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석방 재뿌린 남익우 채용비리 의혹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데스크칼럼

스카이데일리 칼럼

김신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5-21 00:04:17

지난해 말 불거진 금융권 채용비리 의혹의 후폭풍이 거세다. 타 금융사, 금융기관 등으로 확산되며 새로운 의혹까지 낳고 있다. 심지어 권력기관 수장의 연루설까지 흘러나오면서 급기야 해당 기관의 수장이 교체되는 일도 있었다. 채용비리 자체가 주는 사안의 엄중함이 그 만큼 무겁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최근 채용비리 의혹은 산업계로까지 확산되는 분위기다. 얼마 전에는 재계서열 5위의 대기업 롯데그룹 내에서도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져 나왔다. 채용비리 의혹을 내부적으로 수습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을 탄압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채용비리 의혹의 중심에는 구속수감 중인 신동빈 회장을 대신해 그룹을 이끌고 있는 황각규 부회장의 측근 남익우 롯데GRS 대표이사가 자리하고 있었다.

롯데GRS 내부 직원 등의 주장에 따르면 지난 2012년 남 대표가 롯데GRS 경영지원본부장으로 재직할 당시 그의 장녀·사위(당시 예비사위)가 입사했다. 올 초부터는 남 대표의 차녀 등도 롯데그룹 내에서 근무 중이다. 현재 롯데GRS로 입사했던 남 대표의 장녀는 타 계열사에서 근무 중이다. 처음 매장 직원으로 입사한 차녀는 현재 지역사업소에서 근무하고 있다. 매장 직원이 지역사업소로 발령 나는 사례는 상당히 드문 것으로 전해진다.

논란은 단순히 채용비리 의혹에만 그치지 않았다. 의혹이 불거져 나온 이후 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롯데GRS 인사팀장이 일부 직원의 휴대폰을 검열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실제 휴대폰을 검열 당했다는 한 직원은 인사권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는 인물에게 개인정보가 담긴 휴대폰을 검열 당했을 당시 비참한 심정을 느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채용비리는 피해가 단순히 개인, 혹은 조직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데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진다. 채용규모가 정해진 상황에서 특정 인물의 부정합격은 결국 피해자를 낳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무고한 희생이 필수적이다.

더욱 넓은 개념에서 보면 피해 규모는 더욱 막대해진다. 높은 취업문턱을 넘기 위해 지금 이 시간에도 구슬땀을 흘리는 취업 준비생들에게 무기력감과 절망감을 선사한다는 점에서 사회 전체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일반 국민들이 채용비리 의혹에 유독 민감하게 반응하고 연루 기업에 대해서는 강한 반감을 보이는 배경이다.

롯데그룹 역시 남익우 대표가 연루된 채용비리 의혹의 후폭풍을 피해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우선적으로 롯데그룹 이미지 실추가 예상된다. 남 대표가 그룹 최고실세인 황각규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만큼 화살이 롯데그룹 전체를 향할 확률이 높다.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의 ‘반(反)롯데’ 정서 확산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주목되는 사실은 ‘반(反)롯데’ 정서의 영향이 단순히 기업 차원을 넘어 구속 수감 중인 신동빈 회장에까지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롯데=신동빈’이라는 절대 불변의 공식 때문이다. 남 대표의 채용비리 의혹에서 촉발된 반롯데 정서가 신 회장의 이미지에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힐 가능성이 크다.

이미지 실추는 각종 경영비리 의혹으로 구속 수감 중인 신 회장에게는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신 회장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오는 10월 열릴 예정인 2심 판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재벌개혁 깃발을 든 문재인정부 출범 후 사법부 또한 재벌총수 재판의 판결에 대해 여론의 반응을 살피는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은 더 이상 사태가 확산되기 전에 남 대표에 대한 채용비리 의혹을 일단락 지어야 한다. 직원탄압 관련 내용에 대해서도 철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 철저한 검증과 진상규명을 통해 책임자와 관련자에 대한 문책을 단행해야 한다. 물론 이러한 조치가 단순히 보여주기식에 그쳐선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누가 사태를 수습할지가 중요하다. 사태의 확실한 끝맺음은 황각규 부회장 손에서 이뤄져야 한다.

김신 s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