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입맛대로 보상시스템, 소비자만 운다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전문가칼럼

김덕용의 ‘바른 보험’

금액 클수록 보험사 보상지급 거부사례 빈번…소비자 민원에도 금감원 뒷짐만

김덕용 필진페이지 + 입력 2018-05-01 20:44:09

상식이라는게 있다. 하지만 보험회사를 상대로 보험금 청구를 하고도 보험금 지급을 받지 못한 사례를 겪은 소비자라면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최소한의 상식을 두고 보험회사는 그냥 소비자의 변명이나 입장차이라고 일축한다. 그나마 해결의 실마리라도 기대하며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 해보지만 대부분 돌아오는 공통적인 대답은 당사자간 원만한 합의. 어디에도 하소연 할 수 없는 소비자의 억울함은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얼마 전 한 영상을 접했다. 주치의로부터 급성심근경색 확정진단을 받고 보험금 청구를 했지만 보험금 지급은 커녕 지급 전 몇 가지 조사를 해야 한다며 손해사정인을 보내 몇 가지 동의서를 써준 후 보험금 부지급이라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을 접했다는 내용의 영상이었다. 이는 필자로서 그리 낯선 내용은 아니었다. 보험 회사의 두 얼굴을 본 게 어제 오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보험금을 청구해서 지급받는 일은 보험을 가입한 사람으로서는 당연한 일이다. 주위에 찾아보면 보험금 수령을 한 두번쯤 한 이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그런데 간혹 액수가 큰 보험금을 청구했다가 보험회사와 분쟁 끝에 지급을 받았다거나 결국에 보험금을 수령하지 못했다는 내용을 접할 때가 있다. 도대체 왜 그런 것일까.

가장 큰 문제점은 보험회사에 맞춰진 보상시스템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반적으로 소비자는 병원치료 후 보험금 지급에 따른 각종 서류를 구비해 보험회사에 청구를 진행한다. 그럼 보험회사는 이 자료를 근거로 약관 상 위배되는 내용은 없는지 살핀 후 보험금을 지급하게 된다. 그런데 지급해줘야 할 보험금이 큰 경우 간혹 예민하게 조사를 하는 경우가 있다. 이 때 손해사정인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직접 소비자를 찾아와 보험금 지급을 위한 몇 가지의 절차를 설명하며 각종 동의서를 받아간다. 물론 정황상 충분히 의심이 되는 상황에서는 제출한 서류 외 의료기록을 찾아본다거나 조사를 할 수는 있는 상황이면 그나마 받아들일 수는 있다. 그런데 문제는 최초 소비자가 받은 진단명에 의심을 품어서 보험금 지급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보통 동의서를 받은 후 검증된 법적 절차가 전혀 아닌데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보험회사 입맛에 맞는 각종 소견 및 자문자료를 내밀면서 자신들의 보험금 지급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는 경우가 해당된다. 안하무인격으로 그냥 자신들의 결정에 따르라는 결론이다. 이상한 건 왜 소비자가 내민 진단서 및 소견서는 안되고 보험회사들이 가지고 있는 자문서는 된다는 말인가. 절대 말이 안 된다. 필자의 경우도 이와 비슷한 고객 경험이 있는데 당시 맞불작전으로 대학교수의 자문을 받아서 제출해 보상을 받은 경우가 있었다. 그런데 이는 당시 고객이 병원 간호사였기 때문에 같이 힘을 합쳐 해낼 수 있었다. 만약 일반 직장인이나 인맥이 없었다면 이마저도 어려웠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고 도움의 손길을 바라는 의미에서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해 보는 경우가 많은데 이마저도 소비자는 속 시원한 답변을 얻기가 힘들다. 필자도 고객을 몇 번 돕는 과정에서 얻은 답변들이 있는데 대부분 앞서 말했듯 당사자간의 원만한 합의를 하라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내용인즉슨 소비자와 보험회사가 주장하는 내용이 다르다는 것이 이유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한 쪽의 말만 듣고 내릴 수 있는 결정이 아니니 잘 얘기해서 풀어보라는 것이다. 직역해보면 직접 나서서 싸우라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내용이다.

그럼 도대체 왜 금융감독원이 있는 것인가. 피해를 보고 있는 소비자는 도대체 어디에 하소연을 해야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일까. 억울하면 법으로 한다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형사고소도 아닌 민사재판으로 진행해야 하고 아픈 것도 억울한데 긴 시간 동안 싸울 금전적,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경우가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대부분 소액인 보험금은 청구하면 잘 지급받는다. 하지만 조금만 액수가 커지면 보험금 지급에 있어서 삐걱거리는 사례들을 아직까지도 많이 접하고 있다. 이는 분명 문제가 있다. 물론 소비자가 역으로 보험금을 수령하려고 사기 행각을 펼치는 경우도 적잖게 있다. 하지만 순수하게 정말 아팠을 때 조금이나마 가정경제에 타격을 주지 않기 위해 보상금을 수령하려는 마음에서 보험 가입을 한 소비자들이 더 많다는 것을 보험회사를 비롯 금융관계 부처는 알아야 한다. 보험금 부지급 사례에 있어서 금융감독원은 이름만 있을 뿐 해 줄 수 있는 일이 실제 없다. 그럼 금융당국에서 어떠한 제 3의 대책을 마련해서라도 소비자를 조금이나마 대변해 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김덕용 필진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