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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들이 흔하게 먹는 국민 먹거리 음식들이 일제히 오르고 있는 현상은 정부가 민감하게 대응해야 할 중요한 사안이다. 하지만 정부는 해결책 마련보다 전혀 다른 핑계를 대기 바쁘다. 물가인상이 심상치 않다는 것이 긴장스러운 사안임에도 핵심은 비켜간 채 엉뚱한 딴 소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가인상 원인에 자신들의 정책인 최저임금 인상 때문이 아니라는 부분적인 사안으로 해명성·면피성 입장을 내놓기 급급하니 한심스럽기까지 하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달 국민 다소비 식품인 이른바 8대 외식품목이 일제히 올랐다. 무엇보다 품목들이 만만치 않다. 국민 누구나 쉽게 접하는 김밥, 자장면, 삼겹살, 냉면, 삼계탕, 김치찌개 백반, 칼국수 등이다. 인상률은 2%대에서 6%대 사이다. 대부분 3~4% 오르고 김밥은 무려 6% 가까이 인상됐다. 김밥의 경우 이젠 한 줄에 1000원대를 찾아보기 어려울 상황이 됐다. 김밥 한 줄 평균가격이 2072원으로 2000원을 넘었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정부는 서민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한 특단의 종합대책을 내놔야 맞다. 하지만 정부는 장관까지 나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향이 아니라고 항변하기 바빴다. 기획재정부는 18년전 사례까지 들면서 최저임금이 16.6% 오를 때 소비자물가지수가 0.3% 포인트 오르는데 그쳤다고 주장했다. 12년 전에도 최저임금 12.3%가 올랐지만 소비자물가지수는 오히려 0.1% 포인트 떨어졌다고 했다.
정부는 서민 먹거리들의 가격인상이 최저임금 뿐만 아니라 다른 원재료나 임대료 등의 복합적 상승요인이 있다고 봤다. 지표를 관장하는 통계청도 나서서 이에 지원사격 하는 식으로 ‘맞다’며 훈수를 뒀다. 하지만 정부의 자료나 입장이 맞다고 해도 서민물가가 오르고 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이를 방관하는 듯한 태도는 아무리 봐도 옹색하기 그지없다.
지금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후폭풍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할 때가 아니다. 이는 최저임금 책임론에서 도망가기 위한 대응을 하는 것으로 비춰지기에 충분한 일이다. 나아가 국민경제 전체를 주관하는 책임의 중심에 정부가 있다는 사실을 망각한 것과 다르지 않다. 경제운용은 하루가 다르게 변수가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무려 10년 이상 된 자료를 내놓는 것 자체도 구차한 변명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궁색한 논리라고 비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제현상이 아무리 작은 사안도 시간이 지날수록 급격히 큰 사안으로 번지는 도미노 현상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고 쓴 소리를 하고 있다. IMF 직후인 2000년대 초반의 특수상황과 지금을 비교하는 것은 한 마디로 억지라는 이야기다. 8개 외식품목의 평균 상승률 3.6%를 보면 작년 물가상승률 1.9%를 두 배 가까이 상회하는 수준이다. 이를 보면 최저임금이 영향을 미치지 않았음을 항변하기에 앞서 서민물가 관리에 비상체제를 가동하는 것이 우선이다.
8대 품목의 가격인상은 그 영향력을 감안했을 때 서민음식 전반으로 확산될 게 뻔하다. 이런 상황이 닥치면 현 정부가 사활을 걸며 펼치고 있는 분배의 정의는 온전히 실패작이다. 천문학적 국민 혈세를 마구 동원하고 중소기업과 서민 자영업자 주머니까지 털어 임금을 올리는 정책들이 겉만 화려한 구호로 전락한다는 것이다. 물가인상은 서민들을 가난에 빠지게 하는 가장 큰 도둑이란 말이 있다. 이는 삼척동자도 아는 상식이지만 정부가 간과하는 식의 철부지 같은 행동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은행의 발표만 봐도 지난 2015년을 기준으로 한 올 1분기 국내 식료품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7.8%를 기록했다. 주목되는 것은 식료품 비중이 국내 10여가지 소비자물가 품목 중에서 가장 높았다. 식료품에 이어 음식서비스 품목도 6.9%를 차지했다. 이 지표만 봐도 서민 먹거리들의 물가인상률이 심각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에 따라 우리 가계의 소비지출 중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엥겔계수 비중이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후진국일수록 엥겔계수가 높다는 것을 반추하면 참으로 우울하기 짝이 없는 지표다.
물론 올 1분기 전체적인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높지는 않았다. 전년 동기 대비 1.3%에 머물렀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이 체감적으로 느끼는 물가인상 지표는 2.5%를 보인 것이 중요하다. 그만큼 국민들이 많이 접하는 품목들이 많이 올랐다는 뜻이다. 현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론을 통해 경제 활성화를 꾀한다고 하지만 아무리 임금을 올려주는 정책을 취해도 물가가 오르면 백약이 무효다. 결국 국민혈세만 낭비하고 서민들 간 갈등만을 촉발시켰을 뿐만 아니라 국민 기대감에는 찬물만 끼얹은 행태다.
분배의 형평성을 진정성 있게 완수하기 위한 목표가 있다면 천금같은 국민세금부터 아끼는 게 우선이다. 무조건 절약하고 쓰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국고는 도로·항만, 중화학, 통신, 임상·바이오, 우주개발, 신소재 등 민간이 하기 힘든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기반이 되는 장치산업이나 연구·개발 쪽에 투입하는 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현 정부는 훗날 더 큰 문제가 될 땜질식 미봉책에만 정말 열심히 혈세를 퍼붓고 있다.
현 정부의 핵심 권력층에는 안타깝게도 속된 말로 돈을 피눈물 나게 벌어보지 않은 인사들이 너무 많다. 경제를 모른 채 몸에 체득해 온 민주화 정의감은 그야말로 30년 전 좌표다. 경제가 전쟁이나 핵무기 보다 무서운 현실에 맞서 보지 않은 인사들이 벌이는 정책은 실패를 담보한 위험한 불장난과도 같다. 반면 기업인들은 돈의 무서움을 알기에 인위적 분배의 칼 날 앞에 풀잎처럼 누웠다. 그 결과 국가경제는 안으로부터 후퇴하고 있고, 그것이 끝내 서민을 더 가난하게 만드는 후폭풍으로 닥치고 있다.
경제밥솥이 커지지 않는 정책은 반드시 서민들을 위기로 내모는 결과를 초래한다. 서민물가는 대표적인 부메랑이다. 자유시장의 혈맥인 돈이 필요한 시기에 그리고 필요한 곳으로 적절히 순환하지 않으면 최후의 방점에서 서민들의 희생을 반드시 담보해야 한다. 결국 서민들 간 상호 가격을 올려가면서 원하지 않는 서민경제 싸움을 벌여야 한다.
정부는 물가 고공행진을 초기에 진화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기계적인 물가관리 대책이 아니라 현실을 반영한 아이디어 정책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그 상징적인 좌표가 정부의 시장에 대한 무간섭 원칙 강화다. 퍼주기식 분배의 정의를 재고하는 것이 그 유턴의 시작이다.
시장경제에 자유가치를 더 옹립하는 정책은 수없는 아이디어를 동원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시장은 그만큼 무궁무진한 변수들이 시시각각 등장하고 사라지기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하물며 공산당 일당 독재국가인 중국도 등소평 시절 시장경제를 도입하기 위해 수많은 아이디어를 동원해 상당부분 성공시켰다. 그것이 오늘의 중국 기반을 만들었다. 지금의 중국도 자유시장 시스템 만큼은 그 진화가 우리보다 빠를 정도다. 21세기 4차산업혁명의 신 대상로(隊商路)라고 할 온라인 유통이 우리보다 무려 1000배나 많은 것은 그 상징이다.
실제 우리가 취하는 분배의 정의는 화려하기만 할 뿐 중국의 일당 독재가 벌이는 행보보다 경직돼 있다는 비판을 많이 받는다. 자본시장에서 자유가치는 서민을 가난에서 탈출시키는 진보적 그림임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는 오히려 옥죄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기업과 기업인들은 무한경쟁이라는 칼날 위에 서 있는 사람들이다. 이처럼 절박한 자유시장의 가치가 국가와 국민의 희망이라는 것을 모른다면 서민들이 빠져 나오지 못하는 가난의 지옥은 더욱 커져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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