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평가를 두려워하는 후보 뽑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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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강 산업경제부장·부국장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5-11 10:15:50

조선시대 태종, 세조, 광해군은 후세에 양 극단의 평가를 받은 대표적인 군왕들이다.

태종과 세조는 ‘패륜적인 골육상쟁을 통해 왕위를 찬탈했다’는 비판과, 정치와 조세제도를 개혁하고 국가의 기틀을 다진 ‘명군(名君)’이라는 극과 극의 평가를 동시에 받고 있다.

광해군은 어린 동생을 죽이고 어머니를 폐위시킨 ‘폭군’으로 기록된 반면, 대동법을 실시해 피폐한 백성의 삶을 살피고, 중립외교를 펼쳐 전쟁을 막은 ‘탁월한 군주’로 평가 받기도 한다.

또한 ‘중국 역사상 가장 뛰어난 군주’라는 당 태종의 평가 뒤에는 형제를 죽이고 황위를 찬탈한 ‘패륜왕’이란 비판이 꼬리표처럼 따라 붙는다. 리콴유 싱가포르의 전 총리는 ‘경제를 일으킨 국부(國父)’라는 찬사와 ‘26년간 장기집권을 통해 언론자유를 묵살한 권위주의 독재자’라는 비판이 상존한다.

주목할 점은 ‘차기 권력의 향배’와 ‘사회 발전의 흐름’에 따라 평가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왕위를 물려받은 직계자손에 의해 태종과 세조의 폐륜 행위는 ‘구국의 결단’으로 기록된 반면 인조반정으로 왕위에서 쫓겨난 광해군은 쿠데타의 정당성이 필요했던 반정세력에 의해 ‘폭군’, ‘사대의 예를 저버린 패륜아’로 단죄됐다.

하지만 500여년이 지난 2018년 우리사회는 태종을 ‘조선 초 사회를 안정시킨 탁월한 군주’로 조명하기도 하고, 세조를 ‘왕위를 탐내 조카와 형제를 죽인 잔혹한 인물’로 평가하기도 한다. 광해군은 국제정세를 정확히 파악하는 혜안을 가진 비운의 명군으로 재평가되고 있다.

양 극단의 평가에는 하나의 공통된 기준이 있다. ‘인간에 대한 가치(價値) 존중’과 ‘삶의 질’이라는 잣대다. 형제를 가차 없이 죽이는 ‘패륜’, 언론자유를 말살한 ‘반(反)민주주의’ 행위에 대해서는 극단의 비판이 가해진다.

반대로 백성의 고통을 덜어주고 전쟁 위기를 극복한 능력과 자질이 발현되거나, 국민이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탁월한 리더쉽이 발휘될 때는 극찬에 가까운 평가가 내려진다.

우리와 동시대를 살아가면서 양 극단의 평가를 받는 정치인들도 있다. 정확히 말하면 생존하는 현실 정치인인 탓에 평가 보다는 ‘평판(評判)’이란 말이 맞을 듯 하다.

현재 국제사회에서 가장 핫한 인물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예측 불가능한 돌연변이’라는 혹평과 ‘추진력을 갖춘 냉철한 지도자’라는 찬사 양 극단의 평판을 동시에 받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우상화에 매몰된 독재가’라는 시각과 ‘중국을 초일류국가로 올려놓은 위대한 지도자’라는 평판이 상존한다.

하지만 역사 속 인물의 평가 기준과 이들 현실 정치인에 대한 평판 기준에는 차이가 있다. ‘인간과 삶의 가치’ 보다는 ‘나의 적군(敵軍)인지, 아군(我軍)인지’가 평판의 잣대가 된다.

트럼프와 시진핑이 우리나라에 적대적 행동을 가해 오면 우리는 ‘돌아이’ ‘음흉한 인물’로 혹평한다. 그들이 우리에게 이익이 되는 정책을 추진할 때는 ‘식견이 있는 지도자’ ‘결단력 있는 리더’란 평가에 주저하지 않는다.

사람은 누구나 양 극단까지는 아니어도 사는 동안 평판을, 죽은 후엔 평가를 받는다. 살아서는 좋은 평판을, 죽어서는 후한 평가를 받는다면, 금상첨화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세상 사람들이 내리는 평판이고 평가이기에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사람이 추구해야 할 평판과 평가와 관련해 논어에 ‘君子疾沒世而名不稱焉’(군자질몰세이명불칭언, 군자는 죽은 후에 이름을 남기지 못할 것을 걱정한다)이란 말이 나온다.

‘훌륭한 식견과 올 곧음을 갖춘 인물’로 평가 받는 일에 힘써야 한다는 의미다. 세상의 좋은 평판만을 얻기 위해 ‘인간에 대한 가치’를 훼손하지 않도록 경계할 것을 권면한 말이기도 하다.

한 달 후면 우리는 광역시장·도지사 17명, 기초단체장 226명, 광역의원 737명, 기초의원 1035명을 뽑아야 한다. 늘 그랬듯이 ‘누가 덜 나쁜 놈인지’, ‘누가 덜 거짓말 하는지’를 가려야 하는 불편함과 지루함을 겪게 될 것 같다.

이번에는 선택 방법을 좀 달리해 보자, 누가 '명망가', '사회지도층'이란 세간의 평판에 집착하는 지, 누가 비판적 평판에 개의치 않고 국민의 행복과 삶을 위해 살아왔는지 가려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김진강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김진강 산업경제부장·부국장 kjk5608@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