주인백’이란 문구가 기재돼 있었다.
육안으로라도 병원을 확인하기 위해 철조망 주변을 빙 둘러봤지만 골짜기 기슭에 병원이 위치한 까닭에 이마저도 불가능했다. 야산에 가려진 폐 정신병원을 둘러싼 괴담이 생길만한 최적의 입지요건을 갖춘 셈이었다.
인근 주민들은 “영화에서 설정한 것과 같은 괴담은 사실 무근이다”고 입을 모았다. 정신병원이 위치한 것은 맞으나 여러 이유로 운영이 중지됐을 뿐이라는 것이었다. 폐쇄된 후 병원 주변으로 높은 철책과 CCTV 등이 설치되지 않아 지역 아이들의 탈선의 장소로 전락하긴 했어도 괴담과는 거리가 멀다는 주장이었다.
인근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어느 순간부터 이곳이 괴기스러운 장소로 인식되더니 CNN에서 소름끼치는 장소로 지목한 뒤로는 많은 이들이 수시로 드나들며 소리를 지르고 소란을 피우더라”며 “건물주는 건물주대로 나름의 출입금지 방법을 강구한 것이고 소음피해 등으로 속 끓이고 살아 온 주민들 입장에선 다행이라 생각했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주민은 “예전에는 난리법석을 피우고 병원 주변으로까지 어지럽히는 이들이 왔다면 영화 개봉을 전후로 방문하는 이들은 얌전하고 그저 호기심에 방문하는 것 같다”면서 “확실히 방문객은 늘었고 초·중·고생이 주를 이루나 차를 타고 방문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소개했다.
“관광 상품화 충분”…전북 곡성, 서울 대림동 탈바꿈도 좋은 사례
다시 10분 거리의 곤지암읍내로 돌아왔다. 이곳에서 만난 주민들은 곤지암이 예년에 비해 접근성이 상당히 개선됐음을 언급하며 공포체험 등 일종의 관광자원으로 해당 정신병원을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부정적 이슈를 일종의 노이즈마케팅으로 부각시켜 지역경기를 키우는데 활용하자는 내용이었다.
소머리국밥으로 유명한 한 식당에서 만난 택시기사는 “곤지암역에서 정신병원 앞까지 가달라는 손님들이 최근 영화 개봉을 전후로 곧잘 눈에 띄는 상황이다”며 “대부분 어린 청소년들이 많은데 전철이 개통되면서 접근성이 높아져 이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는 게 아닌가 싶다”고 털어놨다.
이 기사는 “경강선이 개통되고 곤지암에 전철이 들어온 것이 2016년 9월이지만 마땅히 외부 인구를 유입할만한 요인은 없는 것이 사실이었다”면서 “실존하지도 않는 괴담으로 곤지암 이미지가 나빠지는 것만을 경계할 때가 아니라 이를 활용해 다만 얼마만의 관광객이라도 유치한다면 지역경기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곤지암 읍내에서 만난 주민들 중 상당수가 택시기사와 비슷한 주장을 펼쳤지만 실제 관광지로 이어지는 데는 다소 어려움이 따를 전망이다. 해당 정신병원이 개인 사유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화계에서는 충분히 현실 가능한 아이디어라며 정부 차원에서라도 이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영화 곤지암이 흥행하면서 곤지암보다 실제 영화가 촬영된 부산 영도구 청학동 구 부산해사고등학교에 사람들이 몰린다”면서 “부정적인 이슈가 지역사회의 이미지를 하락시키는 일은 옛날이야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영화 ‘곡성’의 경우도 지역 관광객 감소효과를 가져오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오히려 영화의 뛰어난 풍광을 보기 위해 발걸음 하는 이들도 있었다”며 “영화 ‘범죄도시’ 속 대림동 중국인거리 역시 새로운 맛 탐방의 공간으로 인식되기 시작하면서 당초 우려됐던 범죄 이미지는 희석된 지 오래다”고 덧붙였다.
[김도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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