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신뢰도 갉아먹는 황창규 자리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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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신뢰도 갉아먹는 황창규 자리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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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5-08 00:02:03

최근 세계 각 국에서는 ‘제4차 산업혁명’을 맞이할 준비가 한창이다. ‘제4차 산업혁명’은 지난 2016년 처음 용어가 등장한 이후 빠른 속도로 전 세계의 화두로 자리매김했다.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새로운 산업 시대를 의미하는 이 단어는 컴퓨터·인터넷 등으로 대표되는 ‘제3차 산업혁명(정보혁명)’에서 한 단계 더 진화한 개념으로 인식된다.

한 단계 진화하긴 했지만 ‘제4차 산업혁명’ 역시 핵심에는 정보·통신 기술이 자리하고 있다. 기존 산업이나 서비스, 신기술 등에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모바일 등 지능정보기술을 접목시킨 개념이기 때문이다. 정보·통신 기술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는 시각이 주를 이루는 배경이다.

우리나라도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할 준비에 분주한 모습이다. ‘IT강국’이라는 지위를 갖춘 만큼 선제적인 준비만 제대로 이뤄진다면 미래에는 세계 경제의 패권국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문재인정부 역시 출범 직후 ‘4차 산업혁명’을 국정 과제로 내세우고 그에 걸맞은 다양한 정책을 펼쳐 왔다. 특히 우리나라의 강점인 정보·통신 분야 육성·발전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이러한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최근 우리나라 정보·통신 분야를 바라보는 우리 국민들의 시선에는 우려감이 가득하다. 정보·통신 분야의 선도 기업이 크게 휘청거리고 있어서다. 해당 기업은 공적자금, 즉 국민 소유나 다름없는 기업이기도 하다. 주인공은 바로 ‘국민기업’이라는 수식어로 더욱 유명한 KT그룹이다.

KT그룹의 위기는 기업 활동과는 별개로 ‘CEO리스크’에 기인했다는 점에서 사태의 심각성이 더해진다. 최근 몇 년간 수장인 황창규 회장은 각종 논란과 비리 의혹의 주인공으로 끊임없이 이름이 거론돼 왔다. 그 과정에서 사정당국의 조사도 수차례 받았다. 언론의 포토라인 앞에 서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불과 20일 전인 지난달 17일에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무려 20시간 동안 경찰로부터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불미스러운 일에 거론되는 일이 잦아지면서 KT그룹 안팎에서는 ‘사퇴설’이 끊이지 않았으나 여전히 황 회장은 자리를 꿋꿋이 지키고 있다. 그동안 황 회장과 마찬가지로 각종 논란과 비리 의혹으로 사퇴설이 끊이지 않았던 포스코그룹 권오준 회장이 끝내 자리에서 물러난 것과는 사뭇 대비되는 모습이다. 최근에는 ‘KT그룹 차기 회장 후보군’까지 거론되고 있지만 정작 황 회장의 생각은 달라 보인다.

황 회장의 꿋꿋한 모습에 정작 애가 타는 것은 정부와 국민이다. 적지 않은 수의 국민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앞서 우리나라 정보·통신 분야의 선도기업인 KT그룹이 활발한 활동을 펼치길 내심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황 회장은 국·내외를 넘나드는 외부활동 소식 보다는 불미스러운 사건의 연루 소식이 더욱 자주 들리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그나마 KT그룹 조직의 내공에 힘입어 다양한 활동이 전개되고 있진 하지만 공백에 가까운 수장의 역할이 아쉽다.

정부의 경우 ‘황창규 리스크’로 인한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대표적인 피해가 바로 신뢰도 하락이다. 상당수 국민들이 ‘4차 산업혁명’ 준비의 중요성과 KT그룹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내야 한다는 점에 깊이 공감하고 있지만 현실은 ‘황창규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가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데 대해 적지 않은 수의 국민들이 깊은 실망감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미온적 태도를 콕 찝어 비판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황 회장의 거취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자세를 취해주길 내심 바라는 분위기다.

KT그룹은 민영화를 표방하긴 했지만 공적자금의 소유나 다름없어 사실상 ‘국민기업’에 가깝다. 우리 국민을 대표하는 행정기관은 바로 대한민국 정부다. KT그룹에 정부의 의지가 어느 정도 반영될 수 있다는 대의명분은 바로 여기에 있다. ‘국민의 뜻’이라면 정부가 충분히 의사표현 정도는 해야 한다는 의미다. 게다가 정부의 신뢰도에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혀 자칫 국정 동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면 더욱 확실하게 조치를 취하는 게 나라 전체를 위하는 길이다. 정부와 청와대,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김신 s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