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전3기 금융당국, 개혁보단 기본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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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범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5-08 00:01:30

지난 4일 윤석헌 금융행정혁신위원장이 신임 금융감독원장에 임명됐다.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지 불과 1년 만에 금융당국 수장이 3번이나 바뀐 셈이다. 앞서 2번의 비관료 출신 금감원장이 각종 비리와 구설수에 휘말리며 불명예 퇴진하는 등 인사 실패에도 불구하고 민간출신 인사를 또 다시 수장으로 앉힌 배경에는 현 정부의 금융정책 철학을 충분히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윤석헌 신임 금감원장은 지난 18대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자문역을 지냈으며, 현 정부 실세라 불리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는 경기고 동문이다. 특히 이번 정부 들어 금융위원장 직속 금융행정혁신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다양한 개혁안을 정부에 권고해 왔다. 금융정책과 관련해 훈수를 두던 코치가 선수로 뛰게 됐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8일 본격적인 취임식을 갖고 금융당국 수장으로 활동하게 될 윤 신임 원장에 대해 시장에선 기대와 우려가 뒤섞인 반응을 보인다. 윤 신임 원장이 대표적인 개혁성향 경제학자로 평가되는 만큼 금융개혁이 급물살을 탈 거라는 기대감어린 반응이 나오는 반면 너무 강한 소신 탓에 일방통행식 정책 추진이 우려된다는 반응이 공존하고 있다.

실제로 그간 금융당국은 금융혁신 4대 전략을 제시하며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왔지만, 대부분 금융당국이 금융권에 통보하듯 이뤄진 게 사실이다. 이른바 일방통행식 행사가 주를 이룬 셈이다. 금융당국이 내세운 4대 금융혁신 내용이 상당 부분 옳다고 할지라도 소통없이 이뤄지는 정부주도식 정책 추진은 결국 금융시장의 기능을 망가뜨릴 공산이 크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단적으로 국내 금융사들은 기업의 사업성을 심사하고 선별하는 능력이 해외에 비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대부분 금융사가 정부의 고강도 규제를 의식해 위험을 감수하기 보단 부동산 담보대출과 가계대출 등과 같이 손쉬운 영업에만 안주하다보니 적극적인 금융지원 능력은 오히려 퇴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국내 금융산업은 선진국과 비교해볼 때 경쟁력면에서 크게 뒤쳐져 있다. 지난해 국내은행의 자본이익률은 6%에 불과했다. 미국 상업은행 평균이 9.7%임을 감안하면 수익성면에서 경쟁력이 크게 뒤쳐져있음을 알 수 있다. 금융당국이 개혁을 이유로 일방적인 금융정책을 강요한다면 경쟁력 약화라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수 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금융산업은 그 자체만으로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한 자본시장 꽃이나 다름없다. 금융이 발전해야 타 산업 분야의 발전도 함께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산업을 가르켜 흔히 자본시장 혈맥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금융이 시장에 자본공급이라는 기본 역할에 충실해야 국가경제가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다.

그런데 정작 금융시장 발전을 이끌어야 할 금융당국이 시장에 과도한 개입을 일삼는다면 이는 안하느니만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시장기능이 망가지고 정부에 대한 의존성이 높아져 경쟁력 약화라는 악순환을 초래할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윤 신임원장이 2전3기를 맞은 금융당국 수장인 만큼 과도한 시장개입을 통한 개혁보단 ‘신뢰’라는 금융시장 기본원칙부터 챙기길 기대해 본다.

임현범 hby6609@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