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와 사람이 함께사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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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와 사람이 함께사는 세상

스카이데일리 기자수첩

권이향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5-18 14:03:06

서울시가 2008년부터 시작한 길고양이 중성화(TNR) 사업 효과를 조사한 결과 지난 2008년부터 작년까지 중성화 수술을 받은 길고양이는 모두 6만4600마리로 나타났다.

그 결과 2013년 기준 25만 마리였던 길고양이는 지난해 13만9000마리로 절반 정도 줄었다.

이처럼 길고양이 개체 수 조절에 가장 성공적인 방법으로 알려진 티엔알(TNR)은 길고양이의 발정기나 영역 싸움으로 생기는 소음 피해를 줄이는 데에도 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긍정적인 면이 많은 중성화 사업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길고양이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관리가 동반돼야 한다. 이에따라 각 지자체는 TNR사업을 진행하면서 각 지역 캣맘(길고양이게 물·먹이·쉴 곳을 제공하는 동물 보호가) 들과 협동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들어 길고양이에 대한 혐오에서 시작된 범죄행위가 고양이에게 쉴 곳과 먹이를 제공하는 캣맘에게 향하면서 이들을 테러하는 사건이 자주 발생했다. 취재 중 만난 한 캣맘은 관악구 청룡동에 사는 주민이 청룡동 길고양이 10여 마리를 죽이고 그 지역 캣맘을 위협하는 사건도 발생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뿐 아니라 인천에서 길고양이에게 밥을 준다는 이유로 사람을 음식물 쓰레기통에 처박는가 하면 부산에서는 캣맘의 뺨을 때린 사건도 발생했다. 특히, 지난 2015년 용인에서 ‘캣맘 벽돌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사건 용의자로 초등학생이 지목되면서 사회전반에 충격을 줬다.

후에 ‘캣맘 혐오’ 때문에 벌어진 일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지만 이미 사회 내에서 동물 보호가와 길고양이 민폐론자 사이의 갈등이 예상을 뛰어넘는 심각한 수준에 도달해 있다.

물론 사회는 다양한 생각과 의견이 공존하는 곳이다. 길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서로 생각이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너는 틀렸다’며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일어나서는 안 된다.

몇몇 길고양이 민폐론자들은 캣맘들이 밥을 주면서 고양이가 더 많이 모여 동네에 악취부터 소음이 발생한다고 한다. 그러나 길고양이 더는 쓰레기봉투를 뒤지거나 물어뜯지 않게 된다.

아울러 길고양이 포획-살처분 방식은 이미 길고양이 개체 수 조절에 실패한 방법으로 영국의 한 야생동물학자가 발견한 ‘진공효과’를 통해 입증됐다. ‘진공효과’란 한 지역의 길고양이 수가 줄면 주변 지역에서 새로운 길고양이가 빠르게 유입되면서 오히려 더 많은 길고양이가 모여 살게 되는 현상이다.

길고양이를 죽이는 민폐론자들의 행위는 무의미하다. 또한, 캣맘들의 목표도 ‘길고양이를 더 양성하자는 것’이 아니라 ‘이미 사는 길고양이를 관리해 점점 수를 줄어가자’는 거다. 이제 우리에게 길고양이와 사람 사이의 공존은 선택사항이 아니다. 어느새 길고양이도 도시 생태계의 일원이 됐기 때문이다.

[권이향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권이향 ehkwo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