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살구 전락위기 文정부 돌봄교실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기자수첩

개살구 전락위기 文정부 돌봄교실

스카이데일리 기자수첩

배수람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4-23 00:42:19

저소득층 및 맞벌이 부모를 대신해 학교와 지자체가 방과 후 학생들을 돌봐주는 ‘돌봄교실’ 확대시행을 두고 잡음이 만만치 않다. 충분한 인력과 재정지원 없이 단순한 시간만 연장될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학부모들과 일선 교사들의 입에서 새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서울의 한 초등학교를 방문한 자리에서 육아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온종일 돌봄 체제 구축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저학년 위주로 운영되던 돌봄교실을 전 학년으로 확대하고 운영시간 역시 오후 7시까지 기존보다 2시간 연장하겠다는 내용이 발표의 골자였다.

이에 학부모들과 교사들이 질적 제고를 선제적으로 요구하게 된 것이다. 시간만 늘려선 능사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눈여겨봐야 할 점은 돌봄의 직접적 대상이 돼야 할 학생들도 이 같은 학부모들과 교사의 주장에 동의한다는 점이었다.

취재 중 만난 초등학생들은 대개 방과 후 돌봄교실을 이용하지 않고 곧장 학원으로 향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른바 ‘학원뺑뺑이’를 도는 것이다. 부모님 퇴근시간에 맞춰 귀가하는 것이 버겁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빠듯한 스케줄이더라도 돌봄교실보다 학원이 낫다는 의견도 상당했다.

학생들 의견을 미뤄보면 학교 수업 연장선상에 있는 학원은 단순 시간 축내기에 불과한 현재 돌봄교실을 피하기 위해 선택한 차악인 셈이다. 돌봄교실을 가더라도 사교육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차라리 학원에서 문제 하나를 더 푸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다.

이처럼 현재 돌봄교실은 학생들에게서도 외면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지역별로 학교별로 제각각인 프로그램을 통일하고 전반적인 질적 제고가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앞으로 온종일 돌봄 구축 체제가 이뤄지면 전문가들은 현재보다 질적 확대도 당연히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제시한 방법처럼 단순히 적용대상을 늘리고 운영시간을 확대하는 것이 저출산 및 일·가정 양립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

학생들이 원하는 참신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고 전문 돌봄교사를 중심으로 해당 프로그램이 제대로 이행돼야 한다. 결국 돌봄교실을 이용하는 학생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면 연평균 2200억원의 혈세가 투입되더라도 빛 좋은 개살구에 그칠 수밖에 없다.

[배수람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배수람 baebae@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