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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할을 조장하는 완구·생활용품 등이 ...'))
한국콘텐츠진흥원, 완구업계 등에 따르면 완구제품은 크게 유아완구·남아완구·여아완구 등으로 구분돼 제조·유통된다. 남아완구는 색상은 파란색, 주로 로봇 종류로 구성돼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대로 여아완구는 색상은 분홍색, 제품은 인형 등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러한 현상이 유아기 시절부터 성역할을 구분 짓도록 조장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아이들이 원하는 상품을 선택하기도 전에 어른들로부터 선택을 강요받는다는 지적이다. 해외에서는 최근 대형 장난감 제조사를 중심으로 성별 구분을 없앤 완구 제품이 출시되고 이러한 제품들이 오히려 더욱 인기를 끄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에 국내 완구업계의 성장을 위해서라도 성별 구분을 없앤 완구 제품의 출시가 시급하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대형마트·생활용품 숍 등을 찾아 국내 완구·생활용품 실태를 살펴보고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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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구·생활용품 등의 제조업체가 어린 아이들의 성(性)역할을 조장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내 완구업계는 여자 아이들을 위한 상품으로는 분홍색·소꿉놀이·인형놀이 세트, 남자 아이들을 위한 상품으로는 파란색·로봇놀이 세트 등이 출시되는 경우가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완구 제품을 통해 남성과 여성을 구분짓는 것은 결국 성차별을 조장하는 행위나 다름없다는 게 전문가들과 일반 소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여아 분홍색·인형놀이, 남아 파란색·로봇놀이…“아이들에 선택 강요하는 격”
한국콘텐츠진흥원, 완구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완구는 남아완구·여아완구·유아완구 등으로 구분된다. 이미 주 수요층이 구분돼 출시되는 셈이다. 유통단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마트·생활용품 매장 등에서는 성별 별로 완구 코너가 구분돼 있다. 로봇·레고·자동차 등 파란색이 가득한 남아완구 코너와 소꿉놀이·인형놀이·스티커놀이·옷입히기 놀이 등 분홍색 완구가 가득한 여아완구 코너로 각각 나뉘어져 있다.
제품 포장 역시 남녀가 확연히 구분돼 있다. 일례로 여아완구 코너에 진열된 소꿉놀이 세트에는 주방놀이·엄마놀이·미용실놀이 등 흔히 말하는 ‘역할놀이 제품’ 겉면에는 대부분 여자 아이가 장난감을 업거나 가지고 노는 사진이 인쇄돼 있었다. 남아용 로봇놀이 세트에는 남자 아이가 장난감을 조립하고 가지고 노는 사진이 인쇄돼 있었다.
심지어 미국 디즈니사의 캐릭터로 꾸며진 문구 세트 중 디즈니 공주 캐릭터가 그려진 세트 가격 표시란에는 ‘여아용’ 이라는 문구가 큼지막하게 명시돼 있기도 했다. 장난감과 식품이 결합된 상품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이탈리아 기업 ‘페레로’에서 만든 ‘킨더조이 초콜릿’은 파란색 제품에는 ‘for boys(남아용)’, 분홍색 제품에는 ‘for girls(여아용)’ 등의 문구가 각각 적혀 있었다. 여아용 초콜릿 안에는 요정 장난감, 남아용 초콜릿 안에는 로봇 장난감이 들어있다.
스카이데일리 취재 결과, 그동안 소비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거부감을 나타내는 소비자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남자와 여자의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의 부작용 우려 때문이었다.
4살 남자 조카가 있는 문제인(28·여) 씨는 “조카가 사달라는 장난감으로 사주는 편인데 조카가 ‘카봇(자동차 변신 로봇)’도 좋아하고 인형·머리띠도 좋아한다”며 “조카가 인형을 가지고 놀면 주변에서 어른들이 ‘그건 여자애들이나 하는 거야’·‘여자친구 사귀고 싶나봐’ 하며 한마디씩 거든다”고 증언했다.
이어 “조카가 머리띠를 하고 ‘나 예쁘죠’하고 물으면 어른들이 ‘예쁜 게 아니라 멋있는거야’라고 어른들이 고쳐주는 것을 볼 때마다 속상하다”며 “남자다움은 특별한 이유 때문이 아니라 어릴 적부터 어른들이 고쳐주고 강요하는 것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장수은(26·여) 씨는 “보통 의류의 경우도 남아용은 파란색, 여아용은 분홍색으로 각각 제작·유통되는 편이다”며 “그냥 사가는 엄마들도 있지만 아예 아이보고 고르라고 하는 엄마들도 있고 그런 게 싫어서 노란색, 흰색 내복을 찾는 엄마들도 많았다더라”고 회상했다.
이어 장 씨는 “나도 어릴 때만 해도 파란색을 좋아했는데 주변에서 ‘여자애가 무슨 파란색을 좋아하냐’는 핀잔을 듣는 경우가 많았다”며 “우리 어릴 때도 그랬는데 지금도 그렇게 상품이 판매되고 있다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녀는 “어린 아이들에게 성역할을 강요하는 것은 남녀의 차이를 강요하고 나아가 성차별을 조장하는 행위나 다름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아윤(30·여·가명) 씨는 “어른들이 색·장난감으로 여아·남아 기준을 나눠버리면 아이들까지 자신이 좋아하는 색을 말 못하게 만드는 격이다”며 “어른들의 욕심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색 완구·물건을 마음껏 사달라는 말도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고 비판했다.
해즈브로·토입플래닛·보쉬 등…해외 완구시장 성별 구분 없애는 움직임 활발
국내 완구업계 제품의 성별 구분은 해외 선진국 완구시장의 트랜드와도 크게 어긋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차별 해소에 적극적인 해외 선진국 완구업체들은 이미 성별 구분을 없앤 제품들을 다수 출시 중이다.
지난해 여름 미국 완구 제조사인 ‘해즈브로’는 “우리는 예전의 성별별 완구를 없애고 있다”며 “대표 완구 제품이자 여아 완구로 불려온 ‘마이 리틀 포니’의 이용자 중 30%는 사실 남자 아이들이다”고 밝혀 주변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스페인 완구 기업 ‘토이 플래닛’은 최근 새로운 광고를 선보였다. 광고 속에는 남녀 아이들이 함께 전동공구 장난감을 가지고 놀거나 아기 인형을 품에 안고 있는 모습이 등장한다. 공룡 인형을 가지고 노는 여자 아이, 유모차를 미는 남자 아이 등이 소개되기도 했다.
독일 자동차부품업체 ‘보쉬’의 ‘보쉬토이’는 그동안 공구놀이 장난감을 대표로 내세웠고 이는 남아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최근 보쉬는 남녀 구분 없이 역할 놀이를 경험할 수 있는 ‘보쉬 주방놀이 키친’을 내놓았다.
일본 친환경 원목 장난감 ‘마더가든’의 소꿉놀이 장난감은 여아·남아 모두가 선호하는 역할 놀이 제품이다. 남녀 구분 없이 일상생활에서 마주할 수 있는 상황을 자연스럽게 놀이할 수 있게 함으로써 아이들의 오감발달에 기여하고 상상력·사회성·의사소통 능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는 방침이다. 미국 대형 유통업체 ‘타겟(Target)’은 매장 내 완구 코너에서 ‘남아용 완구’, ‘여아용 완구’ 등의 문구를 없앴다.
최근 국내에서도 성별 구분을 없앤 완구가 하나 둘 등장하는 추세다. 국내 장난감 제조업체 ‘짐보리’의 자석 블록 완구 ‘맥포머스’가 대표적이다. ‘맥포머스’는 여아용·남아용 등의 단어를 사용하지 않으며 제품 또한 다양한 색상으로 구성돼 아이들이 자신의 기호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성별에 관계없이 아이들의 창의성 개발에 효과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이영애 인천대학교 소비자아동학과 교수는 “요즘 아이들은 일찍부터 어린이집 등 공동체 생활을 하게 되면서 사회화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다”며 “한 아이가 가정에서 ‘남자는 그런 것 가지고 노는 것 아니야’ 등의 말을 들어오면 이 이야기가 공동체 생활에서 공유되며 아이들이 자신의 기호에 대해 표현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편리한 구매를 위해 여아·남아완구가 구분돼 나오는 면도 있지만 이 부분이 고착화되면 아이들에게 성역할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게 될 수 있다”며 “아이들이 사회화되기 전에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면 자동차를 좋아하고 정적이고 포근한 것을 좋아하면 인형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슬비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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