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일가가 알아야 할 참된 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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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현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4-18 01:07:08

지난 16일은 대한민국 초대 부통령을 지낸 이시영 선생의 기일이었다. 한국전쟁 중이던 1953년 부산 동래의 임시 거처에서 “완전한 통일의 그날을 보지 못해 눈을 감으니 통한스럽다”는 말만 남긴 채 눈을 감았다.

이시영 선생은 홀로보다 형제들과 함께 소개될 때 빛이 나는 인물이기도 하다. 경주 이씨의 후손들로 조선 선조 때 영의정을 지낸 오성 이항복의 10대손인 이들은 우리나라의 독립운동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가장 이름을 널리 떨친 ‘아나키스트(무정부주의자)’ 이회영이 이시영 선생의 넷째 형이다. 이회영 선생 위로는 이건영·석영·철영, 이시영 선생 밑으로는 이호영 선생들이 차례로 이름을 올린 이들 6형제는 현 시가로 600억원에 달하는 집안 재산을 처분한 뒤 만주에서 신흥무관학교를 세우고 독립군 양성에 힘을 쏟았다.

혹자는 이를 두고 한국형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표상이라 평했다. 사실 그들이 포기한 것은 600억원 그 이상이었다. 그 정도 재력을 지닌 상태서 조금이라도 일제에 협력했다면 더 큰 부의 축적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막대한 재산을 민족을 위해 거리낌 없이 출연했다는 데서, 여섯 형제 모두 이에 동의하고 고향을 등지고 간주로 향했다는 점에서 분명 이들은 비범한 부자들이었다. 조국의 광명을 되찾고 일장기 대신 한반도는 물론 세계 어디에서나 태극기가 펄럭이길 소망했던 형제들이었다.

넷째 이회영 선생의 주도아래 무려 80여명의 식솔들이 만주행을 택한 지 꼭 108년이 흘렀다. 금기시됐던 태극문양이 비행기 꼬리에 아로새겨져 세계 곳곳을 누비는 세상이 됐다. 나라를 구하기 위해 수백억원의 재산을 쏟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왔건만 부자들이 지녀야 할 정신만큼은 오히려 그 때보다 후퇴한 모습이다.

설명하지 않아도 될 대한항공 오너일가의 비위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겠다. 땅콩회항으로 물의를 빚은 큰 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한진칼 사장으로 복귀한 직후 막내딸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갑질논란이 들끓는 요즘이다. 반응은 비슷하다. “또 대한항공. 한진그룹 오너일가냐”는 식이다.

일부에서는 국영항공사의 민항사 추진 과정에서 항공사업을 맡게 된 한진그룹에 부여된 ‘대한’이란 상호명과 태극문양을 거둬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국적기로서의 품위를 오너 일가가 손상시킨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관계기관의 해석에 따르면 국적기는 항공운수사업 면허를 취득한 국가가 어디인지를 묻는 개념으로 법적으로 대한항공의 ‘대한’과 태극문양을 거둘 근거가 전무하다.

‘대한’, ‘한국’ 등의 상호명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으며 엄연히 상표권을 지닌 사기업의 명칭을 국가 마음대로 좌지우지 할 수 없다는 게 관계당국의 요지다. 원칙은 지켜져야 하니까. 사실은 아무래도 상관없다. 이미 그들은 대한이란 이름을 그리고 태극의 이미지를 몽땅 훼손시켰다. 외국 방송사들까지 비중 있게 일가의 갑질을 다뤘을 정도며 분노는 치밀게 해도 이상할 것 없는 그들 일가의 비범한 태도였으니 말이다.

다만 이것 하나는 분명히 인지해야 한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항공사로서 비행기 꼬리에 부착한 그 태극이 한 때 누군가에겐 목숨을 바쳐야 할 명분이었으며 기꺼이 전 재산을 쏟아 부어도 아깝지 않을 가치였다는 것을.

[김도현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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