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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로마서 8 : 28>
엊그제 들뜬 마음으로 신년 새해를 맞이한 것 같은데, 벌써 5월이 됐다. 4월은 대한민국 역사에서 가장 잔인하고 아픈 달로 기억되고 있다. ‘제주 4.3사건’을 시작으로 ‘4.16 세월호 참사’와 ‘4.19혁명’까지 한국 근현대사 중 수많은 희생과 이에 따른 정치적·사회적 변화도 가장 큰 폭으로 이뤄진 역사적 사건이 몰려있는 달이다.
특히 세월호 참사로 인한 촛불시위가 가져온 변혁은 우리 모두에게 엄청난 충격을 던져줬다. 촛불의 힘이 정권을 바꿔놓을 정도였다. 혁명이나 항쟁으로 기억 될 법한 잔인한 4월은 그 잔인한 아픔의 기억에서도 정치권의 농간으로 ‘피해자가 가해자’로, ‘가해자가 피해자’로 둔갑을 하면서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기도 했다.
올해 70주년을 맞은 ‘제주 4.3사건’은 1948년부터 1954년까지 제주도에서 일어난 무장폭도들과 교전·진압과정에서 3만 여명의 주민이 희생당한 아픈 역사의 사건이다. 문제는 정권이 바뀌면서 주민의 억울한 죽음은 폭도들과 교전 중에 일어난 참사인데 무장폭도들을 진압한 군·경찰은 가해자로 몰리고, 폭도들은 희생당한 피해자로 뒤바뀌었다는 것이다.
특히 문 대통령이 제주를 방문, 희생자들을 추모하면서 4.3사건을 바라보는 국민의 관심마저도 높아졌다. 억울하게 희생된 주민과 교전 중에 사살된 폭도들은 구분돼야 한다. 광주 5.18사건과 같은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지방선거 다가오자 ‘역사’로 표심 얻기 나선 청와대와 여당
이미 알다시피 지난 2014년 학생들을 태운 세월호가 침몰하면서 304명에 이르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때도 당연히 선박회사와 공무원들의 책임을 물어야 하는 데, 일부 정치권이 호재로 생각하고, 박근혜대통령을 몰아 세웠다.
그 결과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이 됏으며 구속에까지 이르렀고 정권까지 바꿨다. 올해 4주기를 맞이해서도 태극기는 외면하면서도 노란리본을 달고 다니는 문화행사들이 이어지고 ‘잊지 않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일반해상사고임에도 불구, 무슨 민족 혁명이라도 일으킨 것처럼 들떠서 추모행사를 했다.
심지어는 전국 주요도시 분향소 운영, 등 ‘역사 다시 보기’ 바람이 일기도 했다. 근현대사 최초의 민주혁명으로 기록된 ‘4.19혁명’은 부정선거로 점철된 이승만 자유당 정권을 무너트리는 순수한 학생들의 봉기였다. 이를 기념하는 행사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열리기도 했다.
그간 소홀히 다뤄진 ‘4월 항쟁(!)들에 대한 관심이 정권이 바뀌면서 시민단체에서, 지방자치단체로, 다시 대통령까지 참석하는 결과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선거철이 가까워지면서 청와대와 여당은 4.3사건. 4.16 참사, 4.19혁명과 관련, ‘아픈 역사를 공유함으로써 화해와 상생의 의미가 무엇인지, 미래와 함께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여론몰이를 하면서 표심 얻기에 주력하고 있다.
그 4월이 다 갈 즈음 지난달 27일 판문점에서 역사적인 남과 북의 지도자가 만난 ‘남북정상 회담’이 이루어지면서 국내는 물론 세계적인 관심의 대상이 됐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의 결정적 전기를 마련하고, 북·미 평화의 틀을 중재할 수만 있다면 문 대통령은 역사에 위대한 대통령으로 기록되어질 것이다.
정상회담 이후 며칠 사이로 쏟아져 나오고 있는 메가톤급 뉴스들은 많은 국민들을 놀라게 하고 희망을 갖게도 한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남북정상의 거대한 외교무대에 걸린 주요 이슈들을 낱낱이 열거하기는 쉽지 않다.
남북정상회담 성과는 좋지만, 신중한 자세 필요
다만 필자의 입장에서는 문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정상회담의 협상논리, 정상회담의 사후관리 등 두 측면에서 신중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마치 모든 것을 다 얻은 것처럼 한껏 고조된 문 대통령과 청와대를 보면 우려의 느낌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목표와 불확실성의 균형을 통해 가장 많은 것을 얻어낸 지도자는 스탈린이었다. 또 말하기보다 인내하며 듣기를 잘 했고, 자신의 양보안을 가장 결정적 순간까지도 감추고 있다가 그 보답으로 더 큰 것을 얻어냈던 지도자 역시 스탈린이었다. 4.27 정상회담은 남북의 두 지도자가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를 향한 공동선언을 전 세계 카메라 앞에서 읽는 것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0년 1차 남북 정상회담이라는 역사적 성과를 거뒀지만 이후 남북공동선언문을 둘러싼 남남갈등의 여파로 효력을 잃었다. 이 아픈 역사의 교훈을 문 대통령은 외면해서는 안 된다. 대북방송 시설은 쉽게 바로 철거할 수 있지만, 북한의 핵을 전부 없애는 것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특히 남북관계 개선을 논의하면서 이산가족 재상봉등 양측의 전반적인 의견 개진은 물론, 경제적 지원(개성공단 재계)등을 약속할 때는 보다 더 신중함을 보여야 한다. 너무 흥분하거나 지나친 배려(지나친 욕심)는 자칫 북한에 이용당할 수도 있다. 크게 꺼림직 한 것은 총리와 부처가 존재함에도, 청와대가 모든 것을 주도 하느냐 하는 것이다.
4.27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인 임종석비서실장이 ‘판문점선언 이행 추진위원장’을 맡은 것이 그렇다. 국무총리는 뒤로 밀리고 문재인 정권의 최대 국가 대사(大事)가 비서실장의 손에서 주물럭거려지게 됐다. 이미 알려져 있지만 임 실장은 국내 방송사로부터 북한 영상물 저작권료를 징수해 북한으로 송금하는 일을 해온 인물이다.
그런 이유로 국민의 입장에서 더욱 불안하고 대통령의 정체성마저 의심하게 된다. 앞으로는 4월이 아프고 어두운 역사로만 기록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비핵화와 평화체제로 가는 로드맵을 둘러싼 남북 간의 보이지 않는 부분은 정상회담이 끝난 후에도 꾸준히 관리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방심해서는 안 된다.
정상회담의 안팎으로 세밀한 사후 관리가 이뤄질 때 문 대통령은 민족의 운명을 바꿔 놓은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돼 질 수 있다. 4월은 추운 겨울의 역사 속에서 따스한 봄의 평화 행진으로 가는 길목이라는 점에서 이 나라에 평화가 깃들기를 소망해본다.
“이르되 주여 내가 주께 은총을 입었거든 원하건대 주는 우리와 동행하옵소서. 이는 목이 뻣뻣한 백성이니이다. 우리의 악과 죄를 사하시고, 우리를 주의 기업으로 심으소서”<출애굽기 34 :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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