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주 
한국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두말할 나위 없이 거의 절대적이라고 할 만큼 높고 중요하지만 올 들어 왠지 모를 불안감이 계속 엄습하고 있다. 나아가 수출 활성화를 위한 새판짜기 수준의 중장기 대책마련이 시급하지만 뒷짐을 지는 듯한 정부의 어정쩡한 태도가 더 걱정이다. 수출이 간신히 상승세는 타고 있지만 언제 꺾일지 모르는 불안감은 한국경제의 가장 큰 위협요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미 수출 적신호는 세계무역기구(WTO) 수치로 나왔다. 작년만 해도 우리의 수출 증가율(15.8%)은 전 세계 주요 10개 수출대국 가운데 1위에 올라 기염을 토했지만 지난 1분기 기준 8위로 추락해 충격을 주었다. 한국은 작년 1분기 중에도 수출증가율 14.7%를 보이며 1위를 차지했었다.
하지만 올해 1분기는 사정이 확 달라졌다. 10대 수출국 중 꼴찌수준으로 떨어진 것은 물론이고 이 기간 중 보인 10.1%의 수출 증가율은 글로벌 교역량 90%를 점유하는 71개국 평균 증가율인 13.8%보다 밑도는 수치였다. 수출규모도 5위권을 넘보는 6위였지만 오히려 역주행 하면서 7위로 주저앉았다.
우리 경제의 기관차 역할을 하고 있는 수출 적신호는 지난달 정부의 통계에서도 현실화 되면서 우려감을 보탰다. 한국의 수출은 지난 2016년 11월부터 올 3월까지 17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 왔지만 4월 들어 전년 같은 기간 보다 1.5% 줄면서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5월 들어 수출이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슬아스한 분위기는 이어지고 있다.
이달 20일까지 통관기준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4.8% 증가세를 보였다. 휴일 등을 뺀 순수 조업일수를 감안한 하루 평균 수출 증가율은 10.4%를 보이며 역시 두 자리 증가세를 나타내 한숨을 돌리게 했다. 하지만 4월처럼 섣부른 판단은 아직 이르다. 또 수출 증가세를 이끈 것은 42.8%를 보인 반도체였다. 한국경제의 반도체 의존성이 심화되고 있는 것은 오히려 위기의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 같은 기간 주력 수출품인 선박은 33.6%나 급감한 사실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뜻이다.
반도체 호황 또한 언제까지 갈지 장담하기 어렵다. 중국의 추격이 만만치 않을 뿐만 아니라 롤러코스터를 타는 반도체 수요의 특성 등을 감안하면 반도체 독주는 우리 스스로 견제해야 할 숙제다. 자칫 반도체마저 삐긋하는 상황이 닥치면 한국경제 전체가 흔들릴 위기를 감수해야 한다.
실제로 작년만 해도 수출이 경제성장률에 기여하는 비중이 64.5%를 차지했다. 지난해 경제성장률 3.1% 중 2.0%를 수출이 차지했다는 얘기다. 최근 3년간 수출이 경제성장에 기여한 비율이 평균 37.8%임을 감안하면 작년의 상황은 유달리 주목을 받았다. 2016년 12.1%와 비교해서는 무려 5배 이상 기여율이 증가하기도 했다.
수출의 세부내역을 보면 더욱 긴장하게 한다. 지난해 산업별 수출을 보면 전체 수출의 97.7%가 제조업이었다.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수출이 우리 국민을 먹여 살리는 밥솥인 셈이다. 하지만 올 들어 공장가동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제조업 위기가 한파 수준이다. 창고에 재고까지 쌓이면서 수출 첨병인 제조업은 위험한 복병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이 같은 상황을 절대 방관해서는 안 된다. 가장 위험한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수출 증가세를 이어가기 위한 특단의 수출 대책을 치밀하게 짜야 한다. 날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글로벌 수출 환경에 선제적인 대응책이 시급하지만 우리는 오히려 내부의 정치적 환경, 수출 대기업 옥죄기, 혈세 퍼주기식 경제운용 등이 불확실성과 위험성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 한해만 해도 수출을 통한 취업유발인원이 무려 447만명에 달했다. 이는 전년보다 40만명이나 늘어난 것이기도 해 수출이 일자리 창출의 밑거름이 되고 있음을 여실히 증명했다. 지난해 수출이 생산을 유발한 금액은 무려 1100조원을 넘기도 했다. 이 중 제조업 비중이 98%를 차지했다. 수출이 무너지면 제조업이 동반해서 쓰러지고 이어 일자리가 와해되는 것이 우리 경제의 메가 시스템이다.
정부는 5월 수출이 일시적으로 증가세를 보인다고 해서 면피성 해명만을 늘어놓아 볼썽사납기까지 하다. 세계무역기구 자료와는 달리 정부가 내놓은 지난 1분기 성적은 좋은 것만 색칠해져 있는 느낌마저 든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자료를 보면 분기별 증가율이 6분기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의 13대 주력 품목 이외에 신산업 수출 증가율이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 먹거리인 전기차, 태양광, 로봇, 바이오헬스, 신소재 등의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35%나 증가한 것도 반가운 소식이기는 하다. 같은 기간 고부가 반도체인 복합구조칩직접회로(MCP) 수출도 85%나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정밀화학원료도 37%나 증가했다. 이는 수출품목의 다변화 측면에서 희망을 주는 수치들이지만 문제는 이들 수출의 절대액수가 많다고 볼 수 없는데 있다.
따라서 자랑거리가 되지 않는 자랑을 할 것이 아니라 기존의 제조업 기반 수출 전선을 사수하는 공격적인 정책 플랜이 다급하다. 안타깝게도 정부의 노력이 잘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수출 대기업들이 해외로 빠져나갈 압박을 지속하고 있는 중이다. 적지 않은 수출 대기업들은 내년 사업구상에 공장의 해외이전 및 해외공장 확장 등을 핵심 방점으로 삼고 있다. 한국경제의 공동화 현상이 내년이면 심화될 상황이지만 정부는 이에 대해서도 여전히 안일하다.
수출은 국민과 가계에 직접적인 부(富)를 가져다 주는 부가가치 창출을 리드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애써 간과하고 있다는 생각에까지 미치게 한다. 지난해만 해도 수출이 차지하는 부가가치율이 55.1%에 달해 제조업 평균 54.5%보다 많았다. 더욱이 제조업의 수출 부가가치 유발액은 300조를 상회하기도 했다.
수출 최전선에 있는 대기업 옥죄기부터 과감히 풀어야 한다. 중소기업을 진작시키고 서민들의 삶을 안정시켜 경제성장을 견인하고자 하는 정책은 이미 수많은 지표에서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다. 혈세를 풀고 최저임금을 올려 서민들의 소득을 증가하는 이른바 소득주도성장론의 실패를 자인하고 이젠 수출전선을 보다듬는 행보로 과감히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선진국 문턱에서 주저앉은 많은 나라들을 보면 무너지는 속도는 그야말로 순식간이었다. 한번 후퇴한 경제를 회복시키는 것은 만만치 않다. 경쟁국들과 후발 개도국들이 부상하고 선진국의 견제가 날로 심해지고 있다. 따라서 수출이 무너지면 모든 것이 끝장이라는 위기의식이 절실하다. 정부는 작금의 수출 적신호가 위기의 서막이라는 극단적 배수진을 치고 경제운용의 모든 것을 원점에서 새로 시작하는 ‘백지플랜’을 가동해 수출강국의 위상을 반드시 지켜가야 한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대하역사소설 ‘우리나라 삼국지’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기사제보 
