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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어린이 놀이시설은 7만 여 곳에 달한다. 반면 놀이시설 안전사고는 매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이용수칙 교육 부족, 흔들 놀이기구 부식, 놀이터 바닥에 나뒹구는 철조물 등 관할 지자체의 부실한 관리감독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지만 개선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학교 내 아이들의 안전보호를 위해 시행중인 ‘학교 보안관제도’ 역시 유명무실한지 오래다. 아이들이 마음 놓고 뛰어놀 수 있는 사회 안전망이 곳곳에서 허점을 보이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최근 5년(2012~2016) 간 어린이 놀이시설에서 발생한 안전사고는 2149건에 달한다. 이중 34명은 사망했고, 1875명이 부상을 입었다. 특히 어린이 날이 있는 5월의 사고건수는 328건으로 다른 달에 비해 가장 많았다.
안내 표시 없는 놀이시설 안전사고 “아이 책임 98%”
지난 2017년 한해 만해도 322건의 놀이시설 안전사고 가 발생했다. 장소별로는 학교 내 166건, 주택단지 내 114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활동량이 많은 7~14세에서 사고율이 가장 많았고, 사고원인으로 ‘이용자 부주의’가 97.8%를 차지해 놀이시설 이용준수에 대한 당국의 지도와 감독이 부실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국체육시설안전기술 자료를 보면, 지난해 안전사고가 발생한 놀이 기구는 ‘조합 놀이대’가 37%로 가장 많았고, ‘건너는 기구’ 17%, ‘그네’ 10%, ‘흔들 놀이기구’ 9% 등으로 나타났다. 사고원인 역시 ‘이용자 부주의’가 92%로 가장 많았다.
공병호 오산대 아동보호학과 교수는 “어린이 놀이시설 설치만큼 중요한 것은 관리지만 지속적인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형식적인 매뉴얼만 있다”며 “아이들이 놀이 시설 기구를 이용하기 전 아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놀이기구 안내 표지판도 현실적으로 찾기 힘들다”라고 밝혔다.
또한 “아이들이 크게 다친 이후에 관심을 갖고, 놀이시설을 개선을 하는 것은 ‘사후 약방문’이 될 뿐 근본적 해결이 될 수 없다”며 “사전에 체계화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어린이 놀이시설 관리주체가 제각각인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아동 복지 전문가들에 따르면, 주택단지 내 어린이 놀이시설은 아파트관리사무소가 직접 관리하는 반면, 유치원과 학교 내 놀이시설은 교육청이, 도시공원 내 놀이시설은 관할 지자체 공원녹지과가 관리를 담당하고 있어 일원화 된 체계적인 관리를 위한 제도 보완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한 어린이 놀이시설 설치 기준이 현행 ‘안전관리법’ 상 놀이기구 안전에만 초점을 둔 탓에 큰 도로 옆, 유흥주점, 유해한 공장 인근 등 위험요소가 도사리는 장소에 설치된 어린이 놀이기구도 상당수인 것으로 드러났다.
유흥업소·공장 옆 놀이기구 ‘수두룩’…배상책임보험 미가입도 상당수
설령 아이가 다친다 해도 상당수 놀이기구가 배상책임보험만 가입돼 있거나 이 조차 가입돼 있지 않은 곳이 많아 치료부담은 고스란히 학부모 몫으로 돌아가고 있다.
취재 중 만나게 된 김가영(42·여·가명) 씨는 아이가 주택단지 내 놀이터에서 놀다가 시설물에 얼굴이 부딪혀 피멍이 크게 들었지만, 해당 놀이터가 책임배상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아 병원비를 고스란히 부담해야 했다.
경기도 임대주택에 사는 최진영(38·여·가명) 씨의 아이는 미끄럼틀에서 놀다 떨어져 왼쪽 다리에 골절을 입었다. 최 씨는 곧바로 아이를 병원으로 데려갔고 보험사에 보험금 신청을 문의했다. 그러나 최 씨의 아파트는 법적의무사항인 배상책임보험만 가입돼 있을 뿐만 아니라 아이의 과실이 인정돼 보험금 지급이 어렵다는 답변을 듣게 됐다.
최 씨는 " 어린이 놀이시설마다 가입한 보험이 달라 어떤 놀이터에서는 아이의 과실에 상관없이 보험금을 지급하는데 다른 놀이터에서는 과실을 따져가며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학교보안관·배움터지킴이 실효성 적어…일원화된 안전관리 시급
한편, 지난 2010년 한 남성이 초등학교에 침입해 8살 여자 어린이를 끌고 가 성폭행한 이른바 ‘김수철 사건’을 계기로 서울 시내 공립 초등학교 562개교에 설치된 ‘학교보안관’ 제도 역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적어 실효성에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또한 2006년부터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전국 초·중·고등학교에 설치된 ‘배움터지킴이(school police)' 제도와 차별성이 없어 교육 전문가들은 체계적과 일원화된 관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계약직 근로자인 학교보안관은 교내 방문자가 소지품 검사나 신분 확인을 거절할 때에는 이를 강제할 권한이 없어 학교 내 안전관리에 허점이 많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학교보안관 응시가능 연령은 당초 만55세 이상으로 나이제한이 없었지만, 지난해에야 근무 상한 연령을 만 70세 이하로 제한했다. 배움터지킴이는 나이제한이 없다.
서울시 교육청 관계자는 “체력요건을 강화해 선발하고 있어 문제가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고령의 학교보안관과 배움터지킴이가 교내 안전을 효율적으로 해결할지 의문이 계속되고 있다.
이숙자 서울시 의원은 “노인층이 다시 사회에 일원으로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안관이나 배움터지킴이는 매력적이지만, 중복되는 업무를 체계적으로 일원화해 운영하는 것이 좋다”며 “근본적으로 교내 안전을 위해서는 중앙정부와의 협의 또는 법 개정을 통해 학교에 사법경찰관을 배치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권이향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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