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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의 분수령이 될 비핵화가 4·27 판문점 선언 후 기대감이 커졌지만 여차하면 더 큰 전운의 부메랑이 닥칠 것이라는 불안감도 증대됐다. 불가역적(CVID) 입장에서 재개발까지 불가능한(PVID) 단계의 완전한 비핵화 달성은 사실상 북한 김정은 정권의 생존연장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미국의 배수진이다.
핵실험 노하우를 쥔 핵개발자들까지 발목을 묶겠다며 한 발 더 나아간 미국은 생화학무기의 영구적 폐기까지 선수를 치면서 내친김에 두 발 더 전진했다. 중국을 뒷배 삼아 비핵화 수순을 종전선언 및 평화협정 뒤로 미루고자 하는 속내가 보였던 북한은 더 강력해진 미국의 주전파 매파라인과 피할 수 없는 대척점에 서게 됐다.
따라서 북한 정권이 진정으로 완전한 비핵화 수순을 밟지 않는다면 남한 정부를 지렛대 삼아 정권 연장을 꾀하고자 했던 전략은 헛물만 켠 모양새가 될 공산이 크다. 생존의 기로에 선 김정은 정권이 행동하는 볼턴-폼페이오 주전파들의 가공할 공격이나 참수작전을 피히기 위해서는 PVID 비핵화는 물론이고 그 전에 진정성 있게 수행해야 할 숙제들도 수행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비핵화를 온전히 달성했다고 해도 김정은 정권의 생존 여부는 경제 개혁·개방의 연착륙에 달려 있다. 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는 것이다. 개혁·개방의 필수적 전제조건이다. 그것은 탈북자 인권문제다. 김정은 정권이 개혁·개방 전 북한 동포들로부터 인정을 받기 위한 상황은 지금까지 벌인 가혹한 탄압에 대한 죄값을 스스로 치루는 일이다. 그 중심에 탈북자들이 있음을 거듭 강조하면서 읍소까지 하고 싶은 심정이다.
북한 인권문제의 핵심은 여전히 내부의 가혹한 탄압정치에 있지만 그보다 우선적으로 다급한 사안이 탈북자들이다. 북한이 이들에 대해 정권의 운명을 걸고 전향적으로 포용하는 정책을 취하지 않는다면 3대에 걸친 살인마 정권이라는 멍에를 벗어나기 힘들다. 전 세계 독재사(史)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혹독한 압제정치 하에서 개혁·개방은 곧 김정은 정권의 종식으로 연결될 상황이다.
탈북자 해결이 진정성 있게 진행된다면 북한 내부의 인권 문제 실마리를 풀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완전한 비핵화 후 미국이 이에 대해 기회를 주는 환경이 마련될 것인지 여부가 결국 관건이다. 그 선제적 움직임이 정권 배수진을 친 북한의 태도에 전적으로 달렸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자 한다.
현재도 북한을 탈출하는 동포들이 끊이질 않고 있는 것은 인류 전체가 고민하는 인권의 문제로 다룰 사안이 맞다. 이미 유엔에서는 북한 인권 문제가 수도 없이 거론돼 왔다. 그만큼 탈북자들이 인간 이하의 삶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민간단체 등을 통해 한국에 들어온 연간 1천여명, 누적 약 3만명 가량의 탈북자들은 벼랑끝에서 행운을 잡았다.
중국을 전전하는 약 30만명 가량의 탈북자들은 난민 취급을 받지 못한 불법체류자 신세가 돼 인권의 사각지대로 온전히 내몰려 있다. 현재 중국으로 탈북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여성으로 알려지고 있다. 수많은 탈북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들은 신분보장을 받지 못해 인신매매, 성노예, 노동착취, 장기밀매 등으로 비참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은 아들 선호사상과 1970년대부터 시작한 국가 차원의 한 자녀 산아제한 정책으로 여성들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탈북여성들이 인신매매로 팔려가면서 온갖 착취를 당하고 있다. 심지어 탈북자들에 따르면 한 집안에서 3대가 탈북여성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하면서 성노예로 삼는가 하면 바닷사람들에 팔려가 수없이 성폭행 당한 뒤 죽으면 바다에 버려지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임금을 아예 주지도 않고 하루 한 끼만 주는 식의 노동착취는 예삿일로 벌어진다는 것이 탈북자들의 증언이다. 나아가 차마 귀를 의심해야 할 정도의 장기적출이나 인육캡슐 등까지 회자되고 있을 정도다. 중국 내 탈북자들은 그럼에도 북한으로의 강제송환을 가장 두려워하고 있다. 강제송환이 이뤄지면 차마 입에 담지 못할 가혹한 인권유린 행위가 이뤄진다는 것은 이미 공론화 될 정도로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한국에 정착한 한 탈북자는 “한 마디로 독일 나치스가 유대인을 가스로 대량학살을 했다면 북한은 혹독한 굶주림, 가혹한 폭행과 노동, 온간 인권 유린 등으로 말라 죽인다”고 폭로했다. 그에 따르면 비참한 생활상은 입으로 형언하기 힘들고 매일 죽어가는 사람들의 시체 썩는 냄새가 진동한다고 한다.
이를 감안하면 북한 정권은 상상하기 조차 두려운 독재가 없고서는 존재할 수 없는 땅이 돼 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비핵화 후 개방에 나선다면 북한 정권은 순식간에 내부 소요로 무너질 개연성이 높다. 이를 모를 리 없는 김정은 정권이 미국 주전론자들의 압박조차 수용하지 않고 비핵화를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의 뒤로 물린다면 예전보다 더 심각한 전운이 다시 고조될 수밖에 없다.
이 모든 문제의 해결 방점에 탈북자가 있다는 것을 재차 상기하고자 한다. 비록 쉽지 않은 길이기는 하지만 그래서 더욱더 그 길을 가야 한다. 북한은 스스로 조선민주주의라고 내세우지만 이미 전 세계로부터 민주주의가 아니고 나아가 사회주의도 아닐 뿐만 아니라 하물며 봉건체체도 아닌 지옥이라는 지탄을 받고 있다. 탈북자들을 전향적으로 보다듬는 정책이 국제사회로부터 받는 북한의 악마적 평가를 바꿀 시작이자 핵심 키다.
경제봉쇄를 당하고 있는 북한의 주 수입원은 무기 및 화학무기 밀매, 위조지폐 등으로 알려지고 있다. 위폐는 심지어 달러뿐만 아니라 위안화까지 유통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이 북한의 후견을 계속 자처한다면 비판적 국제여론은 물론이고 중국 경제까지 위태롭게 하는 자폭장치를 끌어안은 채 가는 셈이다. 탈북자 문제는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이 선제적으로 먼저 반드시 해결할 사안이라는 점이다.
탈북자 문제가 해결되고 나면 북한 내 인권탄압 문제도 해결 방법이 찾아질 기회가 열리고 이후 북한 주민들로부터 인정받는 정권의 개혁·개방 노선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보고 싶다. 앞서 북한은 1990년대 후반 300만명을 굶주림으로 아사시킨 권력형 범죄를 지은 전력이 있다. 이후 북한 정권은 남측의 수억불 송금과 다양한 지원정책 덕에 벼랑 끝에서 살아 돌아왔지만 가공할 무기 하나를 더 들고 나타났다.
그래서 북한 정권의 자충수는 되돌 수 없는 지경까지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탈북자 인권을 해결의 통로로 삼는다면 국제사회의 여론이 바뀔 여지가 있다. 그만큼 탈북자 인권 문제는 차라리 악마들의 향연으로 불린다. 인권국을 자부하는 미국이 이런 북한의 변화가 보인다면 주전론이 우세해도 함부로 전쟁을 벌일 수 없다.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담보할 큰 걸음은 지금 이 순간에도 벌어지고 있는 끔찍하고 잔인하기 그지없는 탈북자 지옥부터 온전히 없애는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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