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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인지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부터 질문하는 방식이 바뀌었다. 의료실비보험(이하 실비보험) 가입자를 두고 하는 말이다. 필자가 이 일을 시작했을 2010년만 하더라도 실비보험 가입자들은 “혹시 이거 실비 되나요?”라는 형식으로 질문을 해왔다. 하지만 이젠 “이거 실비 된다는데 맞죠?” 라고 물어온다.
보통 이렇게 질문을 하는 경우는 의료보험 혜택 적용을 받는 치료가 아닌 비급여진료를 했을 경우이다. 그런데 몇 년 사이에 질문의 방식이 “되나요”에서 “되죠”로 바뀐 것이다. 이게 무슨 대수인 것 마냥 강조하나 싶겠지만 이 차이는 개인적으로 정말 크다. 소비자 스스로가 알아보고 판단을 한 게 아니라 대부분 주변에서 정보를 접해서 물어보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정상적인 치료행위를 받아서 궁금해하기 보다는 실비혜택을 받고 싶어서 물어보기 때문이다. 즉, 과잉진료라고 단정짓기는 섣부른 판단일지는 몰라도 지극히 정상이라고 볼 수 없는 것 만큼은 확실하다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문제는 어제 오늘만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갈수록 보이지 않게 심해지고 있다는 게 문제다. 똑똑해지는 소비자가 마냥 좋은 게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다. 그 똑똑함이 도덕적 해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선량한 소비자들에게 보이지 않는 피해가 초래될 수 있어 심히 걱정이 되기 때문이다
이에 맞서 금융당국은 그 동안 몇 차례에 걸쳐 실비보험에 변화를 가져왔다. 보장 한도를 축소하고 문제가 되고 있는 비급여 진료항목들에 대해서는 현재 횟수 및 보장금액에 제한을 두고 특약사항으로 따로 가입하게끔 해놨다. 그렇다고 문제가 실질적으로 해결되거나 해소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가까운 예로 도덕적 해이로 연결 될 수 있는 흔한 치료행위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도수치료다. 이는 소비자도 소비자지만 병원이 부추기고 있어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허리통증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았을 때 대부분 비수술 치료요법이라는 사항을 강조하며 의료실비가 있는지부터 물어보고 치료받을 것을 권유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는 의료실비가 있는 환자와 없는 환자의 치료비가 다른 경우가 있다. 이는 실제 필자의 고객과 통화하면서 확인할 수 있었던 내용이다. 심지어 의료실비가 있는 경우 도수치료 이외에 각종 비급여 의료행위를 더 권유해 보험혜택을 보라는 식으로 영업을 하는 병원도 볼 수 있었다. 이는 심각함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
한편 이러한 의료행위들로 인해 피해자가 보험사들 자신이라고 하지만 실제 최대 피해자는 선량한 실비보험가입자들이 될 수 있어 안타까운 실정이다. 실비보험은 나이에 따른 위험률과 손해율 등을 일정 기간마다 적용해 보험료가 증감될 수 있는 갱신형보험이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 손해율이 높아지면 결국 보험료가 증가할 수 밖에 없어 선량한 실비보험가입자들이 도덕적 해이로 인한 보험회사의 피해분을 나눠서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장기간 동안 보험금 청구를 하지 않을 경우 갱신 할인율이라는 것이 적용이 된다고 하지만 필자의 사례들을 살펴볼 때 50~60대의 경우 갱신 할인율이 갱신보험 인상율을 따라 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늘 혜택은 제대로 받아본 적도 없는데 보험료를 이렇게까지 납입하는 게 맞는 것인지 아직도 모르겠다면서 전화하시는 분들이 부지기수다.
무슨 문제든 그 문제를 해결하려면 근본적인 원인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 뿌리가 썩었다면 그 뿌리를 뽑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실비보험의 도덕적 해이를 논하다 보면 그 뿌리가 보험소비자의 욕심에 그치지 않고 상업적으로 자신의 이득을 취하려고 하는 몇몇 비양심적인 의료인들에게도 깊이 박혀 있어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내 바로 잡기는 아직까지도 어려워 보인다고 말한다. 실로 안타까울 뿐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실비보험은 ‘계륵’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비보험료를 내는 것이 아까운가. 그렇다면 불필요한 의료행위를 받는 것이 아닌 가입 하지 않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라는 걸 명심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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