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주 
세계경제의 엔진이라고 할 미국을 필두로 대부분 나라가 호황국면에 접어들면서 실업률이 떨어지고 있지만 유독 우리나라만 체감 불황국면이 심화되고 실업자까지 최악으로 치닫고 있어 우려감이 공포로 확산 중이다. 우리 경제는 실업뿐만 아니라 공장가동, 수출, 재고, 투자 등의 핵심 지표들에서 모두 빨간불이 켜졌지만 정부는 앵무새처럼 면피만 하기 급급한 항변만 하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다.
현 정부 경제정책 기조인 최저임금인상이나 소득주도성장론이 분명히 현실에서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키며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국내외 전문가들이나 경제단체들은 하나같이 최악의 경제침체 국면이 본격 시작되고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지만 정부는 억척스럽고 고집스럽게 원인을 다른 곳에서 찾기 바쁘다.
우리를 제외한 글로벌 경제가 호황국면이라는 것은 세계 경제를 리드하는 미국, 독일, 일본의 실업률만 봐도 확연히 드러난다. 미국의 실업률은 4월 기준 지난 2000년 12월 이후 최초로 4% 아래로 떨어지면서 1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유럽 경제의 기관차인 독일도 3월 기준 실업률이 5.3%를 기록하면서 지난 1990년 10월 통일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잃어버린 20년을 겪었지만 아시아 경제의 중심으로 재부상하고 있는 일본은 지난 1월 기준 실업률이 2.4%를 보이면서 24년 8개월 만에 실업률 최저치를 나타냈다. 일본은 2월에도 2.5% 실업률을 보이면서 안정세를 이어가 주목을 받았다. 일본경제의 재부상을 기반으로 경쟁력을 키우는 일본 기업들은 우리 기업들을 크게 긴장시키고 있다.
반면 한국경제는 지난해 추경을 포함한 일자리 예산에만 천문학적 자금인 25조원을 쏟아 부었지만 지난 3월 기준 실업률이 4.5%를 보이면서 17년 만에 최악을 기록해 충격을 주었다. 그런데 실업률만 최악이 아닌 것이 자못 더 심각하다. 실업통계에 잡히지 않는 구직포기자들과 통계상 ‘쉬었음’으로 표시되는 이른바 ‘노는 족’들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통계청 자료를 보면 4월 기준 구직단념자가 45만7700명에 달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약 1년 전보다 4만800명이나 급증했다. 취포자(취업포기자)로 불리는 구직단념자들은 지난 1분기에 이어 4월에도 현재의 규정으로 조사를 시작한 지난 2014년 이후 지난달에 최고 정점을 찍었다. 6개월 이상 일자리를 찾지 못한 장기 실업자 수도 지난 1분기 기준 2000년 이후 18년만에 최고를 기록해 놀라움을 줬다.
현 정부가 그토록 애지중지 하는 일자리 정책의 부메랑은 더 있다. 통계상 ‘쉬었음’으로 분류되는 잠재실업자들이 4월 기준 전년 동기보다 12만2000명이나 폭증했다. 이들 숫자가 174만9000명에 달한다. 이 수치는 통계청이 자료를 공급하기 시작한 지난 2003년 4월 이후 가장 높다는 점에서 충격을 넘어 침통함까지 준다.
‘쉬었음’에 속한 사람들은 속된말로 구직노력을 하지 않은 채 그저 ‘빈둥빈둥 노는’ 이른바 니트족(NEET, Not in Employment, Education or Training)으로 불린다. 이들은 직장인이 아닌 것은 물론 학생도 아니고 직업훈련을 받지도 않는다. 고상한 말로는 무업자(無業者)로 불리기도 하고 세간에서는 백수로 지칭된다. 이들이 1년새 10만명이 늘어 통계를 잡기 시작한 이후 최고치를 찍은 것은 취포자 이상으로 심각한 사안이다. 수십조원의 혈세를 쏟아부은 일자리 정책의 성적이 정말 초라하다 못해 어이가 없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실업률을 제대로 보려면 소위 유사실업률을 전부 감안해야 한다. 구직단념자, 무업자(쉬었음)는 물론이고 잠재적 실업상태인 취업준비생까지 포함하면 실업률은 대폭 올라간다. 이를 포함하지 않은 통계실업률이 체감실업률과 큰 차이를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이들을 육아, 가사, 연로, 장애인 등과 같이 비경제활동군에 넣는 것이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더욱이 현 정부가 신의 직장이라는 공무원 채용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환상적 정책을 취하면서 실업률에서 빠지는 취업준비생들이 대거 증가, 잠재적 실업률을 대폭 끌어 올렸다. 이는 공시족들의 경쟁률이 너무 높은 반면 합격률은 너무 낮아 사실상의 실업자들을 숨어 있게 하는 역할을 했다. 원서를 내지 않고 공부를 하는 시간동안 공시족은 실업자가 아니다. 이들의 숫자가 실업통계에 잡히지 않은 수치까지 합산하면 100만명으로 추산되기도 한다.
공식 통계상 약 30만명으로 추산되는 공시족이 경제활동을 했을 경우를 가정하면 연간 15조원의 생산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추계가 있다. 통계상의 허점도 문제지만 청년들 대다수가 빈둥빈둥 노는 것 아니면 천재일우의 기회라야 합격할 수 있다는 상황이 된 공무원으로 몰리는 것은 국가경제적으로 큰 손실이면서 미래의 희망을 스스로 걸어 잠그는 암울한 그림이다.
경제전문가들은 작금의 실업문제에 대해 퍼붓기 정책이 얼마만큼 환상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한결같이 지적하고 있다. 하물며 진보적 경제학자들도 현재의 일자리 정책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OECD도 한국의 고용정책에 쓴 소리를 하는 상황이다. 특히 퍼붓기의 명분이 되고 있는 소득주도성장론은 경제학에서는 인정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 지 오래됐다.
정부가 강행하다시피 해 온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도 임시직이나 일용직 숫자가 떨어지는 효과는 있지만 상용근로자는 오히려 줄어드는 풍선효과가 곳곳에서 폭발하기 시작했다. 그 피해자는 서민층의 대명사인 청년층이나 고령층에게 주로 향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근로시간단축 등이 고용약자들의 피해를 오히려 가중시키고 있는 셈이다. 날로 그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는 지경이다.
실제로 새벽까지 불야성을 이루던 상권들이 저녁 10시나 11시면 닫는 경우가 급격히 확산 중이다. 자영업자들에게 손님이 줄기 시작하는 시간대에는 아예 영업을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유리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새벽까지 청년들로 북적이던 젊음의 메카 대학로 상권만 해도 최근에는 저녁 10만 되면 썰렁하다 못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로 바뀌었다. 이곳 업주들은 이구동성 최저임금을 거론한다.
현 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누가 봐도 실패작이다. 실업률도 문제지만 취포자나 니트족들의 급격한 증가는 한국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린다. 그래서 혈세를 통한 지원정책은 아무리 생각해도 아니다. 환자에게 독약을 먹이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전을 통한 성취감이라는 청년정신을 죽이는 것은 작금의 경제위기보다 더 심각한 사안이라는 것이다.
취업을 했다고 해도 1년 내 청년들의 이직률이 나날이 급증하는 현상 또한 이 같은 분위기를 타고 있는 것 같아 착잡하다. 이런 상황이 정작 중소기업들에게 큰 상처를 주고 사지로 내몰기까지 한다. 자본시장에서 돈을 치열하게 벌어보지 않은 정책당국자들의 탁상공론 꿈은 이토록 무서운 결과를 맞고 있다. 해결의 궁극적 방점은 문제의 단초가 된 정책의 실패를 피하지 말고 온 몸으로 받아들이는 자세에서 시작된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대하역사소설 ‘우리나라 삼국지’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