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무릎 꿇린 하나금융 김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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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무릎 꿇린 하나금융 김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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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4-30 00:05:21

지난해 말 대한민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금융권 채용비리 사태의 여파가 여전히 채 가시지 않고 있다. 사태는 시간이 흐를수록 오히려 또 다른 의혹을 낳으며 더욱 확산되는 모습이다. 하나금융지주로부터 시작된 이번 금융권 채용비리 사태는 그야말로 ‘복마전(伏魔殿)’을 연상케 한다. 그 과정에서 ‘이전투구(泥田鬪狗)’가 난무하기도 했다.

금융권 채용비리 사태의 핵심 인물은 단연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다. 이번 사태의 시발점인 하나금융그룹의 수장이기도 한 그는 금융당국과 날 선 대립각을 세우며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그 과정에서 최흥식 전 금융감독원장이 해당 사태 연루 의혹에 휩싸이며 결국 사퇴하는 결과를 맞이하기도 했다.

채용비리 척결 깃발을 내 건 금융감독원은 ‘수장 사퇴’라는 굴욕을 맛봤지만 대척점인 김 회장은 굳건했다. 이후로도 금융당국의 강도 높은 채용비리 조사가 이뤄졌지만 김 회장은 꿋꿋한 모습으로 자리를 지켰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금감원이 하나은행 채용비리 의혹을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사법처리 의지를 공고히 했음에도 아직까지 반전은 일어나지 않는 모습이다.

오히려 최근에는 김 회장이 이끄는 하나금융그룹의 위상이 더욱 격상되는 분위기다. 우선 채용비리 사태의 여파가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도 하나금융의 실적은 크게 올랐다. 하나금융지주는 올해 1분기 6년만에 최대 수준의 분기 실적을 올렸다. 올 1분기 당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6.4%나 오른 6712억원에 달했다. 이러한 실적은 안정적인 수익 기반 구축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으로 분석됐다.

핵심 계열사인 KEB하나은행 역시 올 1분기 631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32.2% 증가한 수준이다. 2015년 9월 통합은행 출범 이후 분기 기준 최대치이기도 하다. 이 밖에 하나금융투자, 하나카드 등 주요 계열사의 올 1분기 실적도 모두 전년 동기 수준을 상회했다. 금융사의 실적은 사실상 고객신뢰도에 기인한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채용비리 사태로 인한 고객신뢰도 하락 효과가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주변에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특히 주식시장에서 하나금융의 주가는 채용비리 사태와 무관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와 주목된다. 신한금융투자는 “검찰 수사로 넘어간 채용 비리 관련 잡음이 하나금융 주가에 추가 영향을 줄 가능성은 매우 낮게 본다”며 “대형은행 중 가장 취약했던 위험가중자산 대비 이익률 수치를 획기적으로 개선해 견조한 이익 흐름이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결과는 사실상 채용비리 사태로 인한 피해가 없을 것이라는 의미와 일맥상통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채용비리 사태의 시발점’이라는 오명이 무색해 보이는 결과로 비춰진다. 선장을 잃은 금감원과는 사뭇 다른 결과다. 김 회장이 여전히 하나금융그룹 수장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점에서 이미 승기가 기울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김 회장이 채용비리 복마전에서 금융당국의 무릎을 꿇린 셈이다.

금융당국이 하나금융 채용비리 의혹을 밝혀내겠다는 입장은 아직까지 변함이 없다. 최근에는 조사에 더욱 고삐를 움켜잡는 모습이다. 채용비리 정황과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소지에 대해 확보한 증거자료 등을 검찰에 수사참고자료로 제공했으며 향후 엄정한 수사를 위해 검찰에 적극 협조하고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위법사항이 확인되면 관련 조치를 취한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지금의 상황은 복마전을 벌이는 두 주체 중 한 쪽은 개의치 않고 승승장구하는 반면 다른 한 쪽은 뒤쫓기 바쁜 현상으로 정리된다. 과연 지금의 상황, 특히 금융당국의 모습이 국민들의 눈에 어떻게 비춰질 지 의문이다. 누구나 선망하는 직장인 금융권 채용비리에 좌절한 수많은 취업준비생들이 현재 금융당국 모습에 과연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지 궁금하다.

금융당국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채용비리 사태로 촉발된 금감원장 사퇴 굴욕을 잊고 패배를 인정하든 좀 더 강력한 조치로 조사와 압박의 강도를 높여 채용비리 척결 의지를 공고히하든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최종구 위원장이 직접 자신의 거취를 거는 결단은 좋은 의지 표명이 될 수 있겠다. 하나금융 채용비리 의혹을 대하는 금융당국의 보다 확실한 태도가 요구된다.

김신 s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