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흡연 10대들 처벌수위 높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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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흡연 10대들 처벌수위 높여야

스카이데일리 칼럼

김도현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5-23 00:28:21

국내에서 처음으로 맥주 생산이 이뤄진 시기는 일제강점기였던 1930년대다. 대일본맥주가 오늘날 하이트의 전신 ‘조선맥주’를 설립했으며 기린맥주가 오비맥주의 전신 ‘소화기린맥주’를 설립해 생산이 이뤄졌다.

두 업체는 해방 후 미군정이 관리하다 1951년 민간에 이양돼 국내 주류산업의 토대가 됐다. 오늘날 우리 맥주시장은 가짓수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종류가 다양해졌다.

수입맥주는 편의점에서 4캔에 1만원씩 판매되며 부담이 줄었다. 어느새 맥주는 어른들이 즐기는 음료가 됐다. 분명 일반적인 음료보단 어른스럽고 소주·막걸리·위스키 등 타 주종에 비해 다소 친근한 그 중간쯤이다.

판매처 또한 다양해졌다. 패스트푸드점과 커피전문점은 물론 최근에는 도넛전문점에서도 맥주를 판매하고 있다. 타 업종 등에서도 점차 보편화되는 추세다. 맥주인구를 사로잡겠다는 복안인데 덕분에 이 같은 전략을 취한 관련업계에서도 비상이다. 10대들의 출입이 빈번했던 매장에서 맥주주문 고객을 대상으로 신분증검사를 실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친근해졌다지만 분명 맥주는 술이다. 신분증검사를 게을리 했다간 영업정지 등의 철퇴를 맞을 수도 있다. 청소년들의 일탈을 막는 것이 어른들의 의무로 작용하는 우리사회서 술 판매는 곧 고객을 가려 받을 의무가 생겨났음을 뜻한다. 하지만 그 의무가 과도하게 어른들에게 집중돼 있는지 여부에 대해선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미성년자의 음주와 미성년자에 술을 판매하는 행위 모두 불법임이 자명한데 처벌은 판매자에게만 과도하게 집중돼 있는 것이다. 미성년자에겐 훈방 또는 가벼운 교내·외 징계수준에서 머무르지만 판매한 이에게는 영업정지·벌금 등의 중형이 내려진다. 생계활동을 중단하라는 식의 형벌인 셈이다.

사실 호기심으로 에둘러 표현하기에 오늘날 10대들은 10년 전 10대들보다 아는 것이 많다. 스스로가 미성년자고 법적으로 충분한 보호 하에 놓일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이를 악용하는 이들 또한 적지 않다. 10년 전 10대들은 20년 전 10대들보다 영악했을 것이며 10년 뒤 10대들은 필시 오늘날 10대들을 능가할 것이다.

그렇다고 애들을 어떻게 술 한 잔 마신 것 가지고 징계할 수 있느냐고 되물을 수 있다. 분명한 것은 두 잔이고 석 잔이고 술은 술이라는 점이다. 판매한 사람들은 고의여부와 관계없이 생계까지 위협받는 가운데 청소년이란 이유로 보호만 해주는 게 능사인지는 되짚어 볼 문제다. 보호도 좋지만 스스로의 행동에 책임지는 자세도 필요하지 않을까.

사실 해외에서는 술 또는 담배 등을 직접 구입한 학생들을 처벌하는 것이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일본에서는 자판기에서 술·담배 등을 구매할 때 ‘내 나이는 20살이 넘으며 사실이 다를 경우 스스로 책임지겠다’는 안내문에 동의를 해야 살 수 있게 한다. 이를 어길 시 청소년과 그 부모 모두를 징계한다.

미국과 영국에서도 판매자와 함께 주류·담배 등을 구입한 청소년들에게 법적 책임을 묻는다. 보호자 역시 마찬가지다. 청소년에 법적 책임을 묻지 않는 나라에서도 판매자만을 벌하는 경우는 드물다. 해당 아이의 부모들에게도 법적 제재를 가한다. 보호를 해야 할 대상이라 판단함에 따라 보호자를 문책하는 방식이다.

이들과 비교하자면 필시 우리의 법은 다소 판매자만을 채근한다. 예년과 다르게 키도 외형도 더욱 어른스러워지는 10대들에 술을 판매한 이들은 “정말 몰랐다”며 억울한 반응을 내보이기도 한다. 동시에 생계 등에 타격을 입어 벙어리 냉가슴을 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반면 10대들은 적당한 꾸짖음을 당한다. 이들 부모들은 “호기심에 술 한 잔 해봤으면 다음부터 그러지 말라”는 식으로 적당히 넘긴다. 술에 관대한 사회에서 생활을 하는 부모들이 자녀들에게까지 관대한 자세를 취한다. 반복되는 이유다.

선거연령을 낮추는 등 청소년들의 참정권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모습이다. 그들의 선택권을 존중하고 이 사회를 구성하는 하나의 인격체로서 인정해야 함도 당연히 옳다. 그렇기에 더욱 그들에게도 범법에 따른 무게감을 느끼게 해줘야 한다.

아이들을 보호해야 하는 것이 일종의 어른들의 의무라는 데 이견은 없다. 다만 그들에게 자신의 행동에 뒤따른 책임감을 지는 것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반드시 갖춰야 할 덕목임을 주지시키는 의무도 어른들에게 있지는 않을 지 생각해본다.

[김도현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김도현 dh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